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중국 내 매서워지는 반(反)독점법 조사 칼날에 외국계 자동차 업체가 잇달아 가격 인하 대열에 합류하고 있다.
중국 신징바오(新京報) 6일 보도에 따르면 전날 크라이슬러가 일부 자동차와 부품가격을 인하한다고 발표했다. 크라이슬러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발개위)의 자동차 업계에 대한 반독점법 조사 전개에 따른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따라 크라이슬러는 145종 고가 부품 가격을 20%, 지프 그랜드 체로키 SRT8 가격도 6만5000위안(약 1000만원) 인하하기로 했다.
이는 앞서 7월말 재규어 랜드로버를 시작으로 아우디, 메르세데스-벤츠가 잇달아 자동차 혹은 부품가격 인하를 선언한 데 이어 크라이슬러가 고급 외제차로는 네 번째로 가격 인하 대열에 합류한 것이다. 아직 고급 외제차 브랜드로는 BMW가 가격 인하 계획을 발표하지 않았지만 조만간 행렬에 동참할 수 밖에 없다는게 업계의 중론이다.
이처럼 외국 자동차 브랜드가 속속 가격을 인하한 것은 중국 당국이 자동차 업계에 대한 독점, 불공정행위를 집중조사할 것이라 선언했기 때문이다. 현재 중국 당국은 일부 외국 고급차 브랜드가 국외보다 중국 내에서 제품 판매가를 비싸게 책정해 호화 사치를 부추기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중국 관영 신화통신도 5일 평론을 통해 외국계 기업이 중국 대륙에서 판매하는 제품 가격을 국외보다 높게 책정하고 있다며 '이중 가격제' 시행에 경고 메시지를 날렸다.
이에 따라 고급 외제차 업계가 중국 당국의 반독점법 벌금 폭탄을 맞지 않기 위해 사전에 부품가를 중심으로 가격 인하에 나서고 있는 것. 2008년 마련된 중국의 반독점법에 따르면 중국 정부는 시장지배적 지위를 남용한 기업에 직전연도 매출의 최대 10%까지 벌금을 부과할 수 있다.
특히 4일엔 발개위가 이미 가격 인하를 선언한 벤츠의 상하이 사무소를 불시 급습해 반독점법 조사를 전개했다. 업계는 벤츠가 가격인하에도 불구하고 조사받은 것은 당국의 반독점법 칼날이 더욱 매서워질 것을 예고하는 것이라 예상하고 있다. 발개위는 이미 크라이슬러와 아우디에 대한 반독점법 조사 마무리 단계에 있으며 이들에게 벌금을 물릴 것이라고 중국인민라디오망이 보도하기도 했다.
일각에선 중국이 반독점법을 앞세워 외국계 기업 '길들이기'에 나선 것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오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실제로 최근 중국의 반독점법 조사 대상 기업은 퀄컴, 마이크로소프트 등을 비롯한 구미계 기업에 집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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