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양종곤 기자 = 일본 경제 부활이 '아베노믹스' 효과로 요약되고 있다.
물론 논란도 많다. 아베 신조 총리가 이끄는 일본 정부가 경기부양을 위한 초강수로 무제한 양적완화에 나섰지만 효과가 단기에 그칠 것이라는 지적이 적지 않다. 인위적인 경기부양이 갖는 본질적인 한계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런 지적에 일본 최대 자산운용사는 반론을 제기한다. 일본 경제 부활은 세계적인 경기회복 흐름 속에 자연스러운 수순일 뿐이라는 것이다. 본지는 후지무라 타다히로 스팍스애셋매니지먼트 이사를 만나 '포스트 아베노믹스' 전망을 물었다.
후지무라 이사는 30일 서울 플라자호텔에서 가진 인터뷰에서 "일본 경제 회복은 필연"이라며 "다만 2011년 대지진을 겪으면서 세계적인 경기회복 기조에서 잠시 뒤쳐졌을 뿐"이라고 말했다.
◆"시중에 풀린 돈 회수가 관건"
일본 경제는 대지진 이듬해인 2012년부터 시작된 아베노믹스 덕분에 뚜렷한 회복세를 보였다. 일 증시는 2013년만 56% 넘게 올랐다.
일본 도쿄 중심가 사무실 공실률은 2012년 들어 9%대에서 7%대로 낮아졌다. 이 지역 땅값은 2012년까지 5년 연속 하락하다가 2013년 들어 처음 오름세로 돌아섰다.
후지무라 이사는 올해 역시 일본 경제가 회복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점친다.
물론 여기에는 아베노믹스를 연착륙시킬 포스트 아베노믹스 전략이 뒷받침돼야 한다.
후지무라 이사는 "갑자기 풀린 자금을 어떻게 충격 없이 회수하느냐가 관건"이라며 "아베노믹스는 처음부터 이런 과제를 안고 출발한 것"이라고 말했다.
아베노믹스는 오는 4월 소비세 인상이라는 변수를 맞는다. 일본 정부는 재정적자를 해결하기 위해 소비세율을 5%에서 8%로 올리기로 했다.
물론 소비세 인상으로 일본 경기가 둔화할 가능성이 있다. 당장 생필품 가격이 뛸 것이다. 일본 국민 역시 불만이 생길 수 있다. 아베노믹스를 지탱해 온 국민적인 지지도가 하락할 수 있다는 얘기다.
실제 일본은 1997년 소비세를 인상했다가 디플레이션에 빠진 뼈아픈 경험이 있다. 당시 하시모토 류타로 정권은 이 정책을 단행했다가 결국 무너졌다.
아베 정부는 이런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 엔저 덕분에 채산성이 높아진 일본 기업을 압박하고 있다.
늘어난 수익을 근로자에게 돌려주라는 것으로 일본 정부와 기업 간 공조에 포스트 아베노믹스 성패가 달린 상황이다.
◆ "1990년대 일본 증권사 살렸어야"
국내에서 수년 전부터 일본 증권산업을 배워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우리나라는 60개가 넘는 증권사가 대동소이한 수익구조를 가지고 출혈경쟁을 벌이고 있다. 올해 들어서도 국내 증시는 회복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거래대금은 7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떨어졌다. 업황 회복이 요원한 가운데 증권업계가 함께 고사할 위기에 몰린 것이다.
일본 증권산업은 이런 상황을 미리 겪었다.
1990년대 장기불황이 닥치면서 일본 증권사는 직원 수를 50% 가까이 줄였다. 국내 증권업계가 최근 대대적인 감원에 나선 것과 같은 모습이다.
일본 증권사는 우리나라와 달리 규모별로 맡는 업무가 다르다. 심지어 지역 밀착형으로 분류되는 증권사도 있을 만큼 회사별로 특화돼 있다.
후지무라 이사는 "일본은 거품경제가 시작된 1980년 후반부터 미국과 유럽 금융사에 대해 시장 진입을 허용했다"며 "1990년 이후 거품이 사라지자 증시에 부실채권이 늘어나는 동시에 작은 금융사가 파산하기 시작했다"고 말했다.
그는 "당시 재무성은 증권사를 제외한 채 은행만 살리려고 했다"며 "이후 증권사가 부족해지는 바람에 부실채권을 처리하는 속도도 늦어졌다"고 덧붙였다.
증권사에 대한 구제정책이 실시되지 않아 결국 일본 경제 회복도 늦어졌다는 얘기다.
◆ "일본 국민 증시로 돌아온다"
일본 증권가에서 '소액투자비과세제도'(니사ㆍNISA) 가 최근 화제다. 개인 재산형성을 지원하는 동시에 증시에서도 장기투자 기반을 다지기 위해 도입된 제도다.
일단 흥행에 성공한 모습이다. 니사를 도입한 2013년 10~12월 3개월 만에 약 420만개 계좌가 신설됐다.
니사는 연간 100만엔(약 1000만원)까지 상장 및 공모주식 투자신탁에서 발생한 양도차익과 배당수익을 비과세한다.
올해 들어서도 마찬가지다. 이달까지 3개월 만에 미쓰이스미토모은행을 비롯한 일본 3대 은행 전용계좌로 560억엔(약 5466억원)이 들어왔다. 주목할 점은 미쓰이스미토로은행을 통해 니사에 가입한 투자자 가운데 30%는 과거 투자 경험이 전혀 없었다는 것이다. 새로운 투자자가 증시로 유입되고 있다는 얘기다.
후지무라 이사는 "예금에만 치중하던 일본 투자자가 위험자산으로 분류되는 주식에 투자하기 시작했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변화"라고 말했다.
그는 "일본 금융자산은 대부분 국채와 예금으로 묶여 있어 위험자산으로 본격적인 이동이 아직은 힘든 상황"이라며 일본 정부가 추가적인 규제완화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내다봤다.
후지무라 이사는 "니사를 이용해도 1인당 연 100만엔까지만 비과세돼 큰 효과가 없을 수 있다"며 "정부가 니사에 대한 세제 혜택을 늘릴 것으로 점쳐지는 이유"라고 전했다.
니사가 장기투자 문화를 이끌 수 있다는 점도 긍정적이다.
일본 증시도 한국처럼 테마주로 대변되는 '단타매매'로 몸살을 앓아 왔다.
후지무라 이사는 "선거철이 되면 주목받는 종목뿐 아니라 바이오, 게임업종을 비롯한 각종 테마주가 일본에도 있다"며 "니사는 주식을 보는 시각을 단기에서 장기로 바꿔주는 역할을 해줄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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