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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연극 '이바노프' 박그리나 "나의 20대, 미쳐있었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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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7-02 17: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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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극 '이바노프'로 돌아온 배우 박그리나[사진=남궁진웅 기자]

아주경제 이예지 기자 = 2004년 영화 '령'으로 데뷔한 배우 박그리나(30)의 필모그라피를 찬찬히 들여다보면 참으로 다양하다. 드라마 '근초고왕' 같은 사극부터 영화 '연애의 목적' 같은 로맨틱 코미디까지 광폭의 스펙트럼을 자랑한다. 지난 10년 동안 숱한 작품에서 내공을 다듬어 왔다.

자연스러운 결과겠지만, 박그리나의 얼굴에는 다양한 분위기가 묻어 난다. 명랑한 매력은 기본이고 청순하거나 섹시하고, 때로는 여장부 같은 강한 느낌이 풍긴다. 이번에는 연극이다. 러시아 작가 안톤 체홉의 서거 110주년을 맞아 국내에서 초연되는 작품 '이바노프'에서 레베제프의 딸 싸샤 역을 맡았다.

박그리나는 한층 상기돼 있었다. 하루 24시간이 모자랄 정도로 강도 높은 연습량에도 결코 지치지 않는단다. '이바노프' 외에 다른 고민이 필요없는 요즘이 그저 행복할 뿐이라며 웃어 보였다.

"대학로에 연습실이 있어요. 싸늘한 공간인데도 연습이 끝날 때쯤이면 후끈후끈하죠. 함께하는 배우들의 열정이 어마어마해요. 저도 온 힘을 다해 연습하다 보면 땀으로 온 몸이 흠뻑 젖을 정도예요."

그녀를 연습으로 내몬 것은 체홉이라는 거장, 시간을 거스리는 작가의 아우라였다.

"안톤 체홉의 작품이라고 하니까 어려울 것 같아서 엄청 걱정했어요. 답은 연습밖에 없고요. 샤샤는 태양 같은 캐릭터인데 점점 달이 되죠. 그 과정을 그려내는 작업이 고통스럽기는 하지만 완성될 작품이 벌써부터 기대 돼요."

박그리나에게 '이바노프'가 찾아온 건 운명과도 같았다. 지난 10년 연기 인생을 정리하고 연예계를 떠나고자 했을 때 손을 내밀어 준 작품. '이바노프'를 더욱 귀하게 여기는 이유다.

"태어나서 이런 작품을 할 수 있는 기회가 또 있을까요. '이바노프'를 만나면서 모든 일이 잘되고 있어요. 계획했던 일들이 착착 진행되니까 신기하기도 하고 고맙기도 해요."
 

연극 '이바노프'로 돌아온 배우 박그리나[사진=남궁진웅 기자]


올해로 서른 살이 된 박그리나의 지난 10년은 방황의 연속이었다. 호기심 가득했던 청년은 더 큰 세상을 꿈꿨고, 많은 나라에서 다양한 경험을 쌓았다. 심신이 지칠 때면 배낭 하나 짊어진 채 무작정 떠나기를 수십 번. 그랬다, 박그리나는 스스로 "미쳐 있었다"고 표현했다.

"자유롭고 싶었어요. 일도 자유롭게 했어요. 제 성격이 뭔가 하나에 빠지면 헤어나오지 못하거든요. 지난 10년 동안 여행에 미쳐 있었어요. 가 보지 않은 나라가 없다 싶을 정도로요. 지금도 세계 곳곳에 제 친구들이 있답니다."

우연히 찾은 독일을 평생의 보금자리 삼고자 했을 때, 무심코 본 거울 속 자신이 한심해 보였다는 박그리나는 다시 한국행 티켓을 샀다. '포기'한 것 같아 '후회'됐기 대문이다. 한국으로 돌아온 그는 어느 때보다 행복한 시간을 보내고 있다.

"서른 살이 되니까 세상에 눈이 뜨이는 것 같아요. 어렸을 때는(웃음) 잘 알지 못했던 세상 이치도 이해하게 됐고요. 작품에 임하는 자세도 많이 달라졌어요. 캐릭터를 보는 눈도 깊어졌고요. 그걸 표현해 내는 감정도 많이 성숙해진 것 같아요."

비행기 조종사를 꿈꾸던 10대 소녀 박그리나는 방황의 20대를 거쳐 소박한 오늘을 살며 큰 미래를 꿈꾸는 30대 배우가 됐다. 오늘의 자리에서 멈추지 않고 계속해서 내일을 향해 걸어 온 결과다. 배우 박그리나의 40대가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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