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와대 핵심 관계자는 "무라야마 전 총리의 방한 소식을 듣고 면담 일정을 검토하고 있으며 종합적으로 고려해 결정할 것"이라고 10일 밝혔다.
청와대 관계자는 "무라야마 전 총리가 미래 지향적 한·일 관계를 위해 노력해 온 점을 감안해 면담을 적극 추진하자는 의견이 많다"며 "그러나 한·일 관계가 악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어 최종 결정은 내려지지 않았다"고 9일 밝힌 바 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역대 일본 정권 중 식민 지배를 공식 인정하고 가장 적극적으로 사죄한 지도자다. 그는 지난 1995년 종전(終戰) 50주년 담화에서 "일본이 전쟁으로 국민을 존망의 위기에 몰아넣었고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의해 여러 국가와 국민에게 다대(多大)한 손해와 고통을 줬다"며 "통절한 반성과 사죄"를 언급했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최근 아베 신조(安倍晋三) 일본 총리의 야스쿠니 신사 참배에 대해 "왜 나쁜 일이 될 것을 알면서도 참배하느냐"며 "본인의 기분을 만족시키기 위해 나라를 파는 것 같은 총리가 있는가"라고 강하게 비판했었다.
이에 아베 총리는 최근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하겠다"면서도 '식민지 지배와 침략'에 대해선 언급하지 않아 논란을 일으켰다.
무라야마 전 총리는 12일 국회에서 '올바른 역사 인식과 한·일 관계 정립'을 주제로 강연과 좌담회를 갖고 13일에는 김대중 전 대통령의 부인 이희호 여사도 만날 예정이다.
이번 강연과 좌담회에서도 아베 총리의 역사 인식과 우경화 움직임에 대해 비판적 입장을 밝힐 가능성이 높다.
박 대통령도 올 초 CNN과의 인터뷰에서 "일본 지도자들은 무라야마 담화를 계승해야 한다"면서 아베 정권을 압박한 바 있다.
그러나 박 대통령과 무라야마 전 총리의 만남이 이뤄질지는 아직까지는 불투명하다.
박 대통령이 취임 1년이 다 되도록 아베 총리와의 정상회담은 거부하고 있는 상황에서, 무라야마 전 총리와 면담을 할 경우 한일관계 경색 국면은 더욱 장기화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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