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박현주 기자 ='그림 쇼핑'시장, 마니프(MANIF)아트페어가 20주년을 맞았다. 1995년부터 열린 마니프는 ‘아트페어’라는 형식을 도입한 국내 최초의 미술장터다.
첫회 출품작가였던 유희영 화백(전 서울시립미술관장)은 "당시 마니프는 센세이셔널한 반응을 일으켰다"며 "세계 유명작가들과 한국작가들이 나란히 개인전 형식으로 열려 더욱 화제였다"고 회상했다.
마니프가 특히 주목된건 '가격정찰제'때문이다.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듯, 그림을 쇼핑할수 있는 분위기로 모든 작품에는 작품가격이 붙어 전시판매됐다. 공개되지 않던 작품값이 밝혀지자 논란도 많았다. 작품이 물건이냐는 비난과 화랑에서 많게는 50%까지 할인하며 팔던 작품을 에누리없이 그림옆에 붙은 작품가격으로만 팔자 화랑과 컬렉터들의 시선도 곱지 않았다.
■작가 군집 개인전..전시장서 작품도 팔고 설명도 하고
전시는 대형 군집개인전형태다. 독립된 부스에서 작가의 개인전이 펼쳐진다.작가가 전시장에서 작품설명을 해주며 작품도 직접 판매한다. 마음에 드는 작품이 있으면 작가에게 직접 설명을 들을 수 있고 대화도 할 수 있다.
이렇다보니 오해도 많았다. 김영석 마니프조직위 대표는 "작가에게 부스비를 받는다는 오해도 있지만 첫회부터 지금까지 작가에게 부스비를 받지않고 운영해오고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작품이 팔렸을때, 화랑시스템처럼 5:5로 나눈다.
마니프아트페어를 거쳐 간 작가는 2000여명에 이른다. 지난 세월은 평탄하지 않았다. '룰은 룰'원칙을 지키는 김 사장의 무기는 '신용'이다. 작품이 팔린 작가들에게 판매대금은 철저하게 지급했다. 컬렉터들의 대금이 늦어지면 대출을 받아서라도 작가에게 먼저 지급하는 일도 잦았다.
마니프는 진화했다. 이후 국내 각종 아트페어의 효시가 됐고, 2007년부터 '김과장 전시장 가는 날'이라는 타이틀로 변신하며 일반 대중속으로 파고들었다. 과장 명함을 가진 직장인은 물론 동반가족까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는 이벤트로 중산층 가정의 문화관람의 폭을 넓혔다. 거실이나 안방, 서재에 그림을 걸어두고 싶은 직장인에게 큰 부담 없이 미술품을 소장할 기회를 주고, 미술시장 대중화를 꾀하고 있다.
■마니프는 쉽게 만나볼수 없는 원로작가 미술잔치
마니프는 작가들과 의리도 강하다. 중진부터 평소 쉽게 만날 수 없는 원로작가들이 대거 참여한다. 매번 1층 전시실에 대한민국예술원 회원은 물론 장르별 대표 원로작가들을 최소 10명 이상 초대하고 있다. 중진 원로작가들은 매년 가을이면 열리는 마니프에서 친목도모를 할 정도로 끈끈해졌다.
김영석대표는 “원로작가는 한국 현대미술의 뿌리이자 근간이다. 최근 한국 현대미술이 다양한 트렌드로 세계 미술계에서 주목받을 수 있는 것은 원로작가들의 남다른 열정과 역할이 있었기 때문”이라며 “마니프가 추구하는 가장 큰 가치는 세대를 초월한 한국 현대미술의 정체성 확립”이라고 강조했다.
횟수가 묵직해지면서 작고작가들도 점점 나오고 있다. 마니프는 올해 행사에 지난 6월 별세한 김흥수 화백을 비롯해 권옥연 이두식 박승규 등 작고 작가 4명의 작품을 선보이는 ‘특별기획-메모리(Memory)전’을 펼친다.
이 전시의 커미셔너를 맡은 미술평론가 김윤섭은 “메모리전은 작가는 떠나도 작품을 통해 작가의 예술혼은 영원히 기억될 수 있다는 점을 보여주는 코너”라며 “특히 경제논리로 작품을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우리 미술의 맥을 이어나갈 수 있도록 헌신한 선배 작가에 대한 존중과 신뢰의 마음을 담아냈다”고 설명했다. 마니프조직위는 개막식에서 그동안 초대됐던 2000여 명의 후배 작가의 마음을 모은 공로패를 유가족 대표에게 전달할 예정이다.
■신진부터 중진 원로작가 108명 1500점..22일 한가람미술관서 개막
오는 22일부터 서울 예술의전당 한가람미술관에서 펼치는 제 20회 마니프아트페어는 김영재 구자승 김봉태 유희영 샤흘르 벨 쉐린싱 등 국내외 작가 108명이 참여한다. 회화, 조각, 설치 작품 1500여점을 전시판매한다.
개인전형식의 각 부스에는 10호 이내 소품부터 100호 이상의 대작까지 함께 전시되어 있어 작가의 다양한 작품세계를 감상할수 있다.
마니프는 '관객 참여형 시상제도'를 19년째 이어오고 있다. 관객이 뽑은 작가를 선정해 시상한다. 투표한 관객은 국내외 유명작가의 판화를 추첨을 통해 부상으로 받을수 있다.
이번 전시에는 중국 작가 12명이 참여하는 ‘중국 현대미술 작가전’이 열린다. 북경 중앙미술학원을 비롯해 중국 전역에서 선발된 12명의 작가들이 100여점을 출품한다. 20대~50대의 다양한 연령층의 감성으로 전하는 중국 현대미술 트렌드를 볼수 있는 기회다.
초대 작가의 소품을 저렴한 가격에 판매하는 ‘100만원 소품 특별전’ 등도 만나볼수 있다. 1부는 22~26일, 2부는 28일부터 11월2일까지 열린다. ‘과장 명함’을 소지한 본인이나 함께 온 직계가족은 무료로 입장할 수 있다. 관람료 어른 6000원, 학생 5000원. (02)514-9292
■ 마니프서울국제아트페어전 초대작가 - 108명(작고작가 4명 포함)
고석원, 고영일, 곽석손, 권치규, 권희연, 김경자, 김만근, 김민영, 김봉태, 김선득, 김성복, 김수자, 김순희, 김영선, 김영재, 김운규, 김재학, 김정희, 김정희, 김 준, 김춘옥, 김현주, 김혜진, 남녀주, 남정식, 도정숙, 류민자, 리루위, 마츠다 아키라, 메완팅, 모용수, 뭐 텐, 민경갑, 박선진, 박성열, 박영인, 박 용, 박지예, 샤흘르 벨, 서향화, 석난희, 성기점, 손성일, 쉐린싱, 슝광친, 신종식, 신지원, 심영철, 양화정, 오용길, 왕스리, 왕 펑, 웬링링, 유병훈, 유주희, 유휴열, 유희영, 이경희, 이도희, 이미연, 이승신, 이용학, 이월수, 이재선, 이정웅, 이정지, 이종혁, 이지혜, 이철량, 이철수, 이혜자, 임근우, 장순업, 장안순, 쟈따넨, 전 준, 정경연, 정성희, 정원경, 정지선, 제정자, 조문자, 조민숙, 조영선, 조용백, 죵 미쉘 꼴롬방, 주경임, 줘쥐민, 쭈하이강, 차대영, 최미령, 최송대, 최지윤, 최한동, 추쉐토, 코지 나가오, 하정민, 하진용, 한수민, 홍푸르메, 황원해, 황제성, 황지선, 황현경
■2013마니프서울국제아트페 수상작가전=▶'2013 마니프 대상' 수상자 곽석손 ▶'2013 마니프 특별상' 수상자 이재선
▶'2013 마니프 우수작가상' 수상자 모용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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