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세훈 선거법 위반 무죄 판결은 궤변" 현직판사 비판글 논란 일파만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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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4-09-12 11: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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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세훈 전 국정원장이 11일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해 1심 무죄판결을 받았다. [사진=남궁진웅 기자]

아주경제 석유선 기자 = 현직 부장판사가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공직선거법 위반 혐의에 대한 1심 무죄 판결을 신랄하게 비판하는 글을 법원 내부게시판에 올린 후 논란이 일파만파 커지고 있다.

현직판사가 다른 판사의 사건 심리 결과를 두고 공개 발언하는 것은 이례적인데다, 게시글의 수위도 상당히 높은 편이라 향후 상당한 파문이 예상된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수원지법 성남지원 김동진(45·사법연수원 25기) 부장판사는 이날 오전 7시께 법원 내부 게시판 코트넷에 '법치주의는 죽었다'는 제목으로 원세훈 전 국정원장의 1심 판결에 대한 장문의 글을 게시했다.

김동진 부장판사는 "국정원이 대선에 불법 개입한 점은 삼척동자도 다 안다"며 "서울중앙지법의 국가정보원 댓글 사건 판결은 '지록위마(指鹿爲馬)의 판결'이라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지록위마는 '사기'에 나오는 말로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한다'는 뜻의 고사성어로, 윗사람을 농락해 권세를 휘두르는 것을 비유한다.

김 부장판사는 "집행유예 선고 후 어이가 없어서 판결문을 정독했다"며 "재판장 스스로 가슴에 손을 얹고 양심에 따라 정말 선거개입의 목적이 없었다고 생각했는지, 헛웃음이 나왔다"고 했다.

이어 "선거개입과 관련이 없는 정치개입은 무엇을 말하는 것인가"라며 "이렇게 기계적이고 도식적인 형식논리로는 국민을 납득시킬 수 없다. 이것은 궤변이다"고 지적했다.

김동진 부장판사는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한) 이 판결은 정의를 위한 판결인가, 아니면 재판장이 고등법원 부장판사 승진 심사를 목전에 두고 입신영달을 위해 사심을 담아 쓴 판결인가"라고 묻고서 "나는 후자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김 부장판사는 이어 "지난 대선에서 여당과 야당 중 어느 쪽도 지지하지 않았다"며 "나를 좌익판사라 매도하지 말라. 다만 판사로서 법치주의 몰락에 관해 말하고자 할 뿐"이라고 글을 마쳤다.

서울중앙지법 형사합의21부(이범균 부장판사)는 전날 원세훈 전 국정원장에 대해 정치에 관여한 점은 인정되지만, 대선에 개입한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며 집행유예 판결을 선고했다.

현재 대법원은 김동진 부장판사의 글을 직권으로 삭제한 상태다.

원세훈 판결에 대한 김 부장판사의 글에 대해 누리꾼들은 "원세훈 판결, 진짜 궤변이긴 궤변이지" "원세훈 판결, 국정원법은 유죄인데 공직선거법은 무죄, 이게 말이 되나" "원세훈 판결, 현직판사가 비판하면 말 다했지" "원세훈 판결, 김동진 부장판사 용기있네" 등의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한편 김동진 부장판사는 횡성에서 2개월 미만으로 사육한 소는 횡성한우가 아니라고 판결한 2심 재판장으로서 자신의 판단을 뒤집은 대법원 판결을 정면 비판해 2012년 서면 경고를 받은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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