급기야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은 지난 11일 오후 5시부터 서울 용산구 이촌로 의협 회관에서 550여명의 전국 대표들이 참석한 가운데 ‘의료제도 바로 세우기 전국 의사 총파업 출정식’을 열었다.
출정식은 12일 새벽 2시까지 ‘각 주제별 분과토의’에 이어 ‘종합토의’를 거쳐 전국의사 총파업 시작일을 오는 3월3일로 최종 결정하며 ‘의료대란’의 위기감을 고조시켰다.
◆ ‘낮은 의료수가’ 의료계 불만의 핵심
의협이 3월3일 총파업을 결의한데는 여러 요인이 복합적으로 작용했다.
현재 정부와 의료계의 갈등은 원격의료 논란으로 촉발해 의료법인의 자회사 설립 문제 등이 쟁점이다.
정부가 도서지역 주민이나 거동이 불편한 만성질환자를 중심으로 원격의료를 시행하겠다고 밝힌 것에 대해 의료계는 의료의 질이 저하되고 대형병원 쏠림 현상이 가속화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의사의 오진 가능성을 높여 국민 건강권을 크게 해칠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대해 정부는 원격의료만을 전문으로 하는 의료기관은 개설할 수 없으며 원격 진료를 받더라도 주기적으로 의료기관에 찾아가 대면진료를 받아야 하기 때문에 의료계가 우려하는 일은 일어나지 않을 것이라고 반박했다.
의료법인 자회사 설립을 두고도 첨예하게 대립했다.
의료계는 정부가 제4차 투자활성화대책의 핵심사항으로 의료법인의 자회사 설립을 통한 영리사업 허용을 내세우자 사실상 의료민영화라며 크게 반발했다.
의료법인이 자회사를 설립해 부대사업을 하는 것은 합볍적으로 영리자본의 병원 개입 통로를 열어주는 것이라 주장했다.
그러나 정부는 투자활성화 대책이 의료법인의 지배구조를 전혀 건들지 않으며 건강보험체계의 틀을 깨지 않기 때문에 의료민영화와는 무관한 정책이라고 주장했다.
또 자회사가 부대사업으로 벌어들인 수익은 반드시 병원 사업에 쓰도록 제한하고 모회사인 의료법인과 자법인의 회계를 분리하는 등 강한 방화벽을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의료법인이 자회사를 설립해 수익을 얻으면 모법인의 경영 악화 개선에 도움이 되고 해외 환자 유치나 의료기술 수출 관련 자회사 설립으로 의료 산업 전반이 활성화, 일자리 창출 효과도 극대화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의료계는 정부의 투자활성화 대책이 의료행위 자체로 병원 운영에 필요한 수익을 낼 수 없는 구조적인 문제에 묶여있다고 반발했다.
정부는 의사들의 의견대로 수가를 인상하려면 결국 건강보험료를 올릴 수밖에 없는데, 국민 부담이 커지는 건보료 인상에 대해서는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 정부ㆍ의료계, 극단적 상황은 서로가 부담
의료대란 상황으로 번지는 것에 대해서는 의료계ㆍ정부 양측 모두가 서로 부담스러워 하고 있다.
의협은 의료제도바로세우기 전국의사 총파업 출정식 결의문을 통해 정부가 일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원격의료법 개정안과 투자활성화대책 등 영리병원 추진을 반대하며 잘못된 건강보험제도의 근본적인 개혁을 강력히 요구했다.
또한 정부가 의협을 비롯한 모든 보건의료 전문단체의 의견을 무시하고 원격의료와 영리병원 추진 강행을 중단하지 않고 있는 것은 관치의료의 전형이라고 비난했다.
하지만 전국의사 총파업의 시작일은 3월3일로 결정됐으나 정부의 입장 변화에 따라 의협 비상대책위원회를 통해 유보될 수 있다고 밝혀 대화의 여지를 남겼다.
의협은 정부가 제안한 민관협의체 참여여부에 대해선 불참키로 했고 의료계의 요구를 협의하기 위해 새로운 협의체를 정부 측에 제안할 방침이다.
정부는 의협의 3월3일 총파업 결의에 대해 의료계와 협의체를 통해 조속히 대화에 나설 것임을 밝혔다.
의협이 협의체를 구성해 논의하겠다는의 입장을 밝힌 점에 대해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열린 자세로 동네의원의 어려움을 개선하고 1차의료를 활성화하기 위한 방안 마련을 위해 대화에도 나서겠다고 전했다.
이영찬 보건복지부 차관은 12일 대한의사협회에서 발표한 전국의사대표자 결의문에 대해 “상당수 왜곡하고 있는 부분에 유감스럽다”면서 “다만 정부도 협의체에에서 대화에 임하기로 한 결정을 존중한다”고 밝혔다.
이어 “정부도 열린자세고 조속히 대화에 임하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복지부는 국민의 건강을 볼모로 하는 불법 파업은 어떠한 경우에도 용납될 수 없고, 국민이 동의하지도 않을 것이라며 법과 원칙에 따라 엄정히 대처해 나갈 것을 재차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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