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창수 대법관은 이날 서울 서초구 대법원 청사에서 열린 퇴임식에서 "헌재는 헌법불합치 결정 등을 통해 법률 해석에 대한 영향력을 넓히려고 시도하고 있다"며 "법원의 재판을 헌법소원 심판의 대상에서 배제하는 헌법재판소법 조항에 대해 한정위헌 결정을 하는 등 헌재가 헌법재판소법의 개별 규정이 위헌임을 선언하는 일도 나타나고 있다"며 이같이 밝혔다.
이어 양창수 대법관은 "모든 국민이 관심을 기울여야 하고 국회 등 정치권이 (이를) 더이상 방치해서는 안된다"며 "외국에서 흔히 보는 바와는 달리 두 사법기관이 적대적인 관계에 있는 것처럼 일반에게 비치는 것은 양쪽 모두에게 결코 이롭다고 할 수 없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지난해 대법원 상고 본안사건만 3만6000건에 이르러 이미 한계를 넘었다"면서 "더 이상의 무리가 있기 전에 상고심의 지위와 기능에 대해 본원적인 반성·검토를 하고 현실적인 대응책이 구체적으로 마련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그는 "어떤 사건이 대법원에서 처리되면 하나의 전범성을 가져서 '같은 사건'은 이제 같이 처리돼야 하는 구속력을 가지게 된다"면서 "대법관은 구체적인 사건과 '같은 사건'이 얼마나 있는지, 개별 당사자나 같은 이해관계를 가지는 사람들, 보다 일반적으로 사회의 한 부분이나 나라 자체의 됨됨이에 어떠한 영향을 미칠 수 있는지를 생각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양 대법관은 "대법관이 갖춰야 할 중요한 덕목의 하나는 개별 사건 중에서 일반적인 의미가 있는 것을 알아차리는 능력"이라며 "이것은 논리적으로 생각할 줄 안다는 것과는 다른 차원의 자질로, 감수성 또는 상상력의 문제, 결국 사회에 대한 인식의 틀의 문제"라고 했다.
사법연수원 6기인 양창수 대법관은 서울대 법대를 졸업한 뒤 서울 민사지법·형사지법 판사 등을 거쳐 1985년부터 20여년간 서울대 법대 교수로 재직해왔다. 양 대법관은 한국 민법학의 최고 권위자로 꼽히는 학계 출신 대법관이기도 하며 지난 2008년 대법관에 임명됐다. 퇴임 후에는 한양대 법학전문대학원에서 강의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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