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직도 88만원 세대?..변호사·의사·회계사 '3사'의 추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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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2-11-14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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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변호사 16%는 연소득 2400만원도 채 안돼<br/>의사는 외국으로 회계사는 구조조정 압박에

아주경제 김진오 신희강 기자= #대형 회계법인의 컨설팅업무를 맡고 있는 중견 회계사 K씨는 최근 불안에 휩싸여 잠을 제대로 이루지 못한다. 경기불황으로 줄어든 일거리와 저조한 실적으로 회사 구조조정 1순위로 본인이 뽑힐지 모른다는 두려운 마음에서다. 최근에는 간부급 회계인력을 대상으로 인력감축에 들어간다는 소문까지 나돌면서 더욱 위축되고 있다.

# 의대를 졸업하고 인턴과정을 마친 A씨는 병원 취직을 앞두고 국내가 아닌 미국행을 고민하고 있다. 낮은 국내 수가와 더불어 의사에 대한 환자들의 불신, 경쟁으로 인한 정신적 압박 등이 그 이유다. 향후 10년 안에 의사 평균수입이 300만원 이하가 될 것이라는 분석도 나오면서 개원의는 꿈도 못 꾸는 상황이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고소득 전문직이자 사회 0.1%로 불리는 변호사, 의사, 회계사 등 이른바 '3사(三士)'가 추락하고 있다.

특히 한 달에 200만원도 못 버는 변호사와 의사, 회계사가 늘어나면서 '성공 보증수표'로 통했던 이들의 '봄날'은 갔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14일 국세청에 따르면 개인사업자로 등록된 변호사 3548명 가운데 연간 수입이 2400만원 이하인 변호사는 16.1%에 해당하는 573명인 것으로 나타났다. 이처럼 월평균 수입이 200만원도 채 되지 않는 변호사의 비중은 2009년 14.4%, 2010년 15.5% 등으로 3년간 지속적인 증가추세를 보이고 있다.

한 대형 로펌의 변호사는 "법률시장의 장기적인 불황과 더불어 로스쿨 출신 변호사 등 일의 영역이 겹쳐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난 것 같다"며 "시장부족과 공급과잉을 해결할 근본적인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고 말했다.

그는 "로스쿨을 통해 변호사가 다양한 분야의 전문성을 갖게 된 만큼 세무, 법무 등의 영역을 변호사가 전담토록 해야 한다"면서 "이를 통해 서비스 비용도 줄이고 사내 변호사로도 진출해 활동범위를 넓힐 수 있다"고 주장했다.

불황이 없을 것으로 믿었던 의사도 최근 인식이 크게 바뀌는 분위기다. 최근 한국고용정보원이 발표한 우리나라 759개 직업 종사자의 직업만족도에서는 의사가 44위를 기록했고 치과의사, 약사, 간호사는 100위권 밖으로 밀렸다.

또 이들 중 대다수는 척박한 현실과 충분치 못한 수입에 대한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대안으로 미국 의사시험을 준비하고 있을 정도다.

의사의 업무만족도도 낮아지는 추세다. 대한의사협회 의료정책연구소에 따르면 지난해 개원의들은 자신의 직업에 대해 34.1% 만이 만족한다고 응답했다. 2009년 35.8%에 비해 1.7%포인트 떨어진 것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의사에 대한 적대적인 분위기와 환자들의 불신, 낮은 수가로 점점 더 열악해지고 있는 국내 의료환경이 개선돼야 한다"며 "척박한 현실에 한국을 떠나는 의사들이 점점 늘어날 것"이라고 설명했다.

실제 최근 의사 432명을 설문조사한 결과 10명 중 7명(66.9%)이 타분야 진출을 고려하고 있다. 지난 2008년에는 한 제약회사가 북미·유럽·아시아 등 13개국 의사 1741명을 대상으로 직업만족도를 파악한 결과, 우리나라 의사들의 만족도가 꼴찌인 12위를 기록했다.

회계업계도 요즘 격세지감을 절감하고 있다. 최근 대형·중견 회계법인들은 인수·합병(M&A)시장 침체로 수입원이 크게 줄어들면서 너도나도 '긴축재정'에 나서고 있다. 대형 회계법인의 경우 구조조정까지 감행하고 있다. 컨설팅 매출이 뚝 떨어지면서 수익전망이 암울하기 때문이다.

한 회계사는 "유럽발 재정위기로 인해 M&A 등과 같은 컨설팅 시장은 이미 죽은지 오래"라며 "세무분야를 제외한 회계감사와 컨설팅 부분은 실적에 못 미치고 있다"고 불평을 토로했다.

다른 회계법인 관계자도 "회계법인에서 큰 수익비중을 차지했던 컨설팅 매출액이 2008년 미국발 금융위기 이후 내리막길을 걷고 있다"며 "불황의 기조가 언제 누그러들지 예측하기 힘들다"고 우려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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