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채명석의 배이야기>한국 건조선박이 미국내 항해 못하는 이유는?

  • 존스 액트(1), “미국서 건조된, 미국 국적선으로 운송해야”

대우조선해양이 건조해 미국의 마린로그지로부터 올해 최우수 선박으로 선정된 히레마의 심해 파이프설치선 ‘에기르(Aegir)’호의 모습


아주경제 채명석 기자 = 오는 3월 15일은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발효한지 2년을 맞는다.

협상 과정에서 많은 이견이 첨예하게 대두됐고, 타결 후에도 재협상 여부에 대한 논란이 지속됐지만 어쨌건 FTA는 발효돼 새로운 미국 시장 진출의 도구로 활용되고 있다.

협상 과정에서 미국은 쌀 시장 개방을 강력히 요청했는데, 이 때 우리 정부가 제시한 카드는 ‘존스 액트’(Jones-Act)라는 법안의 부당성이었다. 이 법안의 폐지를 요구하자 미국의 쌀 시장 개방 요구는 한 풀 기가 꺾였고, 존스 액트에 대한 문제는 논외로 한다는 합의 덕분에 한국은 내수 시장 방어라는 성과를 얻었다는 이야기는 유명하다.

산업통상자원부와 외교부가 한국 기업이 해외 각국에 진출할 때 애로를 겪게 되는 통상 장벽을 정리해 매년 발간하는 ‘외국의 통상환경’에도 매년 빠지지 않고 거론되는 것이 존스 액트이며, 한국은 물론 다른 국가와 심지어 세계무역기구(WTO)에서도 이 법의 부당성을 지적하고 있다.

이처럼 미국이 존스 액트에 대해 과민할 정도로 집착한 이유는 자국산업의 이권을 보장해 주겠다는 보호무역주의가 그 배경으로 지목됐다. 즉, 미국은 해운과 조선업에 있어 자국에서 건조된, 자국의 소속으로 된 국적선으로 운송해야 한다는 관련 법 규정들을 통해 해운 서비스 시장 개방을 제한하고 있다.

정부가 발간한 ‘2013년 외국의 통상환경’를 통해 제기한 미국의 관련 법안 내용들을 살펴보면 존스 액트를 비롯한 다양한 관련 법안들이 묶여 외국업체의 시장 진입을 막고 있음을 보여준다.

먼저 ‘1904년 군사화물 우선적취법’(Military Transportation Act, 1904)은 해외에 주둔하고 있는 미국의 군사기지에 수송되는 모든 군수품을 포함한 물자는 반드시 미국 국적선에 의해 수송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1934년 공식결의 제17호(Public Resolution No.17)는 미국의 정부기관(수출입 은행 포함)이 시행하는 차관으로 조달된 생산물은 반드시 미국 국적선에 의해 수송돼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다만, 해사청이 미국 상선대가 충분한 선박 및 적재능력, 적당한 운임을 제공하지 못한다고 결정을 내린 경우, 차관 수혜국에게 50%까지 적재를 허용하고 있다.

‘1936년 미국 해운법(Shipping Act of 1936)’에 따르면, 정부 공무원 이사화물은 미국 국적선으로 수송돼야 한다고 규정돼 있고, ‘1961년 공법’ 제664호(Public Law 664, 1961)에는 미국 국적선이 적정한 운임을 제공할 경우 적어도 정부관련 화물의 50%는 미국 국적선에 의해 수송돼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1985년 식품안전법(Food Security Act of 1985)’상에는 잉여농산물 등 외국원조 프로그램에 의해 지원물자의 최소한 75%는 미국 국적선에 의해 수송돼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1920년 미상선법(Merchant Marine Act of 1920)’ 27장은 미국 내 화물운송은 “미국에서 건조되고 미국 국민이 소유하고 있는 미국 국적선(U.S. built, U.S. owned, U.S. flag vessel)에 의해서만 수송돼야 한다”고 규정돼 있다. 이 규정이 바로 ‘존스 액트’다.

또한 1936년 미상선법(Merchant Marine Act of 1936)의 Section 901’을 개정한 화물우선적취법(Cargo Preference Act of 1954)은 미국 정부기관이 소유하거나 재정 지원하는 화물의 최소한 50%를 미국적 선박이 운송하도록 하고 있다. 다만, 미국선박의 운임이 합리적이지 않거나 외국 선박을 사용해야 하는 유효한 사유가 있을 경우에는 외국선박에 선적이 가능하다.

그 밖에 ‘1995년 알래스카산 석유 금수해제법’은 알라스카에서 생산되는 석유를 해외 수출할 경우 미국 국적선박을 이용해야 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러한 법적 보호 장치가 나오게 된 배경은 1·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국은 자국 영토가 전쟁의 피해를 거의 입지 않은 덕분에 이 기간 동안 군함을 포함해 다량의 선박을 건조함으로써 조선업과 해운업 모두 호황기를 거뒀기 때문으로 분석됐다. 당시 조선과 해운부문 세계 최대 국가였던 미국 조선소들의 생산능력과 경쟁력이 월등했기 때문에 굳이 조금 더 싸다고 해운사들이 외국으로 가서 선박을 지어달라고 요청할 리 없었고, 세계 최대 경제대국이라는 막강한 미국의 내수시장에 해외 업체의 진출을 허락할 필요가 없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시대의 흐름을 제대로 집어내지 못한 미국 정부는 존스 액트로 인해 결과적으로 자국의 조선 및 해운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야 말았다는 주장이 설득력을 얻고 있다.
<자료: 산업통상자원부, 외교부, 현대중공업, 삼성중공업, 대우조선해양, STX조선해양, 한진중공업, 성동조선해양, 현대미포조선, 현대삼호중공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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