하지만 전문가들은 보상 규모가 영업이익 대비 그리 크지 않아 이번 연비 사태가 단기 악재에 그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5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현대차 주가는 전거래일보다 7.21%(1만5500원)이나 하락한 19만9500원에 거래를 마쳤다. 현대차 주가가 20만원이하로 떨어진 것은 지난해 10월 10일이후 13개월만이다.
이날 기아차도 6.94%(4200원) 떨어지며 5만6300원에 장을 마감했다. 기아차 주가는 지난해 3월 3일 6만원대로 올라선 이후 20개월만에 처음으로 5만원 밑으로 하락했다. 또 현대모비스와 현대위아가 각각 4.07%, 5.23% 떨어지는 등 현대차 그룹 전체 계열사가 약세를 나타냈다.
이처럼 현대차 그룹주가 일제히 약세를 보인 것은 미국 환경보호청(EPA)은 지난 2일(현지시간) 현대차와 기아차가 2010년 말 이후 판매한 90만대의 차량 연비 추정치가 과장됐다고 발표했기 때문이다.
이에 현대·기아차는 소비자들에게 연비 차이에 대한 손실액을 배상하기로 했다. 배상 대상은 약 90만대로 한 대당 보상금액을 88 달러로 계산하면, 총 배상금액은 7970만 달러(한화 약 870억원)에 달한다. 또한 해당 차종이 계속 운행되면, 현대·기아차가 매년 내야 할 배상금도 그만큼 늘어나게 된다.
하나대투증권 송선재 연구원은 “현대·기아차의 연비 수정이 집단소송이나 징벌적 손해배상으로 이어질 수 있고, 브랜드 이미지도 어느 정도 타격을 입을 것으로 예상된다”며 “연비 문제가 향후 불확실성을 높일 수 있어, 단기적인 주가 조정은 피할 수 없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다만 증시 전문가들은 이번 연비 문제가 장기적인 관점에서 현대차 그룹에 큰 부담이 되지는 않을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배상액 규모가 벌어들이는 돈에 비하면 매우 적은데다, 이번 조치가 더 큰 문제를 예방하는 선제적 성격을 띠기 때문이다.
한화투자증권 김연찬 연구원은 “미국내 판매 차량의 연비 조정으로 현대차와 기아차가 배상해야 할 금액은 연간 900억원 이하로 추정되며, 이는 올해 영업이익의 0.6~0.8% 수준으로 미미하다”며 “브랜드 가치 하락도 제한적일 것으로 예상된다”고 설명했다.
NH농협증권 이상현 연구원은 “현대·기아차가 미국 내 월별 판매 점유율 8~10%를 달성하는 등 급성장하면서, 미국 자동차 제조업체들의 견제가 심해지고 있다”며 “이번 연비 조정 사태도 현대·기아차에 대한 견제로 인한 것이라는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다.
이 연구원은 이어 “현대·기아차는 여전히 미국 내 평균 연비 1위 자리를 지키고 있어, 향후 미국 내 판매량이 줄어들 가능성은 낮다”고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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