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한준호 기자 = 러시아가 서방국가의 경제제재 해제를 위한 외교 공세를 강화하고 있다.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은 올해 들어 독일과 프랑스 외무장관과 잇따라 전화협의를 갖고 우크라이나 문제에 적극적으로 협력하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평화에 적극적인 자세를 연출하고 루블화 폭락을 초래한 제재 해제를 이끌 전략이지만 유럽연합(EU) 내에서는 푸틴 정권의 협력적 자세에 회의적인 시각도 적지 않다.
라브로프 장관은 8일(현지시간) 프랑크발터 슈타인마이어 독일 외무장관과의 전화 협의에서 “평화적 해결을 위한 전향적인 움직임을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언급해 우크라이나 평화를 위한 외교노력을 계속해 나가기로 합의했다.
또 로랑 파비위스 프랑스 외교장관과도 8일(현지시간) 전화 협의를 갖고 우크라이나 사태 수습책에 대해 논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은 경제제재의 영향으로 러시아 경제가 침체되고 있는데 대해 위기감을 갖고 있다.
신용평가사 피치 레이팅스(Fitch ratings)는 9일(현지시간) 러시아의 신용도를 투자자격 최저수준인 ‘BBB-'로 하향조정했다고 발표했으며 향후 한 단계 더 내릴 가능성에도 언급해 시장은 러시아의 대외 채무상환에 대한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푸틴 대통령은 15일에 예정된 독일, 프랑스, 러시아와 우크라이나의 4개국 정상회담에서 평화에 대한 진전을 확인하고 빠른 시일에 제재 해제를 위한 환경을 정비하기 위해 분주하게 움직이고 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 7일 프랑스 주간지 ‘샤를리 에브도’ 테러 사건과 관련 신속하게 비난 성명을 발표해 테러를 규탄하고 국제사회와 협력할 뜻을 표명했다. 시리아 문제에서도 시리아 정부와 반정부파의 중재 역할을 자임하면서 이달 27일에 모스크바에서 관련 회의가 개최될 예정이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이러한 러시아의 외교 공세가 어느 정도 효과를 보고 있다고 분석했다. 당초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는 유럽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있었으며, 프랑수아 올랑드 대통령도 지난 5일 라디오 방송에 출연해 “제재를 지금 해제해야 한다”면서 “우크라이나 문제에서 진전이 있을 경우 해제해야 한다”고 주장한 바 있다.
페더리카 모게리니 EU 외교문제·안보정책 고위대표도 8일 “우크라이나 정부에 따르면 친러 반군이 실효 지배하는 동부지역에서도 전향적인 징조가 보인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러시아의 외교적 공세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EU 내에서는 푸틴 대통령에 대한 불신은 강하다는 분석도 나온다.
앙겔라 메르켈 독일 총리는 8일(현지시간) 기자회견에서 “지난 9월 체결된 휴전합의의 모든 항목이 이행되지 않으면 제재를 해제할 수 없다”고 강조하고 러시아 제재 해제를 강하게 부인했다.
15일 개최가 예정된 독일, 프랑스, 러시아, 우크라이나 4개국 정상회담에 대해서도 “수일 내에 평화 협정의 진전이 있어야 한다”고 언급했다.
독일과 프랑스, 우크라이나는 12일 독일 베를린에서 개최될 외교장관 회담에서 우크라이나 평화협정에 대한 푸틴 정권의 진의를 확인한 후 정상회담 개최 여부도 판단할 방침인 것으로 전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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