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연리뷰>스칼렛 핌퍼넬 '오도방정 미학' 핫지상의 새 발견

기자정보, 기사등록일
입력 2013-07-21 22:37
    도구모음
  • 글자크기 설정


아주경제 박현주 기자=널 믿어도 돼?.(마그리트)

나 역시 널 믿어도 될까?.(쇼블랑)

퍼시, 마그리트, 쇼블랑. 삼각관계 연인은 '의심과 위장'의 문지방을 넘어선다.

세명의 사랑은 목숨을 담보로한 혁명과 닮았다.

'믿고 싶지만 알수 없는 너'(마그리트)때문에 퍼시는 이중생활을 시작한다.

결혼하자마자 '의심이 힘'이 된 이 남자는 위장을 택한다. '함께하는 것은 목숨을 거는 것' 이라며 프랑스 혁명정부에 대항하기위해 친구들과 비밀결사대 8총사를 규합한다. 이름하여 스칼렛 핌퍼넬. 빨간인장으로 찍은 '별봄맞이꽃'이라는 뜻을 지닌 퍼시의 가명이다.
친구가 단두대의 칼날에 목숨을 잃게 된 것이 그의 아내 마그리트의 소행이라는 의심으로 '무늬만 부부'생활을 지속한다.

믿음을 잃은 마그리트(바다·김선영)는 외롭다. 가수로 배우로 잘나가던 '프랑스 연예인'이었던 그녀는 옛 연인을 버리고 영국남자 퍼시를 선택했다. 장미로 뒤덮인 궁전같은 집에서 살고 있지만 창살없는 감옥같은 삶을 사는 '새장속의 여인'이다. 인생은 선택의 연속. 그녀는 죄책감에 살고 있다. 퍼시 친구의 위치를 쇼블랑에게 알려주지만 않았어도…. 후회는 미련을 남긴다.
모두 쇼블랑때문이다.

쇼블랑(에녹·양준모). 프랑스 공포정치 권력자인 이 남자는 레미제라블 자베르경감을 연상시킨다. 그는 '인생은 낚시터'라며 욕망을 위해 악마와 손을 잡았다. 한때 사랑했던 여인 마그리트를 이용하며 사랑을 볼모로 질척인다. 영국 남자와 결혼한 마그리트에게 자신의 자리로 돌아오라며 애걸하면서도 여자의 마음에 상처를 내는 나쁜남자의 전형을 보인다.


삼각관계 사이의 '위장전술'은 화려하고 웅장한 무대로 전복된다. 2만송이의 장미정원과 영국 귀족들 패션을 한자리에 선보인 블링블링 화려한 의상들과 고급스런 실내 인테리어, 세 주인공의 거울씬은 압권이다.

'의심과 위장'속에 영웅이 된 스칼렛 핌퍼넬, 퍼시의 활약은 쇼블랑과 인사를 시작하면서 극에 달한다.

쇼블랑을 '쇼불알'로 부르며 홍두깨선생의 목소리를 넘나드는 퍼시(한지상)는 '오도방정 미학'을 제대로 선사한다. 입방정 익살과 가벼운 몸매가 혼연일체된 그는 객석에 '웃음폭탄'을 던지며 뮤지컬을 개그콘서트화하는 솜씨를 발휘한다. 퍼시로 빙의된듯한 얼굴과 몸짓, 까불까불 장난기 덕분에 객석은 생동감이 넘친다.

'퍼시 익살'의 최대 피해자는 쇼블랑. 어느나라에서도 이런식의 굴욕은 당하지 않았을 그는 한국에서 웃음 코드의 밑천을 두둑히 제공했다. 졸지에 '쇼불알'이 된 그지만 웃음한번 보이지 못하고 시종일관 심각하고 진지한 모드로 상복같은 검은색을 유지한다.

그토록 잡고 싶어했던 스칼렛 핌퍼넬로 둔갑되는 쇼블랑의 최후가 된 이 이야기는 고전의 권선징악 궤를 충실히 따른다.

의심에 갇힌 사랑이 '유쾌한 영웅'을 키운 스칼렛 핌퍼넬은 20세기의 대작가로 꼽히는 여성작가 엠마 오르치가 그려낸 '원조 슈퍼히어로' 이야기다.

신분을 감춘채 복면을 하고 재산과 인맥으로 곤경에 빠진 무고한 사람들을 구출하는 배트맨이나 슈퍼맨의 '형님'이 스칼렛 핌퍼넬이다.


로맨스와 모험, 유머와 웃음, 활극과 스릴러까지 담아내 소설을 쓴지 100년이 지났어도 여전히 사랑받는 이 작품은 1997년 브로드웨이 초연후 16년만에 국내에 첫 소개되는 대형 뮤지컬이다.

하지만 왠지 모를 아쉬움이 남는다. 한국에 상륙한 스칼렛 핌퍼넬은 깨알재미에 갇힌듯 보인다.

퍼시를 맡은 세명(박건형 박광현 한지상)의 배우들의 열연은 아줌마 관객까지 환호하게 하는 매력이 넘쳤다. 반면 재미를 위한 집착도 넘쳤다.

보는 재미 듣는 재미도 중요하지만 각색과정에서 지나치게 희화되면 관객들이 원작 고유의 참 의미를 곡해할수 있는 빌미가 된다.

'오도방정 미학'에 깜빡 넘어가는 관객도 있는 반면, 헛웃음을 터트리는 관객들도 있다.
객석을 나오는 관객들은 '웃긴다'(?)는 촌평을 쏟아냈다. 퍼시의 말에 무조건 동의하는 친구에게 "긍정적인게 더 무섭다"고 했던 말이 맴돈다. 분명한 건, 한여름 '핫지상'으로 부상한 퍼시 한지상의 발견이다. 공연은 LG아트센터에서 9월8일까지.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컴패션_PC
0개의 댓글
0 / 300

로그인 후 댓글작성이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닫기

댓글을 삭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이미 참여하셨습니다.

닫기

이미 신고 접수한 게시물입니다.

닫기
신고사유
0 / 100
닫기

신고접수가 완료되었습니다. 담당자가 확인후 신속히 처리하도록 하겠습니다.

닫기

차단해제 하시겠습니까?

닫기

사용자 차단 시 현재 사용자의 게시물을 보실 수 없습니다.

닫기
실시간 인기
기사 이미지 확대 보기
닫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