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정치연 기자 = SK그룹이 9일 정기인사를 통해 4개 주요 계열사 최고경영자(CEO)를 모두 교체했다. 일각에서는 이번 인사를 두고 SK그룹이 CEO 세대교체와 함께 SK C&C 통한 지배구조 개편에 나서는 것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어 주목된다.
이날 '따로 또 같이 3.0' 체제 2기 의장으로 재추대된 김창근 수펙스추구협의회 의장은 이번 인사와 관련 "경영환경 악화와 최태원 회장의 경영 공백 장기화를 돌파하기 위해 전략적 혁신이 무엇보다 시급하다"며 "이를 주도할 리더십 쇄신이 절실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SK가 내년 경영화두로 제시한 '혁신을 통한 위기 돌파'가 이번 인사에서 그대로 드러났다는 게 재계의 평가다.
◆ 주요 계열사 CEO 세대교체 본격화
먼저 SK는 이날 주요 계열사 CEO를 대대적으로 교체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SK하이닉스를 제외한 SK이노베이션과 SK텔레콤, SK네트웍스, SK C&C 등 4개 주력 계열사 CEO가 모두 교체됐다.
정철길 SK이노베이션 사장은 1979년 SK이노베이션의 전신인 대한석유공사(유공)에 입사해 석유개발 사업을 담당했으며, 2008년 SK C&C 경영지원부문장(부사장)과 IT서비스 사업총괄 사장, 2011년 SK C&C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했다. 정 사장은 글로벌 사업과 비(非) IT 사업 발굴을 통해 내수기업이던 SK C&C의 기업가치를 끌어 올린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장동현 SK텔레콤 사장은 1963년생으로 현재 그룹 내 주요 CEO나 부문장들보다 연배가 낮은 편이다. 장 사장은 SK텔레콤 전략기획부문장과 마케팅부문장(부사장)을 거쳐 지난해 말 인사에서 SK텔레콤의 플랫폼 자회사인 SK플래닛 사업운영총괄(COO)로 자리를 옮겼다.
문종훈 SK네트웍스 사장은 1959년생으로 워커힐㈜ 경영총괄 사장과 SK마케팅앤컴퍼니㈜사장을 맡아왔으며, 지난해 SK그룹 수펙스추구협의회 통합사무국장(사장)을 지내며 SK네트웍스 사내이사를 겸직, SK네트웍스의 경영정상화에 관여한 것으로 전해졌다.
박정호 SK C&C 사장은 1963년생으로 SK커뮤니케이션즈 부사장과 SK텔레콤 사업개발부문장을 지냈으며, 최태원 회장의 비서실장을 맡기도 했다.
◆ C&C 사장 최태원 회장 최측근 인사 발탁
SK가 SK C&C 사장에 박정호 부사장을 발탁하면서 그룹 지배구조를 개편하려는 포석이 아니냐는 관측이 나온다.
최태원 회장의 최측근으로 알려진 박정호 부사장이 경영을 맡을 SK C&C는 지주회사인 SK㈜의 지분 31.8%를 보유한 대주주다. 최 회장은 SK C&C의 지분 32.9%를 보유하고 있어 SK그룹 지배 구조의 정점에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SK C&C의 시가총액이 SK㈜를 앞서면서 SK C&C와 SK㈜의 합병설은 꾸준히 제기돼 왔다. 두 회사의 합병이 이뤄지면 최 회장 일가의 합병회사 지분이 30%대로 높아져 그룹 지배력이 강화되고 기형적인 지주회사 체제도 청산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하지만 SK는 합병설을 강하게 부인해 왔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박정호 부사장이 SK C&C 사장으로 선임되면서 SK C&C의 그룹 지배구조 개편에 속도가 붙을 것이란 의견을 내놓고 있다.
박 사장은 1990년대 SK의 한국이동통신 인수를 비롯해 하이닉스반도체 인수 등에서 중추적 역할을 담당하면서 최 회장의 신임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박 사장은 최 회장이 SK C&C 등기이사로 물러나자 후임 등기이사로도 이름을 올린 바 있다.
재계 관계자는 "최 회장이 그룹의 서비스사업을 SK C&C에 몰아주는 방식으로 이 회사의 몸집을 키워왔다"면서 "이는 SK C&C를 알짜기업으로 만들어 그룹을 안정적으로 지배하겠다는 의도가 있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SK는 "박 사장은 그룹의 정보통신기술(ICT) 성장을 주도했으며 앞으로 새로운 성장 동력을 발굴하는 데 적임자였을 뿐"이라며 "그룹 지배구조 개편과는 무관하다"고 반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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