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광연 기자 =네이버의 일본 자회사인 라인이 해외 상장을 추진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21일 업계에 따르면 라인은 일본 도쿄증권거래소에 관련 서류를 제출했으며 이르면 연내 IPO가 가능할 전망이다.
일각에서는 4억명 이상의 고객을 확보한 글로벌 메신저 라인이 해외 상장을 추진하면서 국내 메신저 시장 공략이 상대적으로 잠잠해질 수 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일본 상장 추진이 글로벌 경쟁을 위한 자금력 확보라는 점에서,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거둔 라인이 국내 시장을 정조준할 경우 ‘카카오톡 일변도’에도 큰 변화가 생길 것으로 보인다.
◆10조원 달하는 ‘실탄’으로 글로벌 경쟁
니혼게이자이신문과 블룸버그 통신 등 주요 외신은 지난 15일 라인이 일본 도쿄증권거래소나 미국 뉴욕증권거래소 또는 나스닥 상장을 준비중이라고 보도했다. 특히 일본의 경우 IPO 주관사로 노무라증권이 유력하며 11월 상장을 계획하고 있다는 구체적인 내용도 공개됐다. 현지 전문가들은 라인이 일본 증시에 사장될 경우 공모가액만 10조원을 넘어설 것으로 보고 있다.
이에 대해 네이버는 16일, “주요종속회사인 LINE은 일본 및 또는 미국에서의 상장을 검토하고 있으며 그 일환으로 동경증권거래소 등 관련 기관에 상장신청서 등 일정한 서류를 제출한 바 있다”며 이를 인정했다.
또한 “최종적인 상장 여부, 상장 거래소 및 상장의 시기 등에 대해 구체적으로 확정된 사항은 없으며 추후 구체적인 내용이 확정되는 시점 또는 1개월 이내에 재공시 하겠다”는 공식 입장을 발표했다.
업계 전문가들은 라인의 잇단 해외 사장 준비 움직임에 대해 미국보다는 일본쪽에 더 큰 무게감을 두고 있다. 일본의 경우 라인이 확보한 4억명 이상의 글로벌 가입자 중 5000만 이상이 집중됐을 정도로 안정적 기반을 다진 핵심 마켓이기 때문이다. 미국 상장에 대해서는 자사 브랜드를 알리려는 일종의 홍보전략일 가능성이 높다는 주장이 우세하다.
라인이 해외 상장을 준비하는 가장 큰 이유는 역시 자금확보다. 본사 차원에서 막대한 금액을 투자하고 있지만 글로벌 시장에서 텐센트(위챗), 페이스북(왓츠앱) 등 글로벌 기업과 경쟁하기에는 녹록치 않다. 따라서 해외 상장 추진은 글로벌 메신저들과의 본격적인 경쟁을 위한 실탄 마련이 목적이라는 분석이다.
라인측 관계자는 “이미 가입자수에는 어느 정도 경쟁력을 확보한만큼 글로벌 시장에서 더 큰 성과를 거두기 위해 콘텐츠 강화와 서비스 다각화에 많은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며 “이번 상장 추진 역시 같은 맥락에서 이해해달라”는 입장을 밝혔다.
◆글로벌 잡고 카카오톡과 ‘진검승부’
라인이 해외 상장을 추진하자 일각에서는 카카오톡의 국내 시장 독점 현상이 더욱 강화될 수 있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하지만 라인의 해외 상장 추진은 글로벌 시장을 우선적으로 공략한다는 전략일 뿐 국내 시장에 대한 관심을 거두는 것은 아니라는게 업계의 중평이다.
지난해 라인의 매출은 5047억원으로 네이버 전체 매출 2조 3119억원에 21%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2012년 3657억원에 비해 72% 정도 높아진 수치다.
이런 라인의 매출 중 상당 부분은 일본 시장에서 발생하고 있다. 네이버측은 지난해 4분기 실적 발표 당시 일본 매출의 80% 정도가 라인에서 비롯됐다고 밝히기도 했다. 업계 관계자들 역시 네이버가 지난해 기록한 5450억원의 일본 매출 중 대부분이 라인에 기반하고 있다고 추정한다.
라인의 고객 기반 역시 일본이 압도적이다. 5000만 이상의 일본 고객을 확보한 라인은 사실상 일본의 국민 메신저로 자리잡은 상태다. 매출과 고객 인프라 모두를 감안할 때 라인의 일본 상장 추진은 특별할 것이 없는 자연스러운 수순이라는 평가다.
정재우 우리투자증권 연구원 역시 “2분기 네이버 실적은 라인이 견인했을 것으로 추정된다”며 “해외증시 IPO가 가시화된 점에 주목할 만하다”고 전했다.
카카오톡이 장악하고 있는 국내 메신저 시장 공략을 무리하게 추진할 경우 양사 모두에게 악영향을 미치는 ‘치킨 게임’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라인의 ‘선 글로벌 전략’을 뒷받침한다.
카카오는 지난해 2107억원의 매출을 기록했는데 그 중 카카오톡에서 발생된 중개매출이 1777억원으로 약 85%에 달하는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특히 게임 시장에서 막강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카카오톡을 감안할 때 이에 무리하게 대응하기보다는 글로벌 시장에 집중한 후 그 성과를 발판으로 자연스럽게 국내 시장으로 눈을 돌리겠다는 것이 라인의 의지로 해석된다.
여기에 다음과의 합병을 앞두고 있는 카카오의 사업 전략이 오는 10월 통합 법인 출범으로 상당 수준의 변화가 예상되는만큼 성급한 전략보다는 장기적이 안목이 적합하다는 주장이다. 따라서 해외 시장에서 성과를 거둔 라인이 국내 시장을 정조준할 경우 ‘카카오톡 일변도’라는 독점적 구도 역시 대대적인 변화에 직면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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