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과 지구 정반대편의 칠레와 페루. 지난 7일(한국시간), 중남미 지역의 ‘K-팝(POP)’의 발원지라고 해도 무방한 칠레와 페루에 도착했다.
외교통상부 출입기자단 테마출장으로 이뤄진 칠레·페루 공공외교 사업현장 방문은 기자의 '공공외교'에 대한 인식을 통째로 바꾸는 계기가 됐다.
일반인들이 생각하는 'K-팝 열기'와 한국 스타들의 글로벌 시장에서의 인기몰이 수준의 한류가 이제는 정부간 외교방식을 벗어나 민간에게 다가가는 '공공외교'로 발전해 외교의 패러다임이 일반인들의 입맛에 맞게 다변화 해야 할 때 임을 확인하게 됐다.
# "한국은 내 삶의 원동력"
지난 8일 칠레 산티아고의 한 공원 광장에서 동방신기 팬클럽을 비롯한 K-팝 팬클럽 회원들은 만났다.
기자는 공원 먼 발치에서 이들은 바라봤을때 단번에 팬클럽 임을 알아차릴 수 있었다. 음악에 맞춰 여럿이 함께 한 동작을 따라하는 '군무(軍舞)'식 춤은 이역만리 타국에서도 눈에 띄었다.
자신을 동방신기 팬클럽 '아워 게임(OUR GAME·동방신기 노래제목)'팬클럽의 사무총장이라고 소개한 니콜(20.여)은 "(기자가 방문)오늘은 평일이라 모인 회원수가 많지 않다"며 "일주일에 세번씩 3시간씩 이곳에서 모임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기자가 공원에서 만난 팬들은 적어도 40명은 족히 돼 보였다.
8년 전 처음 K-팝을 접하게 돼 좋아하게 됐다는 니콜은 이 공원을 3년째 나오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자신들이 하고 있는 활동에 대해 "스타들의 근황과 음악과 춤을 보고 자기들의 느낌을 비디오로 만들어 유튜브에 올리는 등, 팬들끼리의 커뮤니티를 만들어 온라인 활동도 활성화 하고 있다"고 말했다.
칠레 산티아고 아르마스 광장에는 동양인들로 보이는 사람들과 눈만 마주쳐도 싸이의 '강남스타일' 율동을 선보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
니콜에게 꿈이 뭔지 물어봤다.
그는 "삶에 원동력을 준 한국을 직접보고 느끼고 싶어 돈을 모으고 있다"며 "한국의 여러 관광지와 사찰 등을 둘러보고 기회가 된다면 한국에서 회계사가 돼 일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 페루 '한국인'이라는 이유만으로 '스타대접'
기자가 공공외교 현장을 눈에 넣기 위해 칠레에 이어 방문한 페루의 열기는 후끈하다 못해 뜨겁기까지 했다.
기자는 페루의 수도 리마에 위치한 한 쇼핑몰에서 팬클럽 회장을 만나기로 약속했다. 그러나 쇼핑몰 1층 주변에는 알수 없는 젊은이들의 눈인사를 받게 됐고 그들은 기자가 약속장소로 가는 내내 기자의 뒤를 쫒아다녔다.
한류스타 못지 않은 관심이 기자에게도 쏟아졌다. 동양에서 온 취재진이 신기한 듯 거리의 팬들은 눈만 마주치면 "안녕하세요"라며 인사했고 연신 손을 흔들며 반갑게 맞이했다.
기자가 약속한 장소 이미 150명이 훌쩍 넘는 각기 다른 팬클럽으로 북새통을 이뤘다.
약속 장소로 들어가는 기자가 마치 한류스타라도 된 듯, 공간 가득 빙 둘러않아 한국 가수들의 얼굴사진과 이름을 쓴 플랜카드를 흔들며 "안녕하세요"를 외쳤다.
한국 사람이라는 이유로, 한국 기자라는 사실만으로 이들의 동경의 대상이 됐다.
소녀시대를 좋아한다는 지셀라 플로레스(26.여)는 "자신감 넘치는 소녀들의 모습에 매료돼 소녀시대 팬이 됐다"고 말했다.
그는 영어와 불어 스페인어를 번역하는 프리랜서 번역가로 현재 한국어 공부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리마의 소녀시대 정기회원수는 60명 정도지만 2010년에야 뒤늦게 팬클럽이 만들어진 탓"이라며 팬클럽 활동을 더 적극적으로 할 것이라고 말했다.
기자가 이들과 인사를 나누는 동안 한 슈퍼주니어의 팬은 자신들의 팬클럽 활동을 기자에게 보여주기 위해 준비한 파워포인트 자료까지 내미는 열성을 보였다.
"어빠(오빠) 언제 페루에 오겠어요? 나는 기다리겠어요" 서툰 한국어로 자신의 팬이 태평양 건너 찾아오기를 손꼽아 기다리는 팬들. 페루 리마 시내 젊은이들이 북적이는 곳 어디에서든 이런 메시지는 흔히 볼 수있었다. |
화교가 운영한다는 이 카페에도 벽면 가득 한류 팬들이 한국에 보내는 메시지로 가득했다.
뒤늦게 인사를 나누지 못했다며 따라 나온 한 팬은 “잘 가세요”라는 서툰 한국어로 인사하며 “열심히 한국어를 배워 꼭 한국에 가겠다”고 말했다. 새콤한 파인애플이 잔뜩 들어간 버블티 탓인지 기자의 콧 끝이 순간 찡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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