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아주경제 박선미 기자 = 금융권이 '어닝쇼크'에 휘말렸다. 저성장·저금리 기조에 따라 은행의 예대마진이 감소한데다 기업 구조조정으로 인한 충당금 적립 등이 실적 감소를 부추겼다.
올해는 최악의 실적을 낸 지난해와 달리 경영실적이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지만, 이또한 리스크 관리 등 구조적인 개선 없이는 일회성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다.
9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 7일까지 지난해 실적을 발표한 KB금융지주, 우리금융지주, 하나금융지주의 지난해 순이익은 2조5922억원으로 2012년 4조9858억원보다 48.01%( 2조3936억원) 줄었다.
지주사 별로는 KB금융의 연간 순이익은 1조2830억원으로 집계됐다. 이는 2012년 순이익(1조7310억원)보다 25.9%(4480억원) 줄어든 규모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가 11개 증권사의 실적 전망치를 집계한 컨센서스 수치(1조3392억원)와 비교하면 순이익이 600억원이나 적다.
우리금융의 경우 지난해 5915억원의 실적을 낼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었지만, 순이익은 2892억원에 그쳤다. 2012년 연간 순이익(1조6333억원)에 비해 82.3%나 감소한 수치다. 주력 계열사인 우리은행은 지난해 순이익이 5760억원에 그쳤다. 전년 1조4962억원에 비해 순익이 9203억원 줄어들었다.
하나금융 역시 1조200억원으로 컨센서스(1조1025억원)에 못 미쳤다. 전년(1조6215억원)대비 로는 6015억원(37%) 감소한 규모다. 하나은행은 지난해 충당금 전입액 감소 등에 힘입어 순이익이 전년 대비 1600억원 증가한 7341억원을 기록했다. 그러나 외환은행은 자회사에 대한 손상손실 반영 등으로 순이익이 전년 대비 2687억원(42.3%) 감소한 3657억원으로 반토막 났다.
오는 11일 실적을 발표하는 신한금융지주 역시 지난해 순이익이 전년보다 줄어들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11개 증권사는 신한금융의 순익을 16.4% 정도 줄어든 1조9400억원에 예측했다.
문제는 당장 올 1분기도 수익성 개선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이라는 점이다. 고객정보 유출사태로 그동안 금융지주사 실적을 방어해왔던 카드사와 보험 등 비은행 계열사의 영업에 제약이 심해질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한 금융지주 관계자는 "1분기에는 은행의 NIM이 좀처럼 개선되지 않는 모양새"라며 "비은행 계열사의 영업정지도 1분기 금융지주사 실적에 영향을 끼칠 수밖에 없는 구조다"고 말했다.
다만 올해 전반적으로는 최악의 실적을 낸 지난해와 달리 경영실적이 나아질 것이라는 전망이 많다. 경기회복으로 순이자마진(NIM)의 상승 반전할 것이라는 이유에서다. 김인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경기회복에 따른 대출성장으로 이자이익이 큰 폭으로 늘어 NIM이 상승전환을 보일 것"이라며 "건설, 조선, 해운 등 구조조정 마무리로 대손충당금 전입도 하향 안정화될 것"으로 예상했다.
금융연구원도 올해는 순익이 30%가량 반등할 것으로 진단했다. 미국 경기의 회복에 따른 양적완화 축소로 시장금리 상승 가능성이 있고, 이 같은 여건 변화에 따라 기준금리도 정상화할 수 있다는 기대다.
이수진 금융연구원 연구위원은 "은행 수익은 나아지겠지만 구조적 개선 없이는 일시 회복으로 그칠 수 있다"며 "은행들이 대손충당금 적립 확대, 리스크 관리 강화, 윤리경영·정도경영으로 위험 대응 능력과 신뢰도를 높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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