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집 값 거품빠지자 빚에 허덕이는 중산층 ‘위기’
우리나라는 외환위기가 발생한 지난 1997년 당시 7607달러에 불과했던 1인당 국민소득(GNI)을 지난해 기준으로 2만2489달러로 3배가량 끌어올리며 경제성장을 이뤄냈다. 그러나 안으로는 풀어야 할 숙제가 여전하다. 집을 구입한 뒤 대출금 상환 부담에 시달리고 있는 중산층이 늘면서 우리 경제의 중심이 흔들리고 있기 때문이다.
한국은행 등의 발표에 따르면 1997년 전체 가구의 74.1%에 달하던 한국의 중산층 비율은 지난해 67.6%로 쪼그라들었다. 같은 기간 고소득층은 17.8%에서 19.9%로, 저소득층은 8.1%에서 12.4%로 증가하며 중산층 비중이 감소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실제로 금융연구원은 주택담보대출의 원리금 상환에 고통받는 '고위험 하우스푸어'는 10만가구에 달할 것으로 추정했다. 소득의 60% 이상을 원리금 상환에 써야 하는 '잠재적 하우스푸어'는 57만가구로 파악됐으며, 이들이 갚아야 하는 빚이 무려 150조원인 것으로 조사됐다. 집값이 추가 하락하거나 대출금리가 오르면 하우스푸어는 더 늘어날 전망이다.
◇ 소비마저 위축…경기활력 저하 우려
가계부채가 늘면서 소비심리 마저 위축돼 가계 지출규모가 역대 최저치를 기록했다. 앞을 내다볼 수 없는 경기불황 탓에 소득이 늘었음에도 지출을 극도로 꺼리는 상황이다.
최근 통계청 발표에 따르면 올해 3분기 가구당(전국 2인 이상) 월평균 소득은 414만2000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6.3% 늘었음에도 불구하고, 월평균 소비지출액은 246만7000원으로 1% 상승에 그치며 사상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임희정 현대경제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부동산경기 침체로 인해 가계부채 문제가 확대되면서 향후 경기상황이 악화될 경우 중산층이 줄어들 수 있다"며 "불안심리가 작용하면서 소비가 위축되고 그나마 상황이 나은 고소득층조차 소비를 줄이기 시작하면서 전반적으로 경기침체가 지속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이어 "부동산 가격 하락과 가계부채, 소비위축의 문제는 서로 맞물려 있는 문제"라며 "경기가 살아나려면 어느 한 부분만 회복해선 불가능하다"고 강조했다.
임 연구위원은 가계부채 해결을 위한 정부의 개입과 관련해선 "이자율을 낮추는 등의 한시적인 혜택은 줄 수 있지만 쉽지 않을 뿐더러, 한계가 있는 해결책"이라고 지적했다.
단기적인 부양책도 필요하지만 장기적인 시각으로 경기가 자연스럽게 회복될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해야 부작용을 줄일 수 있다는 설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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