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생활건강 광화문 사옥에 있는 남ㆍ여 화장실에는 차 부회장이 직원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가 있다. 화장실 칸마다 차 부회장이 직접 작성한 한 편의 글이 부착되어 있는 것이다. 종류도 2~3개로 칸마다 달라 돌려보는 재미도 쏠쏠하다.
한 평(3.3㎟)짜리 화장실 한 칸에 붙어있는 최고 경영자의 메시지는 임직원들의 사기를 북돋는 역할을 한다.
차 부회장의 글에는 업계 1위 기업을 이끄는 CEO로서 으레 강조하기 쉬운 '최고','경쟁','승리' 등 최상급 수식어가 없다. 대신 그가 경영자로서, 인생 선배로서 직원들에게 해주고 싶은 말들이 담담한 필체로 적혀있다.
관리는 조직문화부서가 맡지만 글은 차 대표가 직접 작성한다. 특정 이슈가 없을 때는 2~3개월마다 주기적으로 바뀐다.
화장실에 적힌 글을 보면 차 회장이 평소 중시하는 것을 바로 알 수 있다. 최근에는 저성장 기조의 경제상황을 의식하며 "남들보다 야무지게 일해야한다"고 주문했다.
이어 "'야무지다는 말은 사람의 성질, 행동 등이 빈틈없이 단단하고 굳세다'는 의미"라며 "장기 소비 위축, 엔저 등으로 어려운 시기를 빈틈없고 굳세게 이겨나가야 새로운 사람, 회사로 거듭날 수 있다"고 말했다.
또 최근 실적 행진과 관련해 "주요 경쟁사들이 어려움을 겪고 있는 상황에서 '우리는 이정도면 잘하고 있는 거다'는 분위기도 일부 있는 것 같다"며 "우리의 비교 대상이 '자신'이 아닌 '남'이 되는 생각은 매우 위험한 것"이라고 지적했다.
아울러 "직원분들이 얼마나 불편한 날들을 견디고 있는지 잘 알고 있다"며 "오늘의 시련을 견디는 여러분이 자랑스럽다"고 독려하기도 했다.
LG생활건강이 수년간 공격적으로 추진하고 있는 인수합병(M&A)을 염두한듯 "우리가 하는 일은 '반드시 옳고 그름'이 없는 사회과학이기 때문에 어떤 선택을 해도 조직의 절반은 지지하지 않기 마련"이라며 "그렇게 때문에 경영에서는 Accuracy(정확성)보다 Consistency(일관성)가 훨씬 중요하고, 해볼만한 시도라고 생각될 때 지속적으로 도전하고, 실패하더라도 칭찬해주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화장실 소통은 사내에서도 반응이 좋다.
LG생활건강 관계자는 "사보ㆍ사내 인트라넷ㆍ직원 조회 등을 통해 직원들을 한자리에 모아 메시지를 전달하는 인위적인 방법보다 일상생활에서 자연스럽게 접할 수 있는 방법이기 때문에 직원들의 관심과 파급력이 매우 크다"며 "직원들이 CEO 메시지를 읽어보며 회사의 정책이 나오게 된 배경, 회사전략의 방향 등을 이해할 수 있는 기회가 생겨 좋다는 말을 많이 한다“고 전했다.
한편, 차 부회장은 지난 2005년 LG생활건강 최고경영자로 취임한 후 뛰어난 성과를 보이며 지난 2011년 부회장으로 승진했다.
그가 부임한 후 첫해 LG생활건강은 매출액과 영업이익이 각 9678억원, 704억원이었지만 지난해 각각 4조3263억원, 4964억원으로 347%, 605% 급증했다.
또, 코카콜라(2007), 다이아몬드샘물(2009), 더페이스샵(2010), 해태음료(2011), 일본 긴자스테파니(2012), 영진약품 드링크사업(2013), 에버라이프(2013) 등 10여개 기업을 인수합병하며 LG생활건강을 국내 생활용품 업계1위 기업에 안착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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