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험사 현장24시] 얻어먹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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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5-18 0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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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부 장기영 기자

아주경제 장기영 기자 = 최근 한 대형 보험사의 방만한 복리후생비 집행에 대해 지적하는 기사를 내보내자 한 통의 전화가 걸려왔다.

평소 같이 밥도 먹고 술도 마시는 사이에 이런 기사를 내보내면 우리 입장이 뭐가 되느냐는 홍보팀 직원의 민원이었다.

기사의 주된 내용은 문제의 보험사가 계열사에서 운영하는 대형 워터파크 이용 계약을 체결하면서 불과 3개월간 10억원이 넘는 현금을 지불했고, 이 돈은 직원들에게 워터파크 이용권을 지급하는데 사용됐다는 것이었다.

해당 기간 보험사의 보험영업이 수천억원을 적자를 기록했고, 이른바 계열사 일감 몰아주기라는 시각이 있다는 내용도 포함됐다.

세월호 침몰 사고로 수백여명이 바다에서 목숨을 잃은 상황이다 보니 직원들의 물놀이에 수십억원을 퍼부은 보험사의 반응은 어느 때보다 민감했다.

재미있는 것은 홍보팀 직원이 가장 먼저 꺼낸 말이 거래 내역의 사실 여부나 비용 집행의 현실적 문제가 아니라 그동안 기자와의 친분을 유지하는데 들인 밥값과 술값이었다는 것이다.

조심스러운 얘기지만 기자들 사이에서는 출입처로 불리는 기업 관계자와 식사를 하고, 그 비용을 기업이 지불하는 것이 일반적이다.

주로 점심이나 저녁 식사 때 기업이 사용하는 법인카드 결제액은 고스란히 사업비에 포함돼 부담으로 돌아간다.

같은 회사 홍보팀의 또 다른 직원은 직원들에게 지급된 워터파크 이용권 중 일부가 사전에 부탁한 기자들에게 전달됐다고 귀띔하기도 했다.

기자들을 배려하는 차원에서 호의를 베풀었는데 같은 기자로서 그 비용을 문제 삼는 것은 문제가 있다는 말을 하고 싶었던 것이다.

내가 그리고 우리 회사가 당신에게 이만큼 투자를 했으니, 당신이 그리고 당신의 기사가 그런 식이어선 안 된다는 전화.

전화를 받은 이후 일말의 회의감과 함께 뇌리를 떠나지 않는 한마디를 뒤늦게 전하고 싶다.

“얻어먹어서 죄송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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