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이소현 기자 = "제 여식의 어리석은 행동으로 큰 물의를 일으킨데 대해 진심 사죄 드립니다. 대한항공 회장으로서, 조현아 애비로서 국민의 너그러운 용서를 다시 한 번 바랍니다. 저를 나무라 주십시오. 저의 잘못입니다."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12일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빌딩 1층 로비에서 장녀 조현아 대한항공 전 부사장이 물의를 일으킨 ‘땅콩리턴’ 사건과 관련해 직접 사과했다. 조 회장은 조 전 부사장의 도의를 넘은 행동으로 불거진 논란에 대한 책임을 함께하는 것으로 보인다.
조 회장은 기자회견장에 심경을 적은 A4용지를 오른쪽손에 들고 굳은 표정으로 들어와 인사를 했다. 기자들의 질문에는 담담하게 답했다. 기자회견장은 이번 '땅콩리턴'의 사건의 사회적 파장을 반영하듯 수많은 취재진이 몰렸으며 대한항공 지창훈 사장을 비롯한 임원진들도 함께해 뒤에서 이를 지켜봤다.
조 회장은 "국토부와 검찰의 조사 결과와 상관없이 조현아를 대한항공 부사장직은 물론 계열사 등기이사와 계열사 대표 등 그룹내 모든 자리에서 물러나도록 하겠다"며 "다시 한번 사죄의 말씀을 드리며, 국민 여러분의 용서를 구한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전 부사장 향후 경영 복귀 가능성에 대해서는 일축했다. 그는 "조 부사장에 대한 복귀는 아직 생각 해 본 적 없다"고 강조했다.
조 회장은 이번 일로 고객 서비스 관련 매뉴얼, 시스템 보안에 대한 문제와 관련해서는 노력하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고객 서비스 관련된 시스템개선에 대해서는 매뉴얼이나 모든 면에서 계속해서 향상하는 것이 대한항공의 정책"이라며 "지금까지 한 것은 잘 못했다고 보지않지만 잘못된 것이 있다면 개선하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재벌 3세(오너)에 대한 도덕성 문제와 관련,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게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조 회장은 평창동계올림픽 조직위원장에 대한 거취와 관련한 입장도 밝혔다. 그는 "공적인 자리이기 때문에 저 혼자 경솔하게 결정할 수 있는 자리 아니다"라며 "올림픽에 도움될 수 있는 좋은방향으로 결정하겠다"고 답했다.
한편, 조 전 대한항공 부사장도 이날 오후 3시 국토교통부 조사에 참석하기 전 물의를 일으킨 ‘땅콩리턴’ 논란 이후 7일 만에 직접 사과할 예정이다. 조 전 부사장은 이날 한진그룹 내 모든 자리에서도 물러난다.
앞서 조 전 부사장은 지난 5일(현지시간) 뉴욕에서 대한항공 여객기 이륙 전 승무원의 견과류 제공 서비스 방식을 문제 삼아 항공기를 되돌려 사무장을 내리게 한 일로 국내는 물론 해외 여론의 지탄을 받았다.
대한항공은 급하게 사과문을 발표하며 사태진화에 나섰지만 승무원‧사무장에게 책임을 전가했다는 역풍이 거셌다. 진정될 줄 모르는 여론에 조양호 한진그룹 회장은 지난 9일 IOC회의 참석 후 귀국하자마자 임원회의를 열어 조 부사장의 보직사퇴를 결정했다.
논란이 계속되자 조 부사장은 대한항공의 기내서비스 및 호텔사업부문 총괄부사장(CSO) 보직해임에 이어 지난 10일 사표를 제출했다.
지난 11일 조 전 부사장은 12일 오전 10시에 출석하라는 국토부의 요청에 응하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가 이날 저녁 뒤늦게 참석을 결정했다. 조 전 부사장은 본격적으로 수사가 급물살을 타면서 압박을 느껴 참석하는 쪽으로 뒤늦게 의사를 바꾼 것으로 보인다.
같은 날 검찰은 서울 강서구 공항동 대한항공 본사와 인천공항 대한항공사무소를 전격 압수수색하고 조 전 부사장을 출국금지 조치했다.
한편, 대한항공이 외부 사안이 아닌 자체 문제로 본사 압수수색을 당한 것은 지난 1999년 그룹 탈세 혐의 이후 15년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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