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올해 중국 증시 흐름이 지지부진했던 가운데 중국 국영 석유기업인 페트로차이나(中國石油) 시가총액이 일년 새 2202억 위안, 우리나라 돈으로 약 38조원 증발하면서 올해 최악의 종목으로 꼽혔다.
중국 투자자보(投資者報) 29일 보도에 따르면 페트로차이나 주가는 지난해말 마감가인 9위안에서 지난 27일 기준 7.7위안까지 떨어졌다. 올해 페트로차이나 주가는 상장 이래 최저점인 6.94위안을 찍으며 7위안대마저 무너지기도 했다.
지난 2007년 11월 5일 중국 본토 증시 A주에 화려하게 '데뷔'한 페트로차이나 주가는 상장 당일 폭등하며 48.62위안까지 치솟았다. 그러나 이후 주가는 내리막길을 걸으며 현재 상장 6년여만에 상장 당일 마감가의 한 자릿수에도 못미치는 7위안대까지 떨어졌다.
이에 따라 시총도 올해 초 1조4537억7600만 위안에서 1조2435억6200만 위안으로 2202억 위안 줄며 올해 중국 A주 종목 중 최대 낙폭을 기록했다. 하루 평균 시총이 6억 위안씩 공중 증발한 셈이다. 상장 당시 8조456억200만 위안에 달했던 시총과 비교하면 무려 84.54% 줄었다. 다만 페트로차이나는 여전히 중국 A주 최대 시총 기업의 자리를 이어가고 있다.
페트로차이나 주가 하락의 원인으로 전문가들은 ▲수익구조 미미 ▲국유기업 개혁 ▲부패 문제를 꼽았다.
실제로 상장 이래 페트로차이나 순익은 줄곧 하락세를 나타냈다. 2008년 1259억4600만 위안에서 2009년 1063억7800만 위안으로 하락했다. 2010년 1506억7500만 위안으로 반짝 증가세를 보였으나 2011년 1460억700만 위안, 2012년 1306억1800위안에 달했다. 올해 순익도 전년 동기 대비 소폭 늘어날 것으로 관측되는 등 순익 전망이 밝지 않다.
전문가들은 페트로차이나가 국영 석유기업으로 그 동안 업계 독점적 지위를 누려오면서 별다른 새로운 수익 구조를 창출하기 어려운 것으로 분석했다.
UBS 은행은 “페트로차이나가 최근 해외 석유자산을 매입하고 있지만 수익에 미치는 기여도는 제한적”이라며 “페트로차이나가 그동안 국유기업의 독점 구조에 과도하게 기대어 발전해왔다며 향후 개혁의 압력에 직면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진핑 지도부 출범 후 중국은 국유기업에 개혁의 메스를 들이대고 있으며 페트로차이나도 예외는 아니었다. 특히지난 11월 폐막한 중국 공산당 제18기 중앙위원회 3차 전체회의(18기 3중전회)에서 시진핑 지도부 경제정책의 핵심이 '시장역할 확대'로 확정되면서 국유기업이 개혁 수술대에 오를 것으로도 관측됐다. 중국 경제의 70% 이상을 차지하며 에너지, 통신, 은행 등 주요 분야에서 독점적 지위를 누리고 있는 국유기업을 개혁하지 않고서는 시장 역할 확대를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현재 페트로차이나는 중국 내 최대 석유회사이자 국영기업으로 거대한 기득권을 가지고 각종 비리와 부패의 온상으로 지목받고 있다.
지난 3월 중국 국영 석유기업인 페트로차이나 회장을 역임하다 국유자산감독관리위원회 수장으로 자리를 옮긴 장제민(蔣潔敏) 주임이 비리로 낙마한 데 이어 지난 8월엔 페트로차이나의 왕융춘(王永春) 부총경리를 비롯해 리화린(李華林) 부총경리 등 비리간부 ‘4인방’이 소환돼 조사를 받았다. 이어 9월에도 페트로차이나 총 회계사인 왕궈량(王國樑) 을 비롯한 관료 5인이 당국의 조사를 받았다.
지난 9월엔 페트로차이나의 전·현직 임원들이 부패 혐의로 중국 당국의 조사 대상에 오른 것과 관련해 미국의 투자자들이 페트로차이나에 대해 집단 소송을 제기하며 소송전에 휘말리기도 했다. 구체적인 손해배상 액수는 아직 밝혀지지 않았지만 상당할 것으로 업계는 관측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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