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주진 기자 =집권 2년차를 맞은 박근혜 대통령의 리더십이 시험대에 올라 있다.
박 대통령의 국정수행지지도는 약 50%대 후반이지만 부정적인 평가도 30~40%에 이른다.
2월 셋째주 갤럽 여론조사를 보면 박 대통령이 잘못하고 있다는 응답자 34% 가운데 소통미흡․비공개․불투명성을 요인으로 꼽은 응답자는 16%, 독선․독단․자기중심을 꼽은 의견도 6%나 됐다.
지난 1년 간 언론에서는 박 대통령의 리더십을 ‘깨알’ ‘만기친람’으로 평가했고, 야권과 일부 전문가들은 박 대통령의 불통의 배경에는 ‘권위주의적. 제왕적 리더십’이 자리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고 원 서울과학기술대학교 교수는 24일 경실련이 주최한 박근혜정부 1주년 평가에서 "박근혜정권은 권위적, 제왕적 리더십을 바탕으로 일사불란한 내부체제를 강화하고, 야당과 일부 여론의 저항에 단호하게 대응해 나가면서 철저한 자기주도의 국정운영을 이끌어갔다"고 평가했다.
여권 내에서조차도 일방통행식 당청관계의 주요 원인으로 박 대통령의 불통 리더십을 꼽는 등 적지 않은 불만의 목소리가 터져 나오고 있다.
박 대통령의 제왕적 리더십은 '만기친람', '깨알지시'가 대표적이다.
박 대통령이 주재하는 수석비서관회의, 국무회의의 분위기는 상당히 경직돼있다. 박 대통령이 깨알 지시를 내리면 대부분 머리를 숙이고 받아 적기에 바쁘다. 오죽하면 ‘적자생존(적는 자만이 살아남는다)’는 말이 청와대와 관가에서 유행할 정도다.
박 대통령이 수시로 수석비서관, 장관들과 통화하거나 불러서 얘기를 나눈다고 하지만, 이는 보고를 받고 지시를 내리기 위함이지 토론을 벌여 의견을 구하는 것은 아니라는 게 여권 관계자의 전언이다.
‘만기친람형’ 리더십을 바꿔 말하면 “내 소신만이 원칙과 신뢰”라는 독선적 리더십이 깔려있다고 한 전문가는 지적한다.
2004년 한나라당 시절부터 국민을 가장 많이 만난 정치인으로 꼽힐 만큼 현장 방문 횟수도 많고, 민원을 직접 챙기기 때문에 소통을 잘하고 있다고 박 대통령은 답했다. 자기 방식대로의 소통법인 셈이다.
국가정보원 대선개입 의혹 사건을 비롯해 '서울시 공무원 간첩사건'에서 국정원의 증거조작 의혹이 중국의 공식 문서로 확인됐지만, 박 대통령은 이에 대해서는 한마디도 하지 않고 있다. 박 대통령은 자신을 향한 ‘불통’ 지적을 ‘떼쓰기에 적당히 타협하라’는 부당한 요구로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야당을 존중하는 대통령이 되겠다고 강조했음에도 여의도와 거리두기로 일관하면서 야당과의 관계가 단절되다시피 한 것도 ‘유체이탈식’ 원칙에 기인한다.
김한길 민주당 대표는 “박 대통령은 입버릇처럼 비정상을 정상화하겠다고 하지만 지금 국정원과 검찰이 초법적 불법적으로 나라는 망치는 상황에 대해서 또 침묵하고 있다”면서 “국기문란에 대한 대통령의 침묵이야말로 비정상의 극치”라고 지적했다.
1년 동안 난맥상을 보여 온 인사 역시 ‘나만이 옳다’는 식의 독특한 원칙에서 기인한다.
청와대 1~2기를 거치면서 정치인은 김기춘 비서실장과 이정현 홍보수석 단 둘 뿐이다. 나머지는 전문가와 관료로 채웠다.
정부 출범 초기와는 달리 최근 들어 교수 출신인 유민봉 국정기획수석을 비롯해 전문가 출신 비서진의 힘이 점차 빠지고 있다는 얘기가 청와대 안팎에서 심심찮게 들린다. 외교관 출신 정무수석은 대통령의 뜻을 전달하는 것 말고는 재량권이 거의 없다는 얘기도 나온다.
한 비서관은 “청와대 내에선 관료 출신들끼리 인맥을 형성하고 다른 출신들은 소외되는 분위기가 있다. 오죽하면 ‘우리는 외부고시 몇기입니다’는 식의 우스개를 하곤 한다”며 “청와대 행정관들 뿐 아니라 부처 실.국장들에게도 말이 먹히지 않아 일하기 힘들다는 생각이 들 때가 많다”고 토로했다.
몇몇 비서관이나 행정관도 ‘직위에 걸맞은 임무가 주어지지 않은 데다 제대로 항의조차 못하는 비서실 풍토’에 실망해 떠났다고 한다.
이 같은 풍토는 곧 ‘일 안하는 청와대’로 이어지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실제 한 언론은 오후 6시10분이면 청와대 연풍문 앞에서 퇴근버스를 타려는 청와대 직원들이 줄을 잇는다는 보도를 하기도 했다. 요즘에는 저녁 8시만 돼도 비서동에는 전화를 받는 자리가 드물다는 얘기도 나온다.
최진 대통령리더십연구소장은 "적극적으로 국정을 펴 나가는 것은 좋지만 소통부재 논란을 불식시키는 일을 병행해야 한다. 그래야 2년차를 안정적으로 갈 수 있다"면서 “2년차에 대통령이 나쁜 이미지로 굳어지면 이후에는 어떤 정책도 먹히지 않을 가능성이 높다”고 지적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