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파원칼럼]풀리지 않는 매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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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8-17 0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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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경제 워싱턴 특파원 홍가온 기자 =미국에서 노예해방이 이뤄진 뒤 꽤 오랜 시간이 흘렀지만 흑백간의 갈등은 좀처럼 가시지 않고 있다.

지금도 미국의 수도 워싱턴DC의 U스트리트에 가면 흑인노예들의 참상을 알리는 박물관이 있는데 그곳에는 노예들의 팔과 다리를 묶었던 쇠사슬과 각종 자료사진이 전시돼 있다.

흑인들은 스스로의 문화를 만들어 가며 백인들 틈에서 힘을 키워나가는 동시에 조상들이 받았던 차별과 고통을 보상받고 또 극복해 나가기 위한 몸부림을 아직도 하고 있다.

수년전 워싱턴DC의 흑인 인구가 백인을 앞질러 절반을 넘어섰으며, 시장은 물론 시의회 의장을 비롯 각종 요직을 흑인들이 차지고 하고 있다.

얼핏 보면 미국에서 흑백갈등은 없어진듯 하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메워지지 않는 갈등릐 골이 매우 깊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미국사람들과 일하는 직장을 다닌 적이 있다. 전체 직원의 80% 이상이 흑인으로 이뤄진 직장내에서 그들 흑인이 백인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조금이나마 알 수 있는 기회였다.

일단 흑인들은 백인들을 믿지 않았다. 백인들은 사람을 만나면 일단 환한 미소와 함께 인사를 건네며 안부를 묻고 도와줄 일이 없는지 묻는다.

흑인들은 이러한 백인들의 인사법 부터 가식이라고 말했다. 앞에서는 웃지만 뒤돌아서자 마자 얼굴표정을 바꾼다는 것이었다.

자신데 흑인들은 적어도 그런 가식은 없다고 설명한다. 싫으면 싫다 좋으면 좋다 솔직하게 말한다는 것. 그 밖에도 흑인들을 깔보고 멸시하는 말과 행동을 쉽게 볼 수 있다고 했다.

인터넷 동영상 사이트인 유투브에 들어가 보면 백인 경찰이 흑인 용의자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과도한 폭력을 사용해 큰 상처를 입히거나 심지어 목숨을 빼았는 비디오를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

흑인 경찰이 백인 용의자를 과도하게 폭행하는 비디오는 상대적으로 많이 적다. 실제로 그러한 일이 발생해 커다란 사회문제로 부각되기도 한다.

지난 10일 미주리주 세인트루이스 카운티에 있는 퍼거슨시에서 대학입학을 앞둔 흑인학생 마이클 브라운(18)이 경찰의 총을 맞고 숨졌다.

당시 마리클은 외할머니 집 근처에서 양손을 머리 위로 들고 항복의사를 밝혔지만 경찰은 무처별 총격을 가했다.

이날의 사건으로 흑인사회는 분노하기 시작했고 급기야 폭동으로까지 번졌다. 뒤늦게 시경찰 대신 주 경찰이 투입되었고, 버락 오바마 대통령까지 나서 진정할 것을 촉구하기도 했다.

그런데 정확한 사고경위야 조사결과가 나와봐야 알겠지만 흑인들의 큰 반발 이면에 몇가지 눈길을 끄는 사실이 있다.

미국 인구통계국과 대학 연구자료에 따르면 사고가 벌어진 퍼거슨 시가 있는 세인트루이스 카운티는 미국에서 9번째로 인종차별이 심각한 곳이다.

퍼거슨시 주민의 60%가 흑인이지만 시장과 경찰국장 모두 백인이고 시의원과 시 교육위원 가운데 흑인은 각각 1명뿐이다.

퍼거슨시 경찰관 53명 가운데 흑인은 겨우 3명이고, 2013년 경찰에 체포된 백인은 36명인데 흑인은 483명이나 된다.

또한 경찰에게 몸수색을 당한 사람의 92%, 그리고 불심검문 등을 위해 차량 제지를 당한 사람중 86% 가 모두 흑인이었다.

이쯤 되면 마치 다수의 흑인 주민을 억압하며 소수의 백인들이 인종차별정책을 폈친 것으로 유명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이 연상된다.

전체주민의 24%가 최저생계비 이하의 생활을 하고 있는 퍼거슨시의 한 흑인 학생이 영문도 모른채 백인경찰에 의해 목숨을 잃은 것은 주민들에게 커다란 충격이지 슬픔인 것이다.

가뜩이나 살기 힘든데 힘없는 흑인 청소년을 그것도 백인경찰이 무차별 총격을 가해 숨지게 하다니 철저한 진상규명 뿐만 아니라 백인들의 의식전환이 절실한 상황이다.

워싱턴DC에는 흑인을 위해 세웠던 하워드대학교가 있다. 이곳의 학생들은 얼마전 학교 강당에 모인 학생 300여명이 총을 쏘지 말라는 의미로 양손을 들고 찍은 사진 '쏘지 마세요(Don't shoot)'라는 제목의 사진을 SNS에 올려 화제다.

학생들은 "이번 사건은 여전히 미국 사회가 인종 차별주의적이고 공정하지 못하며 자유롭지 않다는 사실을 보여준다"고 지적하고 있다.

흑인 인권운동가인 알 샤프턴 목사는 퍼거슨시에서 열린 항의집회에서 "화가 나거나 정의를 원한다면 양손을 머리 위로 올리라"며 "마이클의 생전 마지막 행위를 비폭력 저항운동의 상징으로 삼자"고 제안하기도 했다.

백인경찰에 의한 무고한 흑인의 사상이 끊이지 않고 있는 가운데 흑백간 갈등이 좀처럼 해결될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어 안타까움을 더해주고 있다.

서로를 이해하고 존중하는 마음으로 오랫동안 풀리지 않고 있는 매듭을 풀어나가려는 노력이 절실한 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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