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배인선 기자 =지난 1994년 중국 대륙에 진출한 중국 제1호 외국계 백화점브랜드인 파크슨(중문명 百盛). 지난 2012년 9월 상하이 훙차오(虹橋)점을 시작으로 현재까지 모두 7개 매장이 경영난 악화 등 이유로 문을 닫았다. 올해에만 최소 3곳이 폐점 조치됐다. 일본계 화탕(華堂)백화점 역시 올해에만 베이징 코리아타운인 왕징(望井)에 위치한 매장을 비롯한 매장 3곳을 전부 폐장조치했다.
△ 실적저조 ‘폐점 도미노’ 현실화
이는 오늘날 중국 내 백화점 업계 위기를 보여주는 ‘빙산의 일각’일뿐이다. 올해 상반기에만 중국 전국 대형백화점 12곳이 무더기로 문을 닫았다. 중국 백화점 업계에 불황의 그림자가 짙게 드리워지고 있는 것.
백화점들 매출 급감에 따른 실적 저조가 주요 원인이다. 중국 본토 A주 증시에 상장된 백화점 업종 실적에서 여실히 드러난다.
지난 상반기 실적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20대 백화점 상장사 총 영업수익은 431억1400만 위안으로 전년 동기 대비 평균 7.09% 감소했다. 영업수익이 증가한 곳은 겨우 3곳뿐, 나머지 17곳은 모두 매출 감소를 겪은 것이다. 순익 감소폭은 이보다 커다.
파크슨·신스제(新世界)·왕푸징(王府井)·광바이(廣百) 등 중국 대표 백화점 상장사들도 예외는 아니었다.
파크슨의 경우 올해 1~3분기 순익이 전년 동비 23.1% 하락한 2억5000만 위안에 그쳤다. 왕푸징백화점의 올해 1~3분기 영업수익도 135억5000만 위안으로 전년 동비 6.77% 하락했다. 순익도 6.92% 하락한 4억8700만 위안에 불과했다. 신스제백화점은 1~3분기 영업수입이 전년 동비 1.16% 하락한 23억8500만 위안, 순익은 1억6200만 위안으로 0.16%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광저우백화점도 1~3분기 영업수익이 54억4000만 위안으로 전년 동비 3.9% 하락했다.
△ '백화점=시장조사의 공간' 인식 팽배
백화점 매출 급감에 대해 업계 전문가들은 크게 내부요인과 외부요인으로 나누어 분석하고 있다.
우선 외부적 요인중 하나로 중국 내 인터넷 보급에 따른 온라인 쇼핑 활황을 꼽을 수 있다. 백화점에서 물건을 사기보다는 인터넷 쇼핑몰을 통해 편리하고 저렴하게 물건을 구매하는 것. UBS은행 보고서에 따르면 온라인쇼핑몰이 성행하기 시작한 지난 2012년부터 중국 백화점 소비자 유입량이 점차 줄어들기 시작했다. 백화점을 오히려 인터넷 쇼핑을 위한 ‘시장조사’공간으로 전락하고 있는 모양새다. 게으른 사람이나 돈 많은 사람이나 백화점에서 옷을 산다는 우스갯소리가 나올 정도다.
중국연쇄경영협회와 딜로이트가 공동발표한 보고서에서 이 같은 현상은 더욱 두드러졌다. 보고서에 따르면 중국 유통업 100개 업체 매출이 전체 사회 소매판매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2009년 10.8%에서 지난해 8.7%로 2.1% 하락했다. 반면 온라인쇼핑액이 차지하는 비중은 2012년보다 1.6% 포인트 증가한 7.9%로 늘었다. 지난 11월 11일 '독신자의 날' 쇼핑행사때 알리바바 쇼핑몰은 이날 하루에만 총 571억 위안 판매액을 거둬들였다. 이는 올해 중국 20대 백화점 상장사 상반기 총 매출인 431억 위안을 훨씬 웃돈다.
임대료 상승도 백화점들에게는 커다란 부담이다. 백화점은 임대비와 인건비가 전체 비용의 5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업계 경쟁이 치열한 가운데 임대료가 큰 폭으로 올라 순이익은 하락하고 있는 것. 다국적 부동산컨설팅 업체 CBRE는 최근 3년간 중국 백화점의 부동산 임대료(14.0%), 인력비 지출(18.5%)이 증가한데 비해 영업이익은 8.8% 증가하는데 그쳤다고 분석했다. 이밖에 중국 지도부의 반부패 척결로 중국 고급백화점들이 타격을 받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내부적으로는 고리타분한 경영모델, 백화점업계 맹목적 확장에 따른 출혈경쟁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오늘날 중국 백화점들은 여전히 지난 90년대부터 지금까지 연합운영체제(聯營)를 고수하고 있다. 연합운영체제는 매장을 임대해 판매수수료를 받는 방식이다. 백화점은 각 브랜드 매장에 장소와 관리 서비스를 제공하고 기본 입점비와 함께 매장별 판매 금액에 따른 수수료를 받는다. 백화점은 건물주나 재임대임 입장이어서 매장을 상대할 뿐 직접 소비자를 상대하지 않는다. 판매수수료가 백화점 수익의 대부분을 차지하는 것이다.
연합운영 방식은 투자 금액이 적고 입점 매장에 리스크를 분산시킬 수 있어 90년대 초기 대부분의 백화점이 이 방식을 선택했지만 오늘날 연합운영체제는 백화점이 단순히 집주인 역할을 하는 것에 그쳐 핵심 경쟁력을 부각시키기 어려울 뿐더러 건물 임대료는 계속 오르는 반면 판매수수료는 떨어지면서 수익성이 악화되기 시작했다.
이러한 가운데 중국인의 소득 제고로 소비 구매력이 높아지면서 백화점 업계가 너도나도 맹목적으로 확장하면서 백화점 업계 가격경쟁이 치열해졌다. 차별화되지 않은 백화점은 더 이상 살아남기 어렵게 된 것. 우리나라 롯데백화점도 예외가 아니었다. 롯데백화점은 지난 2008년 중국 현지 인타이(銀泰)백화점과 5대5 합작법인 형태로 베이징 쇼핑중심가 왕푸징에 1호점을 개장했지만 매년 수백억원대의 적자를 내다 결국 4년 만에 철수했다. 중국인들의 소비패턴을 분석하지 않고 한국식 모델을 그대로 선보인 게 원인으로 지적됐다.
△ ‘온라인’ 끌어안기
이에 따라 중국 백화점 업계도 온라인과 오프라인을 결합한 O2O(Online-To-Offline), 직영백화점 운영 등으로 눈길을 돌리며 새로운 돌파구를 마련하고 있다.
백화점 O2O는 오프라인 매장인 백화점과 온라인 서비스를 결합한 것이다. 소비자는 인터넷을 통해 물건을 예약할 수 있고, 백화점 매장을 통해 확인한 물건을 온라인을 통해 구매할 수도 있도록 한 온-오프라인 결합 영업방식이다. 파크슨, 광바이와 왕푸징 백화점 등이 이미 산하 온라이쇼핑몰을 운영하고 있다.
하지만 그 동안 오프라인 경영모델에 익숙해던 백화점에게 온라인 쇼핑몰 운영은 익숙지 않았다. 단순히 회원정보 서비스. 신제품 정보 제공, 매장 주요활동 등 일차원적인 서비스에 머물기도했다.
이에 따라 중국 백화점들은 직접 온라인쇼핑몰을 운영하기보다는 합자 형식으로 운영하는 방안을 채택하고 있는 추세다. O2O 마케팅을 위해 한때 ‘적’이었던 전자상거래와의'동침'도 마다하지 않는 것이다.
중국 인타이(銀泰)백화점이 대표적이다. 현재 인타이백화점은 알리바바 산하 차이냐오(菜鳥)네트워크와 합자 형식으로 스마트 물류 네트워크를 구축한데 이어 최근엔 알리바바 산하 티몰, 알리페이 등과 협력하는 등 온라인쇼핑몰 ‘끌어안기’에 가장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신스제백화점도 텐센트 온라인결제사이트 차이푸퉁(財付通)과 협력해 위챗을 통한 온라인 선불 쇼핑카드를 선보이기도 했다.
몇년전까지만 해도 알리바바의 쇼핑데이를 못마땅하게 여기던 백화점 업계는 오히려 11월 11일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마케팅하고 있다. 인타이백화점 산하 35개 매장은 올해 모두 11.11일 쇼핑데이에 참여했다.
일각에선 백화점이 상품기획자(MD)를 통해 제조업체에서 직접 상품을 구입해 파는 직영 방식이나 쇼핑센터로의 전환도 시도하고 있다. 지난 2012년 인타이백화점이 직영 사업부를 별도로 만들어 MD를 통한 직영 브랜드 운영을 시도해왔다. 광바이백화점 역시 홍콩 류푸(六福)주얼리와 직접 계약을 체결해 보석류 제품을 직접 구입해 판매하고 있다. 신스제백화점도 지난해 4월 자체적으로 생활용품 브랜드인 LOL을 직접 출시하기도 했다. 다만 MD 인력부족, 비용 부담 등이 문제점으로 지적되기도 했다.
이밖에 과거 백화점 공간에서 쇼핑과 외식 엔터테인먼트 비중이 각각 52:18:30을 차지해야 한다는 ‘황금비율’에서 과감히 탈피해 쇼핑매장의 비중은 줄이고 레스토랑이나 영화관 등을 설립하는 1:1:1 비율이 대세로 떠오르고 있다. 이를 통해 백화점이 더 이상 쇼핑만을 위한 공간이 아닌 가족 친구들이 함께 모여 여가를 즐기는 문화공간으로 거듭나고 있는 추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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