필름카메라를 쓰던 아날로그 시절에는 특별한 날 '36방 필름' 한 개를 카메라에 넣고 심혈을 기울여 셔터를 눌렀었다.
필름을 사진관에 맡기고 찾아오는 날이면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사진 속 주인공들과 사진을 공유하며 추억에 젖기도 했다.
요즘에는 디지털카메라, 휴대폰카메라 등 디지털 기기가 보편화되면서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기회가 과거에 비해 기하급수적으로 늘었다.
기억하고픈 순간이 있을 때면 카메라를 꺼내어 그때그때 기록하고 바로 열어보는 것이 이제 일상이 되었다.
디지털카메라 시장은 콤팩트, 미러리스, DSLR로 세분화되어 끊임없이 신제품을 출시하고 시장 주도권을 잡기에 한창이다.
또 세분화된 카테고리 간 경쟁이 치열해지면서 기술 발전의 속도가 빨라졌다.
국내 카메라 시장을 좀 더 살펴보면 올 들어 콤팩트 카메라 판매량은 급격히 감소하고 있다.
그러나 미러리스 카메라와 DSLR 두 카테고리 간 경쟁은 더 치열해져 전체 시장 '파이'를 키우는 역할을 톡톡히 하고 있다.
특히 미러리스로 불리는 '렌즈 교환형 카메라'는 매년 2배 이상 판매량이 증가하며 무섭게 성장하고 있다.
DSLR와 콤팩트 카메라로 일관했던 브랜드에서조차 최근 미러리스 카메라를 출시한 것만 보아도 시사하는 바가 크다.
요즘처럼 신기술에 대한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사람들은 감성을 찾게 된다.
초기 디지털카메라를 구매하는 소비자들은 제품의 사양이나 기술적인 면을 중시했다. 그러나 가치 중심의 소비문화가 형성되면서 구매자의 심리를 자극하는 감성이 구매 결정에 점차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오늘의 기술은 감성의 외투를 걸치지 않고서는 결코 사람의 마음을 움직일 수 없게 된 것이다.
무엇보다 디지털카메라는 '감성'을 빼고 말할 수 없다. 빠르게 카메라 신기술을 도입하고 있는 가운데서도 업계는 '감성'을 성장동력으로 찾고 있다.
그 이유는 누군가의 단 한 번뿐인 시간과 장소를 기록하여 그 순간의 추억을 떠올리게 해주는 사진의 본질은 예전이나 지금이나 변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필름업체가 여전히 성장할 수 있는 이유 또한 디지털 문화 속에서 아날로그 감성과 공감대를 창출한 데 있다.
기본에 충실해 카메라다운 카메라를 만들고자 프리미엄 디지털카메라 시리즈에 아날로그 감성을 그대로 녹여내는 작업도 진행했다.
70~80년대 유행하던 정통 필름카메라를 닮은 레트로 디자인은 젊은 세대에게는 기존 제품에서는 볼 수 없었던 신선함을, 중장년층에게는 과거의 향수에서 오는 친근감을 경험하게 했다.
셔터스피드 노출 다이얼, 렌즈의 조리개 링을 양손으로 조작하여 사진을 찍는 '손맛'도 살리고, 뷰파인더 또한 '눈에 보이는 그대로'를 담는다는 카메라의 본질을 재현하고자 했다.
다른 카메라 브랜드도 가족·여성·문화 등 각각의 키워드를 내세우며 소비자들의 감성을 자극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펼치고 있다.
이는 치열한 일상 속에서 소중한 사람과의 잊지 못할 추억을 오랫동안 간직하고 싶은 따뜻함과 여유가 더욱 절실해졌다는 점을 반영한 것이 아닐까 한다.
아날로그와 디지털은 공생의 관계에 있다. '디지털 기술과 아날로그 감수성'은 바늘과 실처럼 떼려야 뗄 수 없는 관계다.
기술 발전이 급속도로 빨라지는 때일수록, 경쟁이 치열해질수록 한 템포 여유를 갖고 '감성'에서 새로운 성장동력을 찾아보는 것은 어떨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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