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적 투어프로들도 까딱 잘못하면 실격당한다. 최나연(사진)도 올해 메이저대회에서 실격됐다. [USGA] |
아주경제 김경수 기자= 프로골퍼들에게 가장 가혹한 벌은 무엇일까. 두 말할 나위없이 실격이다.
대회 도중 실격당하면 상금을 받지 못하는 것은 물론 선수로서 명예도 실추된다. 단순한 실수가 아닌, 무지나 ‘속임수’로 실격당했다면 두고두고 얘깃거리가 된다. 올해 세계 프로골프투어에서 나온 실격사례를 모았다.
◆‘스코어 오기’는 실격으로 가는 길
선수들은 라운드 후 스코어를 확인하고 사인을 첨부해 스코어 카드를 제출한다. 각 홀의 스코어를 자신이 기록한 스코어보다 나쁘게(높게) 적으면 상관없으나, 좋게(낮게) 적으면 실격이다. 그런데도 실제 스코어보다 좋게 적어내 ‘스코어 오기(誤記)’로 실격당하는 일이 비일비재하다. 앤서니 김, 팀 클라크, 조 오길비, 마단 마맛, 마이클 호이, 블레인 바버 등이 그런 예다. 마맛은 브리티시오픈 때 한 홀에서 파를 버디로, 다른 홀에서는 파를 보기로 적어내는 혼선끝에 실격당했다. 호이는 USPGA챔피언십 때 볼을 확인하기 위해 모래를 쓸어내렸다. 볼 확인 후 칠 때에는 다시 모래를 원상복구해야 하지만 그냥 플레이했다. 그는 라이개선에 따른 2벌타를 부과해야 하는데도 그러지 않았고, 커트를 통과하고도 실격을 통보받았다. 바버는 미국PGA투어 퀄리파잉토너먼트 1차전에서 규칙위반으로 2벌타를 받았어야 했으나 1벌타만 가산했다는 사실을 6일 후 투어측에 자진신고, 실격을 감수했다.
◆라운드 중 비정상적인 장비 사용
라운드 중 플레이에 원조가 되거나 영향을 미치는 인공의 기기 및 비정상적인 장비를 사용할 경우 2벌타가 따른다. 그러고도 벌타를 부과하지 않아 실격당한 사례가 있다. 오자키 나오미치는 일본골프투어 개막전에서 인공의 기기를 사용해 실격당했다. 벤 브리스코는 미PGA 2부투어에서 앞조 선수들이 빠져나가기를 기다리던 중 비정상적인 기구를 사용했다. 그는 무료했던지, 막대기 몇 개를 땅에 정렬한 후 스윙연습을 했다. 자신은 ‘무죄’로 알고 있었으나 경기위원회는 그를 실격처분했다. 배리 말버그는 US시니어오픈 때 샷 차례를 기다리는동안 골프백에서 땜나무(연결목)를 꺼내 클럽으로 쳤다. 땜나무를 볼삼아 연습한 것이다. 이는 따질 것도 없이 비정상적인 기구 사용이다.
◆사인 누락도 가끔 나와
플레이어는 라운드 후 스코어 카드에 자신의 사인을 해 제출해야 한다. 위반시 실격이다. 그런데도 가끔 사인을 누락한 채 스코어 카드를 내는 일이 있다. 메리디스 던캔은 미LPGA투어 숍라이트클래식 1라운드 후, 제니 리는 같은 투어 킹스밀챔피언십 3라운드 후 사인을 하지 않아 실격당했다. 여자골프 세계랭킹 2위 최나연도 메이저대회(LPGA챔피언십)에서 이런 실수를 했다. 그는 커트를 통과하고 3라운드까지 잘 마쳤으나 마지막 라운드 스코어 카드에 사인을 빠뜨렸다. 실격으로 2만2872달러(약 2500만원)의 상금을 못 탔을 뿐아니라, 톱랭커로서 명성에 금이 갔다. 최나연은 “그 때 뭐가 씌운 듯했다”고 말했다.
◆초과된 클럽 몰래 버리려다가 들켜
호세 마누엘 라라의 캐디는 유러피언투어 BMW인터내셔널 첫 날 2번홀에서 클럽수가 15개인 것을 발견했다. 규정(14개)을 초과한 것. 이 경우 위반한 홀마다 2벌타, 최대 4벌타가 부과된다. 캐디는 잔꾀를 부렸다. 클럽 하나를 살짝 빼내 숲에다 버린 것. 동반 플레이어들이 이 장면을 놓칠 리 없다. 경기위원회에서는 캐디에게 출전금지, 선수에게는 실격을 부과했다. ‘중대한 에티켓 위반’이라는 설명과 함께.
◆“해저드 말뚝을 착각했어요”
박성준은 일본골프투어 비자 마스터스 때 볼이 물에 빠졌다. 그 곳은 노랑 말뚝으로 된 워터해저드였다. 그러면 대부분 해저드 뒤편에 드롭하고 쳐야 한다. 그런데도 박성준은 ‘래터럴 워터해저드’(빨강 말뚝)로 착각하고 볼이 물에 들어간 지점 근처에 드롭하고 플레이를 속개했다. 중대한 오소 플레이를 했다는 이유로 실격당했음은 물론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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