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멍뚫인 청소년 금연정책…중고생 77% 담배 쉽게 구입

서울 시내 한 편의점에 담배가 진열되어 있다. 남궁진웅 기자 [e-mail]

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 청소년들이 편의점 등 가게에서 너무 쉽게 담배를 살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담배광고에 노출되는 빈도가 매우 높았다.

4일 질병관리본부의 ‘2013년 청소년건강행태 온라인 조사’ 결과를 보면 중학교 1학년부터 고등학교 3학년 학생 중 담배 구매를 시도한 적이 있는 7435명에게 최근 한달간 편의점·가게 등에서 별 노력없이 쉽게 담배를 살 수 있었는지를 묻자 76.5%가 ‘그렇다’고 답했다.

학년이 올라갈수록 담배 구입은 더 쉬었다. 중1학년은 33.9%가 쉽게 담배를 구입했으며 중2는 59.2%, 중3 67%, 고1 79%, 고2 81.8%, 고3학년 87.6%로 구입 비율이 올라갔다.

또 여학생이 남학생보다 수월했다. 청소년의 담배 구입 성공률은 남학생이 32.7(중3)~87.6(고3)%, 여학생은 51.6(중3)~92.5(고3)%였다.

현행 청소년보호법상 청소년에게 술이나 담배를 판매하면 2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형과 함께 2개월 영업정지 등의 행정처분을 받는다. 그러나 실제 적발·처분 사례는 많지 않다.

정부 관계자는 “주무부처인 여성가족부가 청소년들의 담배 구입경로를 역추적하는 방식으로 단속을 벌이고 있지만 현실적으로 신고가 접수되지 않는 한 일일이 불법 판매 여부를 적발하기가 어렵다”고 밝혔다.

청소년들은 담배 광고에도 많이 노출되는 것으로 나타났다. 금연운동협의회가 지난해 5월 서울 강북·서대문·영등포·양천·구로 소재 중·고등학교로부터 200ｍ 안에 있는 151개 편의점을 조사한 결과 한 편의점당 LED(발광다이오드) 광고판·담배모형 등을 포함해 평균 6.3개의 담배 광고가 걸려있었다.

편의점 내부뿐 아니라 밖에서도 쉽게 볼 수 있는 점도 문제였다. 조사 대상 편의점의 90.1%에서 담배 광고의 외부 노출이 확인됐다. 현행 국민건강증진법은 영업소 외부에서 담배 광고 내용이 보이도록 전시·부착하는 행위를 금지하고 있다.

껌, 과자 등 청소년들이 즐겨 찾는 물품과 담배 광고와의 거리를 측정한 결과 10㎝에 불과한 편의점이 82.8%에 달했다. 청소년들이 물건을 살 때마다 코 앞에서 담배 광고를 접하는 셈이다.

2013년 기준 우리나라 중학교 1학년~고등학교 3학년 남학생의 흡연율은 14.4%로 고3학년만 따지면 25%에 이른다. 이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회원국의 평균 성인 흡연율(24.9%)보다 높은 수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