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승훈의 서울광장]박원순 시장의 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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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3-08-04 16: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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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강승훈 기자=서울시정이 연일 지뢰밭 위에서 운영되는 형국이다. 지난달 15일 노량진 상수도 수몰사고에 이어 딱 보름 뒤인 30일 방화대교 남단 접속도로 공사 현장에서 무게 150t 상판이 붕괴됐다. 그 사이에 역대 가장 긴 장마로 강남역과 사당 일대가 물난리를 겪었다.

한곳의 터진 지뢰를 다 정리하지도 못한 상태에서 다른 곳에서 또 폭발음을 내고 있다. 이해 당사자들은 그 사이 천재(天災))냐 인재(人災)냐, 누구의 잘못이냐를 따진다. 또 다른곳에 지뢰가 숨어있을 지 모른다는 불안감은 벌써 잊은 듯싶다.

박원순 서울시장은 잇딴 대형악재를 수습하느라 휴가도 취소했다. 이에 앞서 대변인실은 "박 시장이 8월 2일부터 6일까지 하계휴가를 떠날 예정"이라고 밝힌 바 있다. 당초 지난달 29일부터로 계획이 한 차례 늦췄다가 아예 취소한 것이다.

휴가는 나이의 적고 많고를 떠나 누구나 기다려지는 게 당연하다. 온라인 시장실 커뮤니티인 '원순씨 희망일기 227호'를 보면 휴가에 대한 박 시장의 들뜬(?) 감정이 일부나마 엿보인다. 박 시장이 7월 28일에 올린 글에는 "시민 여러분, 이번 여름 휴가를 어디로 계획하고 계시는지요. 해외를 계획하는 분도 계시겠지만, 저는 오늘 국내 휴가지를 소개해 드릴까 합니다"로 운을 뗀다.

당시에는 이틀 뒤 일어날 참사를 상상 조차 못했을 것이다. 그 뒤 시간이 흘러 방화대교 사고 현장을 찾은 박 시장은 여름휴가 일정에 대해 한 기자의 질문에 "휴가 갈 정신이 어디에 있느냐"고 반문 겸 불편한 심경을 내비쳤다.

사전적 의미를 보면 휴가는 '학업 또는 근무를 일정한 기간 쉬는 일'이다. 얼마 전 공식휴가에 나섰던 박근혜 대통령의 경남 거제시 저도에서 일상이 이를 잘 보여준다. 박 대통령의 페이스북에 망중한(忙中閑)을 즐기는 사진이 올라왔다.

그렇다면 박 시장은 어떤가. 앞서 "서울시민 안전과 편의 등을 위해 만반의 태세를 갖추고 휴가 떠난다"고 전했는데 이제 집무실을 떠나지 못할 처지에 놓였다. 작년 이맘때 본인 SNS에 10여권의 책을 소개하던 '독서 피서'가 그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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