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객 476명을 태운 세월호는 희생자 294명, 실종 10명 등 역대 최악의 해상 사고 중 하나로 기록되며 대한민국을 깊은 수렁에 빠뜨렸다.
특히 수학여행을 떠난 아이들을 지키지 못한 어른들의 모습과 고귀한 생명을 살릴 수 있었던 골든 타임을 흘려보낸 허술한 초동 대처, 관피아로 불리는 우리 사회의 어두운 단면까지 드러나며 사회 전반에 큰 충격을 안겼다.
경제 역시 마찬가지. 세월호가 가라앉으며 한국 경제도 가라앉았다.
한국은행은 지난 10일 올해 우리나라 경제성장률 전망치를 4월에 발표한 4.0%대비 0.2%포인트 내린 3.8%로 전망했다. 세월호 참사 여파로 민간 소비가 당초 전망보다 둔화된 점을 반영한 것이다.
신운 한국은행 조사국장은 "(세월호 참사 여파로) 4월 하락 폭이 워낙 커서 2분기 전체로서는 소비나 서비스업 생산 등이 마이너스를 보일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역시 지난 6일 발표한 '경제 동향'에서 "최근 우리 경제는 세월호 참사의 부정적 영향이 지속되는 가운데 경기 회복이 지체 되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고 밝혔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를 종전 3.5%에서 3.4%로 낮췄다.
민간경제연구소인 현대경제연구원도 3.8%에서 3.6%로, LG경제연구원은 3.9%보다 0.3%포인트 낮은 3.6%로 전망했다.
정부는 물론 민간의 경제연구소들이 모두 하향 전망치를 내놓으며 이구동성으로 지적한 것은 "세월호 참사에 인한 내수 부진"이었다.
특히 민간 소비의 51.2%를 차지해 소비의 바로미터인 신용카드 승인액은 지난 4월 통계 이래 처음으로 전년 동월 대비 감소세를 기록했으며 5월 역시 30조 5469억 원으로 전년 대비 4957억원(-1.6%) 감소했다.
우리나라의 소비 심리를 다른 국가와 비교해봐도 문제는 심각하다.
여론조사업체 닐슨이 5월 12~30일 전 세계 60개국 3만 명을 대상으로 '올해 2분기 소비자 신뢰 및 지출 의향'에 대해 설문조사를 한 결과 한국의 소비자 신뢰 지수는 53포인트로 최하위 권인 55위에 머물렀다.
이는 장기 경제 침체를 겪고 있는 일본(73)보다도 20포인트 낮은 수치이며 러시아와 분쟁 중인 우크라이나(61), 재정 위기를 겪는 그리스(55)에도 못 미친다.
신은희 닐슨코리아 대표는 "경기 회복은 소비 심리 회복에서부터 시작하는데 한국은 2분기에도 세월호 참사와 월드컵 특수 실종 등 때문에 세계 소비자 신뢰 지수의 회복세를 따라잡지 못했다"며 "한국 소비자의 소비 신뢰도 개선을 위해 현실적인 중장기 정책이 빨리 마련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