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들에게 가격인상 시기를 늦추거나 인상 철회를 종용하는 등 과거 방식도 더 이상 통하지 않는 모양새다.
정권 초기에 강력한 물가정책으로 고삐를 죄었지만 실적 악화에 시달리던 기업들은 '터질 게 터졌다'는 분위기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작년 연말부터 시작된 식품업계의 가격 인상은 새해 들어서도 계속되고 있다.
지난해 밀가루·우유가격 인상 등으로 원재료비 부담이 커지고, 소비 축소로 실적이 악화되자 가격인상을 통해 만회하겠다는 전략이다.
오리온은 지난 연말에 주력 상품인 초코파이 가격을 기존 4000원에서 4800원으로 20% 인상한다고 밝혔다. 후레쉬베리·고소미 등 과자류도 최대 25%까지 올렸다. 특히 가장 잘 팔리는 초코파이 가격은 1년 동안 무려 50%나 인상됐다.
실제로 2012년 9월 3200원이던 초코파이는 24.7% 올라 4000원으로 인상됐고, 이번에 20%를 높여 4800원까지 뛰어오르게 됐다. 1년새 1600원이나 오른 셈이다.
한국코카콜라도 올해 코카콜라와 스프라이트·파워에이드·조지아커피 등의 출고가를 평균 6.5%나 인상했다.
외국계 기업이 가격을 인상하자 국내 식음료업체들도 뒤를 잇고 있다.
음료업계 1위 롯데칠성은 오는 10일부터 사이다를 비롯한 일부 음료제품 가격을 평균 6.5% 인상키로 했고, 농심은 새우깡을 비롯한 스낵류와 즉석밥·웰치주스 등을 평균 7.5% 올렸다.
이같은 가격 인상 행렬은 수입화장품과 명품까지 이어지고 있다.
로레알그룹 화장품브랜드 비오템과 아르마니·입생로랑 등은 지난 1월부터 2~7% 가격을 인상했다.
비오템의 대표 제품인 아쿠아 파워 스킨(200ml)은 5만1000원(4%), 로션(75ml)는 5만3000원(6%), 클렌징폼(125ml)은 3만4000원(6.25%) 올랐다.
조르지오 아르마니 코스메틱도 올해 2.6~4.2%, 입생로랑은 4~5% 가격을 인상했다.
에스티로더·지방시·베르사체 등 브랜드들이 향수 및 주요 화장품의 면세점 가격을 이달 3~5% 인상됐다.
프라다·샤넬·페라가모 등 명품 업체들은 이미 지난해 가격을 인상했고, 불가리는 이달초 일부 보석류 가격을 1.8% 올렸다. 로렉스도 오는 3월부터 일부 제품가를 인상할 예정이다.
문제는 이번 인상이 단지 신호탄이라는 점이다.
소비심리 악화로 지난해 실적이 부진한 기업들로서는 어쩔 수없이 가격인상을 선택할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특히 지난 MB정권 때부터 이어진 '짓누르기'식 물가안정 대책에 곪을대로 곪은 기업들의 인상욕구가 터질 수밖에 없다는 분석이다.
식품업체들은 원재료 가격이 오르면서 강한 인상압박을 받고 있으며, 원가 및 물류비 부담이 커지는 화장품ㆍ패션 업체들도 이를 피해갈수 없는 입장이다.
특히 가격인상 움직임이 번지기 시작하면 생필품 전반에 걸쳐 가격인상 움직임이 일수 있다는 우려가 높아가고 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기업들이 수년간 가격 상승을 억제해 온 만큼 물가가 안정된 지금이 인상의 적기라는 판단을 내린 것 같다"며 "생필품을 중심으로 가격 인상이 봇물을 이룰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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