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윤태구 기자 = 현대·기아차가 중국에서 바짝 몸을 낮추고 있다. 최근 중국 정부가 유럽과 미국에 이어 일본 자동차업체들에 대해서도 반독점 칼날을 세우고 있는 상황인지라 현대·기아차는 그 여파가 미치지 않을까 우려하고 있다. 여기에 중국 4공장이라는 현안까지 겹쳐 있어 현대·기아차로서는 중국 정부의 눈치를 보지 않을수가 없다.
10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기아차는 최근 중국 당국의 글로벌 자동체업체에 대한 반독점 조사 영향으로 긴장의 나날을 보내고 있다. 중국에서는 현재 미국의 크라이슬러와 독일의 아우디가 반독점법 위반 혐의로 처벌을 받을 전망이다.
독일의 메르세데스 벤츠와 일본의 12개 자동차 회사들도 사무실 압수수색 등 조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다.
현대·기아차는 아직 당국의 조사가 들어가지 않았지만 언제 대상에 포함 될지 몰라 상황을 예의 주시하고 있다. 현대차 중국법인 관계자는 "당국의 반독점 조사가 다른 브랜드로 확산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어 사태 추이를 면밀히 지켜보고 있다"고 말했다.
더 큰 문제는 이번 조사가 끝난 이후다. 현대·기아차의 중국 내 판매 전략에 문제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졌기 때문이다. 현대·기아차는 중국에서 고급차 브랜드로의 도약을 노리고 있다. 이와 관련해 오는 18일 신형 제네시스를 출시, 프리미엄 브랜드 이미지 제고에 박차를 가할 계획이다. 하지만 이번 사태 이후로 현대·기아차의 경쟁 상대가 대거 늘어나게 됐다.
중국 정부의 조사 직후 외국계 고급 브랜드들이 대거 가격을 인하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외국계 고급 브랜드들의 가격 인하 움직임은 현대·기아차로 하여금 쉽지 않은 경쟁을 예상케한다. 그동안 고급 외국 자동차 브랜드와는 가격에서 어느 정도 차이가 나기 때문에 현대차나 기아차의 중대형 세단 판매는 문제가 없었다.
하지만 이번 조사로 인해 대대적인 가격인하 움직임이 일어나고 반사이익을 기대한 중국 로컬 브랜드조차 판매량이 줄어들고 있는 상황이다보니 현대차의 고민은 깊어지고 있다. 중국자동차공업협회 통계에 따르면 지난 상반기 중국 로컬 자동차 판매량은 363만3000대로 전체 자동차 시장 판매량의 37.68%를 차지하는 데 그쳤다. 이는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3.48%포인트 떨어진 수준이다. 6월 한 달에만 로컬 자동차 판매량이 56만6700대로 전달 대비 2.41%나 떨어져 시장 점유율이 0.28%포인트 떨어졌다.
이렇다보니 당장 현대차 판매 전략에도 변화가 감지되고 있다. 실제로 현대차는 중국에 출시할 신형 제네시스의 가격을 구형보다 더 낮은 가격으로 책정할 것으로 알려졌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최근 현대·기아차가 발빠르게 중국 내 조직을 개편했다는 점이다. 현대차와 기아차는 지난 1일부터 중국 생산·판매부문을 현대차와 기아차의 독자 중국사업부로 분리하고, 중국 내 대외협력과 중장기 전략에 집중하는 중국전략담당본부를 신설하는 조직 개편을 단행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정부가 베이징과 상하이 등에서 실시하고 있는 신차 구매 제한 조치에 이어 이번 반독점 조사의 여파가 현대·기아차에게 걸림돌이 될 것으로 보인다"며 "중국 시장에서의 지속적인 판매 경쟁력 강화를 위한 대책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