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 장관은 3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기자간담회를 갖고 "최근 중국을 방문하면서 기대치보다 중국 진출에 대한 한국정부와 기업의 고민이 적었고 성과도 크지 않았다는 걸 절감했다"며 "중국 2~3개의 성을 집중 공략하는 방식으로 내년에는 가시적인 성과를 이어가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올해 세계경기가 좋지 않은 가운데 우리가 연간 무역 1조 달러를 2년 연속 달성해 무역 순위가 9위에서 8위로 한등급 상승할 것으로 보인다"면서 "앞으로 무역 2조 달러를 넘어 3조 달러까지 진입하려면 발상과 패러다임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밝혔다.
홍 장관은 또 "에너지를 아껴 소외된 이웃에게 기부하는‘에너지사랑나누기’를 범국민운동 차원에서 이르면 12월 중순부터 추진할 것"이라며 "연간 절감 비용 30~40억원을 목표로, 원하면 참여자들의 실명을 넣어서 에너지 빈곤층에 기부형식으로 지원할 방침"이라고 말했다.
◇‘아름다운 퇴장’ 가능할까
홍석우 장관은 지난달 26일 정부과천청사에서 개최된 ‘지역사업 우수성과 전시회’에서 대표 상품들을 살펴보던 중 지자체 관계자가 “장관님, 지역 제품에 많은 관심 부탁드립니다”라고 하자 “저는 2월까지만 책임을 다하겠다. 그 이후는 여기 (정재훈) 산업경제실장이 애정을 쏟을 것”이라고 답해 좌중을 웃겼다.
앞서 지난 17일 저녁 출입기자단에게 보낸 메일에서 홍 장관은 “임기 끝까지 맡은 바 최선을 다하겠다”며 일각에서 우려되고 있는 정권말 ‘레임덕’은 없다는 입장을 분명히했다.
실제로 오는 12월 19일 제18대 대통령 당선자 확정 직후 대통령직 인수위원회가 구성되고 2월 25일 새 정부가 들어섬에 따라 사실상 홍 장관의 임기는 내년 2월 말이면 종료될 전망이다.
홍 장관은 이날 “앞으로 2~3개월 남은 동안 ‘동계 전력대책, 원전 재가동, 유통상생협의법’이라는 세 가지 사안에 중점을 두고 마무리가 잘 될 수 있도록 흔들림 없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유종의 미를 거둔다는 각오를 전했다.
홍 장관은 지난해 9·15 정전사태로 어수선했던 내부조직을 특유의 친화력으로 후배 직원들의 결속을 다졌다. 중견기업의 육성, 대-중소기업 상생, 대형마트-중소상인 갈등 해소 등에서 소기의 성과를 거뒀다는 평가다.
하지만 아픈 기억도 없지 않았다. 올해 들어 원전을 둘러싼 가동 중지 등 각종 사건 사고가 잇따르면서 국가 에너지정책의 수장으로 국민 앞에 고개를 떨궈야 했다.
특히 고리원전 1호기 고장 은폐, 원전 직원의 상습 마약투약, 미검증 부품 사용 등으로 국민들의 신뢰가 추락하면서 홍 장관의 속은 타들어갔다.
이제 주사위는 던져졌다. 남은 100여일 동안 원전에 대한 신뢰를 최대한 끌어올리고 ‘블랙아웃(대정전)’ 이 우려되는 올겨울 최악의 전력난을 어떻게 극복해 나가는가에 따라 30여년 공직생활을 마감하는 뒷모습의 감회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 멋쟁이 '영국 신사'…'혼돈주·판소리·반신욕' 전도사
홍석우 장관은 지경부 안팎에서‘영국 신사’로 통한다. 문화·예술 등 관심 분야가 다양하고 수트가 잘 어울리는 훤칠한 키에 유머감각을 겸비한 담백한 말솜씨로 좌중의 호감을 사는 경우가 종종 있기 때문이다.
그는 1980년 행시 23회로 공직에 입문한 이래 지경부와 30여년간 인연을 맺었다. 업무적으로는 까다로운 선배지만, 사적인 자리에선 후배들이 누구보다 격의없이 대할 수 있는 선배 중 한 명으로 꼽힌다.
또 홍 장관은 유독 ‘전도사’라는 꼬리표가 많이 따라 다닌다. 지경부 전신인 산업자원부 시절부터 막걸리와 소주, 사이다를 섞어 마시는 ‘혼돈주(混沌酒)’를 전파해 ‘혼돈주 전도사’, 웬만한 국악인 뺨치는 지식과 실력을 가진 ‘판소리 전도사’, 틈만 나면 주변에 반신욕의 건강 효과를 설파하면서 얻은 ‘반신욕 전도사’까지.
홍 장관은 이날 간담회서도 향후 거취와 관련 "항상 긍정적인 생각을 갖고 있다"며 "판소리가 그동안 많이 늘지 않아 이번에는 제대로 배워보려고 한다"며 판소리에 대한 각별한 애정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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