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상희 기자 = 시진핑(習近平) 주석 취임과 함께 거세게 일고 있는 반부패 움직임 속에 중국 정부가 해외도피 경제사범 관리에 대한 국제수사 공조합의를 속속 이끌어내고 있다. 이를 통해 그간 중국 정부의 반부패 정책 취약지대로 인식돼온 해외 도피사범 수사가 더욱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23일 중국 관영 신화사에 따르면 시진핑 주석은 아·태 경제협력체(APEC) 총회와 주요 20개국(G20)정상회의, 남태평양 지역 3개국 순방을 통해 11월 한달간 7차례나 국제사회의 수사공조합의를 도출해냈다.
먼저 지난 10일~11일까지 베이징에서 열린 APEC 정상회담에서 시 주석은 '부패방지에 관한 베이징 선언', 'APEC 뇌물수수 예방 및 반뇌물수수 법률 집행 준칙' 등을 통과시켰다.
이 문건은 APEC 회원국에 대해 부패사범, 부정자금 도피 봉쇄, 범인 인도조약 체결, 법 집행 네트워크 구축과 사무국 설립 등의 요구사항을 담고 있다. 아울러 직권 남용으로 재산을 축적한 뒤 해외로 도피한 자들을 적발하기 위해 APEC 회원국의 수사당국과 연계한 네트워크 ‘Act-Net’을 신설키로 했다.
이어 15~16일 호주 브리즈번에서 개최된 G20 정상회의에서는 공동선언문에 ‘2015∼2016년의 G20 반부패 행동계획’을 반영시켰다. 이 문건은 반부패에 대한 사법공조, 부정소득에 대한 추적·환수, 부패관료에 대한 '피난처 제공' 엄금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특히, 시 주석은 두 번의 국제회의 무대를 기회로 삼아 중국 부패관리의 주요 해외도피처로 꼽히는 미국, 캐나다, 호주와의 수사공조 합의를 이끌어냈다. 시 주석은 버락 오바마 미국 대통령, 스티븐 하퍼 캐나다 총리, 토니 애벗 총리와의 회담을 통해 부정축재한 재산을 가지고 도망간 해외관료와 부정자금을 추적하는 데 협력해줄 것을 주문했다.
G20 정상회의 참여차 지난 15일부터 23일까지 호주, 뉴질랜드, 피지 등 남태평양 지역 3개국 순방에 나선 시 주석은 중국의 '부패박멸'의지를 드러내며 각국 정부의 협조를 요청했다.
시 주석은 20일 존 키 뉴질랜드 총리와의 정상회담에서 양국이 사법 및 법집행 분야의 협력을 통해 부패 척결, 도피 사범과 은닉재산 추적 등의 분야에서도 협력을 강화해 나가기로 했다. 또 중국 주석으로는 처음 피지를 방문한 시 주석은 22일 프랭크 바이니마라마 피지 총리와 정상회담을 갖고 피지 정부가 중국의 해외도피사범 추적에 협조해준 데 감사의 뜻을 전하며 앞으로 양국 합작을 더욱 강화하자고 강조했다.
중국은 그동안 거액의 재산을 반출하는 부패 관료와 기업인을 체포하기 위해 전방위적 노력을 기울여왔지만, 혐의자들이 미국처럼 중국과 불편한 관계에 있는 서방국가로 잠적하면서 추적체포 및 재산환수에 어려움을 겪어왔다.
이에 시진핑 정부는 올해 초 가족을 해외로 보내놓고 뇌물수수 등을 통해 부정 축재한 돈을 해외로 빼돌리는 이른바 '뤄관(裸官)' 단속에 착수한 데 이어, 7월에는 중국 공산당 중앙기율검사위원회(기율위)의 주도 하에 해외 도피 경제사범을 단속하기 위한 일명 '여우사냥(獵狐) 2014' 작전을 실시했다.
전문가 추계에 따르면 지난 30년간 중국 정부의 포섭망을 피해 해외로 몸을 숨긴 중국 관리는 4000명에 이르고, 국유기업 관계자 까지 합하면 약 1만8000명에 달한다. 또 2005~2011년까지 이들이 반출한 부정 자금은 2조8300억 달러에 달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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