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시내 대형마트에서 술 사기 힘들어진다

서울시, 주류 접근 최소화 가이드라인 제정

아주경제 김현철 기자=서울시내 대형할인점에서 주류를 구매하기가 힘들어진다.

서울시는 시내 대형할인점 63개 매장에 적용할 ‘대형마트 주류 접근성 최소화 가이드라인’을 전국 지방자치단체 중 최초로 제정했다고 20일 밝혔다. 가이드라인은 권고 사안이라 불이행해도 행정제재가 수반되지는 않는다.

가이드라인에 따르면 먼저 소비자들이 충동적으로 술을 사지 않도록 할인점 내 주류 매장을 눈에 안 띄는 곳에 설치하도록 했다. 주류 매장 형태는 타 매장과 별도의 출입구를 설치해 진열하는 독립형과, 고객 동선과 멀리 떨어진 곳에 배치하는 집합형으로 구분했다. 시는 대형마트가 매장 여건에 따라 주류 매장 형태를 선택하되 독립형을 설치토록 권장했으며 집합형으로 설치할 시 식품매장이 인접하지 않도록 했다. 독립형은 미국, 영국 등에서 시행하고 있다.

또 대형마트의 특성상 진열제품 구매율이 높은 점을 고려해 매장 내 주류의 박스째 진열을 금지했다. 박스째 구매를 원하면 창고 등 별도 장소에서 받는 방식으로 전환해 다량으로 술을 구매할 때 불편함을 감수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주류 구매 조장환경 개선을 위해 판촉을 위한 사은품 증정, 전단 배포, 끼워 팔기를 금지하고 제품의 재고 처리를 위한 할인행사만 가능하도록 했다.

동영상, 가판대, 주류 용기모형 등을 통한 광고는 전면 금지하며 세로ㆍ가로 540×394mm 이내 포스터 및 패널 광고만 주류 매장에 한해 설치하도록 했다. 또 포스터 및 패널 광고라 하더라도 연예인 등 유명인이 들어간 광고는 금지했다.

청소년 주류(담배) 판매금지 안내 문구를 주류 진열대와 모든 계산대 등에 눈에 띌 수 있도록 부착하고 크기도 주류 광고 포스터보다 크게 제작하도록 했다.

신분 확인 기능이 없는 자율판매대에서는 주류(담배) 판매를 금지하며 1시간 단위로 청소년 주류(담배) 판매 금지에 대한 안내 방송을 하도록 했다.

대형마트의 주류 판매 종사자에게 연 4회(회당 30분) 이상 교육을 시행해 현행 청소년보호법에 규정된 구매자 연령 확인 등을 준수토록 했다.

이번 가이드라인은 즉시 적용되며 주류매장의 위치 변경 관련 사항은 다른 제품의 위치 이동과 함께 이뤄져야 하므로 내년 2월부터 적용된다.

시는 술에 관련된 공익 동영상을 제작할 계획이다. 동영상 제작에 사용되는 비용은 기업체의 사회참여를 통해 제작ㆍ배포할 예정이다.

김경호 시 복지건강실장은 “가이드라인은 법적 구속력은 없지만 지속적인 모니터링을 실시하고 관련 법령 개정을 위해 노력할 예정”이라며 “대형마트에 이어 내년에 기업형 슈퍼마켓(SSM), 편의점 등 소형 판매점에 적용할 ‘주류 접근성 최소화 가이드라인’을 제정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시가 8월 실시한 대형마트 주류 판매실태 조사결과에 따르면 64.6%가 청소년에게 불법 주류 판매를 하고 있었다. 또 46%가 주류진열대가 잘 보이도록 배치돼 있었으며 7.9%만 주류를 별도 진열하는 등 높은 주류 접근도를 보였다. 이에 따라 시는 9월부터 농협유통, 롯데마트, 이마트, 홈플러스, 코스트코코리아 대표자 및 실무자들과 협의를 거쳐 이같은 가이드라인을 제정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