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권경렬 기자 = 한국전력공사가 노후 설비 유지보수 예산을 제대로 집행하지 않아 사고 위험이 높은 전신주(전봇대) 등 노후 설비가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전국건설노동조합은 28일 보도자료를 통해 "한국전력은 예산 집행에 있어서 시민들의 생명과 직결되는 전봇대 등 노후된 설비를 교체하는 데 우선 배정해야 함에도 불구하고 대기업의 큰 공사 선심성 예산만 펑펑 집행하고 있다"며 이같이 주장했다.
앞서 지난 27일 새벽 1시20분께 서울 서대문구 창천동 연세대 앞에 있던 전봇대가 쓰러져 택시 등 차량 2대를 덮치는 바람에 승객 이모(44)씨가 부상을 당한 사고가 발생한 바 있다. 이 사고로 인근 주택 500여가구가 두 시간 동안 정전됐고 편도 5차선 도로가 부분 통제되기도 했다.
건설노조는 "지금도 도심을 지나다 보면 10도 이상 기울어져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노후 전주들이 즐비하다"며 "특히 대형 태풍이 들어 닥치면 도미노 장난감처럼 힘없이 쓰러지는 전주들이 시민들의 생명을 노리고 있다"고 말했다.
건설노조에 따르면 지난 2012년 서울시 조사 결과 서울시내 전체 전신주 35만6479개 중 1075개가 위험 전신주로 나타났다.
하지만 한국전력이 이미 확정된 설비 유지보수 예산조차 제대로 집행하지 않아 위험 설비가 방치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건설노조 관계자는 "예산을 사용하지 않고 연말에 고스란히 반납하면 공기업 우수 평가를 받기 때문에 노후 설비 유지보수 예산을 집행하지 않고 있다"며 "시민들의 목숨을 담보로 한국전력의 경영평가 꼼수 작태는 즉각 중단돼야 한다"고 비난했다.
건설노조는 한국전력이 적절한 노후설비 예산을 집행하고 있는지 즉시 감사를 시행할 것과, 예산 집행 수립시에는 전력 노후 설비 개선 예산을 가장 우선 책정할 것을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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