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부 장기영 기자 |
지난해 12월 본 기자는 ‘보험업계, 보험료 인색 사회공헌 생색’이라는 제목의 취재현장을 통해 이 같이 표현했다.
봉사와 마케팅을 넘나드는 기업들의 연탄 인심은 1년여가 지난 지금 또 다시 겨울을 재촉하고 있다.
좋은 일은 숨어서 할수록 빛을 발하는 법이지만 최고경영자(CEO)들은 기념사진 촬영 각도가 우선이다.
금융사를 비롯한 국내 주요 기업들은 이달 들어 독거노인을 비롯한 소외계층에게 연탄이나 김장, 쌀 등을 전달했다는 내용의 보도자료를 배포하기 시작했다.
매년 연말연시를 장식하는 보도자료에는 기부 물품을 들고 활짝 웃는 CEO들의 사진이 빠지지 않고 등장한다.
연말은 홍보팀을 비롯한 각 기업 사진 촬영 담당자들이 1년 중 가장 바빠지는 시기이기도 하다.
지난해의 경우 11월 한 달간 CEO가 직접 주방용 고무장갑을 끼고 김장 담그거나, 얼굴에 검댕이를 묻힌 채 연탄 배달에 나선 보험사만 10여곳에 달했다.
이들 CEO의 동정을 담은 보도자료에는 항상 ‘사랑’, ‘나눔’, ‘봉사’ 등의 수식어가 따라 붙는다.
앞으로도 기업의 사회적 역할과 책임을 성실히 수행하겠다는 의례적 발언 역시 단골 손님이다.
그러나 겨울에만 유독 친절해지는 CEO들의 행보를 바라보는 대중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다.
겨울철 독감 보다 유행하는 사회공헌활동의 이면에는 이른바 착한 기업의 이미지를 구축하려는 마케팅 전략이 숨어 있기 때문이다.
봉사는 국가나 사회 또는 남을 위해 자신을 돌보지 않고 힘을 바쳐 애쓴다는 사전적 의미를 갖고 있다.
달동네 독거노인의 외로운 삶이나 엄마의 얼굴도 모르는 고아원생의 천진난만한 미소가 기업의 마케팅 도구로 전락해선 안 된다.
무언가를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나누기 위해 지갑을 여는 기업들의 조용한 선행을 기대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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