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정로> '소방병원’' 한 곳도 없는 대한민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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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1-02 16: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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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강진문 연세스타피부과 원장
 

강진문 연세스타피부과 원장

"화재진압 중 사고 나면 나만 손해입니다. 화상치료도 내 돈으로 해야 한다니, 말이 됩니까?"

얼마 전 진료실에서 화상흉터를 치료 받던 소방관의 하소연이다.

소방관은 '최고의 국가 지킴이'라는 생각에 필자는 2012년부터 소방방재청에서 명단을 받아 화재 진압 중 화상을 입은 소방관 몇 분들의 오래된 화상흉터를 부터 무료로 치료해 주고 있다. 공명심 때문에도 사명감 때문에도 하는 것은 아니다. 단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지키기 위해 화마와 싸우는 소방관을 위해 내가 할 수 있는 작은 일을 찾았기 때문이다.

'기쁘다. 내가 할 수 있는 일이 있어서…….'

하지만 소방관 한 사람에 서너 시간씩 흉터치료 레이저치료인 핀홀법을 이용해 얼굴과 온 몸에 있는 화상흉터 치료하다 보면 이러한 현실에 화가 치미는 것도 사실이다. 내가 원해서 하는 일인데 힘들어서 화가 나는 것이 아니다. 정부에서 소방관들에게 작은 관심만 있으면 되는데, 그러지 못한 것이 화가 나서이다.

물론 정부에서도 구조현장에서 화상을 입은 소방관들의 치료를 해주고 있다. 하지만 화상에 대한 상처가 아물어도 남게 되는 화상흉터는 일반적인 치료로는 한계가 있기 때문이다.

특히 몸에 있는 화상흉터는 옷으로 가릴 수 있다지만, 얼굴에 입은 화상흉터는 가릴 수가 없다. 필자의 병원에서 치료 받는 소방관 들 중에는 얼굴에 쓴 마스크만 벗을 수 있게 해 주면 좋겠다는 말씀을 하신다. 보다 수준 높은 치료를 위해서는 레이저시술이 필수다. 하지만 정부의 지원은 화상에 후 남은 흉터에 대한 치료에는 아직 지원 범위가 미약하다. 필자에게 치료 받는 소방관은 화상흉터를 입은 소방관 중 극히 일부다.

아직 화상흉터를 가지고 있는 수 많은 소방관들은 어떻게 할 것인가? 최소한 얼굴의 흉터를 가리기 위해 그들이 쓴 마스크는 우리 사회가 벗겨내야 하지 않을까? 우리의 생명을 지키기 위해 애쓰다가 다치신 소방관에게 마스크를 벗을 수 있는 최소한의 생활을 보장해 주어야 하는 것은 우리의 책무다.

그러기 위해서는 소방관의 상해를 전문적으로 치료하는 '소방병원'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단지 화상흉터만을 위해서 소방병원을 만들자는 것은 아니다. 나는 단지 겉으로 드러난 흉터만 치료하고 있지만, 소방관들에게는 화상흉터 보다 더 많은 질환이 온 몸에 산재되어 있음을 의사로서 알기 때문이다.

2013년 소방방재청 국감에서 5년간 소방공무원의 자살자수가 34명으로 같은 기간의 순직자 수에 육박한다는 보도를 본 적인 있다. 소방방재청의 조사에서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 우울증, 수면장애 위험군이 소방공무원 중에서 13.9%나 된다니, 얼마나 많은 소방관이 격무와 열악한 환경에서 있음을 알 수 있다.

그 분들의 질환은 우리 때문에 생긴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는 우리가 그들의 고통에 손을 내밀 때다. 소방관의 자부심과 투철한 사명감만을 논할 때는 아니다. 소방관들이 자신이 다치는 것을, 그리고 나중에 치료가 제대로 지원되지 않을 것을 두려워해서 몸을 던지는 것을 주저한다면 그건 바로 우리 사회가 피해를 보게 될 것이다. 그리고 그 피해는 바로 내 가정, 내 회사가 될 수도 있다.

아프면 누구나 치료 받아야 한다.

특히 국민을 위해 온 몸을 던진 그들에게는 최고는 아니지만 최선의 의료환경을 제공해야 한다. 현재 경찰병원이나 몇몇 의료기관을 소방전문치료센터로 지정해서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소방공무원의 특수근무환경에 따른 근무 특성을 고려하여 설치한 병원은 아직 한 곳도 없다.

소방관들의 전문적인 치료와 함께 건강유해인자 분석 및 질병연구를 담당하는 것 역시, 소방병원이 해야 할 일이다. 늦었지만 2013년 6월 소방병원 설치에 대한 법적 근거를 담은 ‘소방공무원 보건안전 및 복지 기본법 일부개정법률안’이 발의되었다. 올 해 상반기 중에는 이 법의 빠른 통과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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