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러한 전쟁은 미국 땅에서도 어김없이 벌어지고 있다. 지난 2007년 7월 말, 일제강점기 시절 일본 정부와 군부에 의해 이뤄졌던 위안부 정책을 규탄하는 소위 ‘위안부 결의안’이 미 연방 의회에서 채택된 뒤 미국 정치권을 중심으로 각종 일본 관련 이슈를 놓고 한인과 일본인들의 보이지 않는 싸움이 계속되고 있다.
그동안 한인사회가 피해자의 입장에서 미국 주류사회에 일본의 만행을 알리는데 주력하는 공격이 이뤄졌다면, 이제는 일본의 본격적인 반격이 시작됐다고 봐도 무리는 아닐듯 싶다.
캘리포니아주에 세워진 ‘위안부 소녀상’을 철거해 달라는 텍사스의 한 네티즌의 서명운동이 최근 한창이다.
‘T.M’이란 이니셜을 사용하는 이 네티즌은 지난 달 11일 백악관의 청원사이트인 ‘위 더 피플’에 ‘글렌데일 시립공원의 위안부 소녀상을 철거해 달라’는 청원문을 올리고 ‘이는 평화의 동상을 가장한 위안부 동상으로, 일본과 일본 국민에 대한 증오를 부투기고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 사이트의 규정을 보면 청원서를 올린지 30일 이내에 서명인이 10만명을 넘으면 당국이 이에 대해 공식 답변을 하도록 되어 있다.
지난 1일 현재 이 청원문에 지지 서명을 한 네티즌의 수는 9만6000명을 넘었다. 이런 추세라면 이번 주 안에 지지 서명자가 10만명을 넘을 것으로 예상된다.
지지 서명자가 10만명이 되든 100만명이 되든 뭐가 문제냐고 할지 모르겠으나, 일단 미국이라는 나라의 정치적 영향력을 볼 때 백악관이나 해당 부서가 공식입장을 표명할 경우 그 파장은 크다고 할 수 있다.
특히 최근 아베 신조 정권의 우경화와 맞물려 미국 내에서도 우익 성향의 일본인들이 본국과 연계해 조직적으로 활동하고 있는게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다.
캘리포니아 위안부 소녀상 철거 청원 말고도 지난 달 12일에는 롱아일랜드 낫소카운티 소재 아이젠하워 파크의 종군위안부 추모비 철거를 촉구하는 성원이 또 올라지금까지 2만여명이 넘게 지지서명을 했다.
버지니아주에서는 현재 관내 학교에서 사용하는 교과서에 ‘동해병기’를 하도록 하는 법안이 추진 중이며 한 한인단체를 중심으로 법안 통과를 위한 활동이 한창 진행중이다.
‘미주한인의 목소리’라는 이 단체는 지난 2일 모임을 갖고 오는 8일 새 회기를 시작하는 버지니아 의회의 상하원 의원 140명에게 법안 통과를 호소하는 이메일 보내기 캠페인을 시작한다고 밝혔다.
지지의원이 많기에 법안 통과를 예상하고는 있지만 이 단체는 일본의 ‘막판 방해공작’을 우려하고 있다. 지난 2007년 연방하원에서 위안부 결의안을 표결에 부쳤을 때 일본인 출신 상원의원이 하원 본회의장에까지 찾아와 한명 한명 악수를 나누며 결의안 통과를 방해했던 기억이 있다.
이같은 행동에 같은 일본인 출신 하원의원은 맹비난을 퍼붓기도 했다. 이만큼 일본인들은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내는 일에 체면이고 뭐고 상관없이 적극 나서고 있는 것이다.
한국과 일본은 풀어야 할 숙제가 많다. 종군위안부와 동해병기를 비롯, 독도와 일본 극우세력의 도를 넘은 망동까지 어쩌면 두 나라가 존재하는 한 영원히 풀리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한국 본토와 해외에 있는 동포들이 감정적이 아닌 이성적인 방법으로 해결점을 찾아나선다면 한인들 가슴 속에 남아 있는 일본에 대한 악감정과 앙금을 씻어 낼 수 있지 않을까.
항상 하는 말이지만 준비를 철저히 해야 한다. 일본은 치밀한 계획과 작전을 바탕으로 공격한다. 미국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련의 소위 ‘한일전’을 보면 분명 오랜기간동안 준비해 왔음을 알 수 있다.
지금까지의 조용한 전쟁은 할만큼 한게 아닐까. 이제 한국은 본격적인 공격에 나서야 할때가 됐다는게 한인사회의 목소리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