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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정로칼럼] 한국 ICT의 그림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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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4-21 1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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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설명환 한국3D콘텐츠제작자협회 전문위원

설명환 한국3D콘텐츠제작자협회 전문위원

그림자 같다는 말이 있다. 정체가 명확히 파악되지 않을 때, 손에 움켜쥐어도 손가락 사이를 슬며시 빠져나가는 느낌이 들 때, 이런 말을 사용한다. 거의 매일 신문지상에서 접할 수 있는 ‘정보통신기술(ICT) 강국 코리아’라는 기사 제목을 볼 때면 그림자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삼성전자와 LG전자가 전세계 스마트폰 점유율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고 반문할 지도 모른다. 그럼에도, 늦은 저녁 업계 종사자들이 모여 술잔을 기울일 때는 안도감보다는 불안감을 토로한다. 테이블에 위에 최신형 스마트폰이 있지만 앞날은 그림자처럼 느껴진다. 불안의 요인은 스마트폰 뒤쪽에 자리잡고 있다.

스마트폰 뒷면을 뜯어보면 초록색 기판에 18개의 크고 작은 반도체가 꽂혀있다. 메모리 반도체 3개를 제외하고, 나머지 반도체들은 스마트폰의 두뇌라 불리는 모바일 애플리케이션 프로세서(AP)이다. 전원관리칩, 위치를 알려주는 GPS칩, 터치스크린 통제칩 등이 포함된다. 이중 가장 각광받고 있는 AP는 퀼컴의 스냅드래곤 800이다.

AP는 ‘조금이라도 더 빠르게’를 외치는 모바일 속도경쟁의 핵심이다. 이동 통신사들이 4세대 롱텀에볼루션(LTE), 롱텀에볼루션-어드밴스트(LTE-A) 등의 기술을 개발해 데이터가 빠르게 움직일 수 있도록 시원하게 도로를 뚫는데, 이 도로를 운전하는 것이 AP다.

삼성 및 모바일 제조사가 퀼컴 제품을 사용하는 이유는 현재 LTE-A 네트워크를 지원하는 유일한 AP 제조사가 퀄컴이기 때문이다. 스마트폰 제조사는 삼성전자, LG전자지만 정작 스마트폰의 운전사를 해외에서 데려와야 하는 답답한 상황에 놓인 것이다.

국내에서도 AP를 개발하고 있지만 걸음마 단계에 불과하다. 그나마 삼성전자가 시스템 반도체를 개발해 모바일 AP 국산화 등의 성과를 거뒀지만 미국은 물론 유럽이나 대만보다도 뒤처져 있다.

스트래티지애널리틱스(SA)의 자료를 보면 한국은 메모리 부분에서 1위지만 AP를 포함한 시스템 부분 시장점유율은 단지 5%에 불과하다. 업계 종사자들이 불안해하는 이유다.

시스템 반도체 시장은 간과할 수 없는 부분이다. 메모리 시장보다 규모도 네 배 이상 크고 성장성도 높다. 전문가들은 2016년까지 시스템 부문 시장이 48%나 커질 것으로 예측하고 있다. 같은 기간 메모리 반도체 부분의 성장률은 32%로 전망됐다.

지난 1982년, 한국은 야심차게 모뎀 국산화를 이뤄냈다. 케이디씨가 주인공이었다. 당시 기준으로 수입대체 효과만 5000억 원에 달했다. 이같은 국산 장비의 발전사를 생각하면 현재 상황이 더욱 아쉽기만 하다.

화려한 것을 보여주고, 또 보고 싶어 하는 것이 인간의 심리다.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 1위’, ‘세계 최초 4배 빠른 LTE’ 기사에 사람들은 열광한다. 괜한 자부심이 들기도 한다. 그러나 차분히 생각해볼 일이다.

우리가 열광하는 스마트폰의 뒷면에 뭐가 들었는지, 우리 ICT의 미래가 정말 장밋빛 인지 말이다. 알지도 못하는 어느 순간, 손가락 사이를 빠져나가는 그 불길한 느낌에 오늘도 등줄기에 땀이 흐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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