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일 현대·기아차 그룹 노동조합 대표자들은 현대차 울산공장 노조사무실에서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정몽구 현대기아차그룹 회장은 통상임금에 상여금을 적용하도록 결단을 내려야 한다. 진정성이 없는 교섭으로 파국을 원한다면 총력으로 투쟁할 것”이라고 밝혔다.
통상임금을 둘러싸고 사측이 기존의 입장을 고수할 경우 파업까지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친 것이다.
지난해 12월 대법원 판결에 따라 판결시점 이후부터 통상임금 확대를 적용해야 한다는 노조의 요구에 사측은 현재 진행 중인 대표소송 결과를 우선 지켜봐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한편, 현대·기아차 그룹은 앞서 발표한 지난 2분기 실적에서도 부진한 성적표를 내놨다.
현대차는 지난 2분기 매출 22조7526억원, 영업이익 20조872억원으로 전년 동기대비 각각 1.9%, 13.3%가 줄어들었다. 기아차의 성적표는 더 암울하다. 기아차는 지난 2분기 매출 12조544억, 영업이익 7697억원으로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각각 8.1%, 31.7%가 급감했다.
사측은 판매량이 증가했지만 원화강세로 인해 영업이익이 감소했다고 이유를 설명했지만, 문제는 ‘안방’인 내수시장에서 계속해서 수입차에 시장 점유율을 내주고 있다는 데 있다.
상반기 기아차의 내수시장 판매는 총 21만8764대로 전년대비 3.4%가 감소했다. 현대차는 전년 동기대비 6.2%가 증가한 34만5709대를 판매했지만, 지난해 말 출시된 전략모델 신형 제네시스와 5년여 만에 풀체인지된 주력 모델 신형 쏘나타의 출시가 올해 상반기에 이뤄졌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기대에 부흥하는 성적이라고 보기는 어렵다.
여기에 정 회장이 직접 나서서 공들 들이고 있는 중국 충칭의 4공장 건설 문제도 현대차의 발목을 잡고 있다. 글로벌 최대 자동차 시장으로 떠오른 중국에서 공급부족을 해소할 핵심 사안인 충칭 공장 건설이 중국 중앙정부의 정책으로 인해 뾰족한 해결책이 나오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그 사이 폭스바겐이나 도요타 등 독일과 일본의 완성차 업체들은 공격적인 공급 확대로 현대차를 앞지르고 있다.
정 회장은 앞서 이달 중순 “위협을 비켜갈 우회로는 없다. 오직 우리의 실력을 키워 넘어서야 한다”며 이 같은 위기상황을 대변했으나 문제는 뚜렷한 성장동력이 나오지 못하고 있다는 데 있다.
독일의 BMW는 전기차 전용 모델인 i3와, i8을 잇따라 발표하며 차세대 전기차 시장의 선점에 나섰고, 현대차가 선점에 나섰던 수소연료전지차에서도 일본 도요타자동차에서 내년에 현대차가 출시한 가격의 절반에 불과한 7000만원대의 양산형 수소연료전지차를 내놓겠다고 발표하면서 한 발 뒤쳐진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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