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정보유출 사태에 연루된 금융사의 CEO들이 대거 사의를 표명한데다, 금융당국 수장들마저 흔들리고 있어 잠잠하던 금융권에 다시한번 인사태풍이 휘몰아칠 것으로 예상된다.
◆ CEO 선임 마무리 시점에 '정보유출 변수'
26일 금융권에 따르면 당초 한국은행, 수출입은행, 하나은행과 외환은행 등이 2~3월께 신임 수장을 선임하면서 금융권 CEO 인사가 일단락 될 예정이었다. 김중수 한은 총재와 김용환 수은 행장의 임기는 각각 3월과 2월 끝난다.
하나금융그룹 계열사 CEO들의 임기도 같은 시기 만료된다. 최흥식 하나금융 사장, 김종준 하나은행장, 윤용로 외환은행장 모두 임기가 3월까지다. 올해 들어 금융권에선 이들의 연임 여부가 최대 관심사로 떠올랐다.
또 이들의 거취가 결정되면 금융권은 전반적으로 조직개편을 마무리 할 수 있게 된 상황이었다. 그러나 예상치 못했던 변수가 생기면서 금융권 인사태풍은 좀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개인정보 유출사건으로 3개 카드사는 물론이고 일부 금융지주사와 은행의 임원들까지 줄줄이 사의를 표명한 것이다. 이달 중 사의 표명을 할 CEO 및 임원이 더 늘어날 가능성도 있다.
◆3개 카드사 및 일부 은행, 임원 줄줄이 사퇴
이번 정보유출 사태의 중심에 있는 3개 카드사 사장들은 일찌감치 사의를 표명했다. KB국민카드의 경우 심재오 사장을 비롯해 임원 9명이 책임을 지고 물러날 뜻을 밝혔다. 롯데카드 역시 박상훈 사장을 포함한 임원 9명이 사의 표명을 했다. 손경익 NH농협카드 분사장도 자리에서 물러나기로 했다.
KB금융지주에서도 윤웅원 부사장 등 집행임원 10명, 국민은행의 경우 이건호 행장 등 8명이 임영록 회장에게 사의를 전달했다. 지난해 말 고객정보가 유출된 외국계 은행도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한국스탠다드차타드(SC)은행에선 IT업무를 총괄하는 김수현 부행장이 정보유출 사태에 책임을 지고 사의를 표명했다. 정보유출에 대한 문책은 아니지만, 리차드 힐 SC은행장 역시 임기를 2년이나 남겨둔 시점에서 교체된다. 하영구 한국씨티은행장 역시 책임론으로 압박받고 있다.
물론 사의를 표명했다고 반드시 자리에서 물러나는 것은 아니다. 다만 3개 카드사 CEO에 대해선 금융당국이 해임권고 징계를 내릴 예정인만큼, 이들 카드사는 새 CEO를 물색해야 한다.
가장 주목 받는 것은 이건호 행장의 교체 여부다. 지난해 7월 취임한 이 행장은 이번 정보유출 사건에 직접적인 책임이 없는 게 사실이다. 오히려 행장이 또 바뀌면 조직이 더 흔들릴 수도 있다. 따라서 임영록 회장이 이 행장 및 일부 임원의 사표는 반려할 가능성도 충분하다.
◆ 신제윤-최수현, 끊이지 않는 책임론
신제윤 금융위원장과 최수현 금융감독원장에 대해서도 책임론이 끊이지 않고 있다. 정치권에서도 금융당국의 두 수장을 질타하는 목소리가 쏟아진다.
특히 지난 23일 박근혜 대통령이 해외 순방을 마치고 귀국하면서, 박 대통령이 두 수장에게 어떤 책임을 물을지도 관심사다. 일각에선 박 대통령이 귀국하기 전 22일 정보보호 관련 종합대책을 발표하고, 귀국 후 사의를 표명하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제기됐었다.
하지만 금융당국 수장을 교체하는 것에 대해선 신중해야 한다는 의견도 많다. 금융권 한 관계자는 "많은 금융사 CEO들이 물러나면서 어수선한데, 행여나 금융당국 수장까지 교체된다면 사태 수습에 더 혼란을 초래할 수도 있지 않겠냐"고 말했다.
한편 이번 사태의 장본인 격인 코리아크레딧뷰로(KCB)의 경우 이사회가 김상득 대표이사를 비롯한 임원들의 사임 의사를 받아들이기로 했으며, 대표이사 후보추천위원회를 발족해 후임 선정작업에 착수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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