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양성모 기자 = 두산그룹은 지난 5월 8일 패스트푸드 브랜드 KFC를 매각하며 식품 사업에서 모두 손을 뗐다. 이로써 두산은 창업 100주년을 맞은 지난 1995년, 사업구조 개편 계획을 발표한지 20여년 만에 완전한 중공업 기업으로 탈바꿈하는데 성공했다.
두산그룹의 중추역할을 담당중인 두산 창원공장을 방문한 것은 지난 13일. 김해공항에서 자동차로 50여분을 달려 도착한 그곳에는 두산중공업을 비롯해 두산엔진, 두산인프라코어, 두산 DST 등 핵심 계열사가 밀집돼 있었다. 특히 여의도 면적 1.6배 크기에 전용부두를 갖춰 생산 물품을 국내는 물론 해외로 수출하는 전진기지 역할을 담당하고 있었다.
이날 첫 방문지인 두산중공업은 주조공장, 단조공장, 발전기 터빈공장으로 나뉘어 작업이 한창이었다. 주조와 단조 부문은 발전소와 선박엔진 등 기타 산업용 소재산업의 중심이다. 두산중공업은 직접 소재를 생산하기 때문에 납기 내 납품이 가능하고, 가격에서도 경쟁력이 높다. 특히 두산중공업이 보유중인 14개의 세계일류 상품 중 8개가 주·단조품인 만큼 두산중공업의 ‘쇠’를 만드는 기술력은 세계에서도 인정받고 있다.
쇠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주조공장에서 쇳물을 녹여 사다리꼴 모양의 ‘강괴’를 제작한다. 이어 그 강괴를 찰흙을 틀에 넣어 모양을 만들 듯 프레스 기계로 눌러 모양을 만드는 단조 과정으로 이어진다.
이날 방문한 두산중공업 단조공장에서는 주조공장에서 방금 만들어진 섭씨 1200℃의 새빨간 강괴를 직접 두드려 모양을 만드는 작업이 한창이었다. 특히 전세계에서 단 5개뿐인 1만3000t 규모의 대형 프레스의 크기와 소리는 보는이들을 압도하기에 충분했다.
건물 5층높이의 이 기계는 안이 움푹 파인 밥그릇 모양의 틀 위에 쇳덩이를 올려두고 눌렀다 떼었다를 반복하며 제품을 성형하고 있었다. 마치 절구에 담긴 떡과 같은 모습이었다. 우리를 안내하던 이민복 두산중공업 대리는 “대형 프레스는 70kg 성인남자 20만명이 한 번에 누르는 힘을 낼 수 있다”면서 “현재 원자력 발전설비 외형에 해당되는 부품을 만들고 있다”고 설명했다.
아랍에미리트(UAE)에 한국형 원자로 1호기를 수출하는 쾌거를 이뤄낸 두산중공업은 아랍에미리트(UAE)에 보낼 원자로를 비롯해 국내 원전용 원자로를 제작하고 있다.
이어 발걸음을 옮긴 두산엔진은 첨단기술의 결실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기자 눈에 띈 제품은 액화천연가스(LNG)와 벙커C를 모두 사용할 수 있는 대형선박용 전자제어식 이중연료(Dual Fuel) ‘ME-GI’ 엔진이었다. 현대중공업도 이중연료 엔진을 개발했지만 이를 실제 운항에 적용한 것은 두산엔진이 처음이다.
이 제품에 대해 회사 관계자는 “3만5600마력으로 미국 나스코 조선소에서 건조중인 3100TEU 컨테이너선(20피트 컨테이너 박스 3100개 탑재)에 설치될 예정”이라면서 “두산엔진은 설계와 제작, 시운전을 거쳐 지난 3일 공식 시운전을 성공적으로 마쳤다”고 설명했다.
이 엔진의 특징은 LNG를 주 연료로 사용하고 벙커C를 보조연료로 사용하는 하이브리드 엔진이라는 점이다. 이를 통해 운항 경비를 대폭 줄일 수 있을 뿐더러 오염물질 배출을 현저하게 낮춰 최근 조선업의 미래로 거론되고 있는 친환경선박(ECOSHIP)제작에 있어 핵심 역할을 주도 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두산엔진은 앞으로 선박용 저속 디젤엔진 시장 점유율 세계 2위(22%)에 만족하지않고, 비 선박용 엔진의 비중 확대를 통해 포트폴리오 다각화는 물론 오는 2018년 2조2000억원의 매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
마지막 방문지인 두산인프라코어는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안전모가 아닌 점원을 연상케 하는 모자부터 특별한 느낌이 있었다. 공장 내부도 잘 정돈된 상점과 같은 느낌이었다. 아마도 이는 기술력이 집약된 기계를 만드는 기계(마더머신) 생산업체로써의 자부심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공작기계는 자동차 부품과 IT, 의료, 에너지 등 다양한 산업에 쓰이고 있다. 특히 자동차와 IT산업에 많이 사용된다. 현재 두산인프라코어는 탄탄한 기술 인프라를 바탕으로 시장의 니즈를 만족시키는데 모든 역량을 집중하고 있다.
공작기계의 추세가 갈수록 정밀함을 요구하고 있는 현 상황을 오히려 두산인프라코어는 즐기고 있는 듯 했다. 이는 공장에 전시된 칫솔을 보면 알 수 있다. 성인 남자 머리카락 두께에 해당하는 0.1mm의 칫솔모는 단연 두산인프라코어의 기술력을 확신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생산기술을 맡고 있는 오민교 부장은 "두산인프라코어는 공작기계와 건설기계 점유율 국내 1위를 기록 중"이라며 "매출은 지속적인 성장을 기록중이며 올해 예상 매출액은 1조4000억원에 달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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