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양종곤 기자 = 국내 증권업계 수익성 1위인 한국투자증권이 올해 해외 시장을 본격적으로 공략하겠다는 각오를 내비쳤다. 중장기적으로 일본 다이와 증권그룹, 노무라 증권 등 아시아 유수의 투자은행(IB)과 어깨를 나란히 해보겠다는 포부다. 이는 국내 시장에서 '제 살 깎기'식 경쟁은 더 이상 의미가 없다는 판단에서다.
유상호 한국투자증권 사장은 "어려운 국내 증시 상황 속에서 창조금융을 위해서는 해외로 눈을 돌려야 한다"며 "아시아 탑 5 IB 진입이라는 중장기 목표와 진정한 '뉴 머니(New Money)' 창출을 위한 글로벌 경영을 진일보시키겠다"고 말했다.
한국투자증권은 2011~2012년 회계연도 당기순이익 규모가 국내 증권사 가운데 가장 많았다. 이 회사는 2013년 회계연도 순이익 규모도 업계 1위가 될 것으로 자신하고 있다.
이는 주식거래 중개를 비롯해 자산관리, IB사업 등 전 사업부에서 고르게 성과를 낸 결과다. 기업공개, 회사채, 공모증자, 부동산금융 등 전 부문에서 업계 1~2위의 위치를 지키고 있다.
특히 한국투자증권 IB사업은 각 부별로 세분화돼 전문성을 갖추고 있다고 업계에서 평가받고 있다. 기업금융본부와 프로젝트금융본부가 각 부를 총괄하는 컨트롤 타워 역할을 충실하게 수행 중이다.
IB사업은 일찌감치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뛰어든 한국투자증권의 해외 시장 성과를 가늠하게 할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은 업계 최초로 해외자원개발 사업에 투자하는 두 개의 사모투자전문회사(PEF)를 3800억원 규모로 운용하고 있다. 이 중 지난 2012년 8월 설립한 데보니안 해외자원개발 PEF는 작년 9월 첫 투자로 캐나다 타이트오일 가스 개발 지분 37.5%를 인수하고 총 1억4000만불을 투자하기로 했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셰일 가스, 타이트 오일 등 새로운 석유가스 자원이 에너지 혁명을 주도하고 있다"며 "이번 투자를 통해 관심이 집중되는 북미시장에 진입하고 향후 추가적인 개발사업에 투자할 기회를 모색하겠다"고 전했다.
이와 함께 지난 2012년 설립돼 운용 중인 글로벌다이너스티 해외자원개발 PEF는 영국 북동부 육상가스 개발자산과 발전소 보유기업 등에 투자되고 있다. 내년 말까지 호주, 북유럽 등 자원개발 사업에 1300억원을 투자할 계획이다.
이같은 성과의 배경에는 한국투자증권이 갖춘 해외 네크워크 역량이 꼽힌다. 한국투자증권은 작년 말 기준 미국 뉴욕을 비롯해 6개 해외법인과 2개 해외사무소를 운영하고 있다.
이는 일부 대형 금융사가 실시하고 있는 실익과 상관없이 금융 중심지만을 선점, 보여주기식 해외사업과는 적잖은 차이를 보이고 있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10년 인수한 베트남 증권사 '키스(KIS) 베트남'의 지분을 48.8%에서 최근 92.3%로 늘렸다. 인수 당시 업계 61위였던 이 증권사는 현재 25위로 성장했고, 올해 업계 15위까지 순위를 올릴 계획이다.
이와 같이 한국투자증권은 기존의 증권사 수익 구조는 한계에 부딪쳤다고 판단, 새로운 사업에 더욱 역량을 기울이겠다는 각오다. 이미 IB와 자산관리를 결합한 사업모델로 수익을 내는 방식도 업계에서 주목받고 있다.
최근 정부가 내놓은 금융업 경쟁력 강화방안은 이같은 한국투자증권 판단에 힘을 실어줄 것으로 보인다.
한국투자증권은 지난 2005년 동원증권과 통합 이후 단 한번도 물리적 구조조정을 하지 않았다. 최근 증권사들이 수익성이 악화돼 비용절감 차원에서 구조조정 작업을 진행하는 것과 상반된 모습이다.
한국투자증권 관계자는 "비용절감 등을 통한 내부 효율성을 높일 수 있는 노력을 게을리 해서는 안 된다"며 "하지만 물리적 구조조정이 아닌 '직원 의식의 구조조정'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전했다.
이는 유상호 사장이 매년 강조하는 '정도영업'과 뜻을 같이 한다.
유 사장은 "올해 자본시장 신뢰회복의 원년으로 삼고 그동안 지켜온 정도영업을 굳건히 뿌리내리겠다"며 "고객들이 자본시장에 투자하는 매력을 느낄 수 있도록 만족할만한 투자의 장을 만들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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