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공의 과도한 근무시간 줄인다

[아주경제 DB]

아주경제 조현미 기자 = 지난해 12월 일명 ‘종현이법’으로 불리는 환자안전법이 국회 본회의를 통과했다. 이 법은 병원에서 의료사고가 발생하면 30일 안에 국가환자안전위원회에 보고하는 것을 담고 있다.

환자안전법은 2010년 경북의 한 대학병원에서 백혈병 치료 중 숨진 9살 남아 정종현군 사건으로 마련됐다. 이 사건은 과도한 업무와 수면 부족에 시달린 전공의가 항암제를 잘못 투여해 발생했다.

전공의의 과로는 환자 생명을 위협한다. 하지만 우리나라 전공의들의 근무시간은 한 주에 90시간을 훌쩍 넘긴다. 이 때문에 유난히 근무 시간이 길고 업무 강도가 높은 외과 계열은 의대생의 외면을 받기 일쑤다. 이런 가운데 일부 의과대학과 지역의사회에서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을 위한 움직임이 추진 중이어서 관심이 모아진다.

◆전공의 5명 중 3명 주당 100시간 근무

19일 의료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공의들의 근무 시간은 다른 의료 선진국에 비해 매우 긴 편이다.

이목희 새정치민주연합 의원이 공개한 2013년 보건복지부와 대한의사협회의 전공의 수련 실태 조사 결과를 보면 주당 근무시간이 평균 90.2시간에 달했고, 43%는 100시간 넘게 근무했다.

반면 유럽은 ‘전공의에 대한 유럽 근로기준’에 따라 근무시간을 주당 48시간으로 제안하고 있다. 미국 전공의의 주당 근무시간은 80시간, 계속 근무는 24시간을 넘지 않는다. 일본 전공의들의 경우 주당 평균 45시간 근무한다.

전공의들은 수년간 과도한 근무시간 축소 등의 수련환경 개선을 요구해 왔다. 그 결과 지난해 7월 전공의가 주당 80시간을 초과 근무하지 못하고, 연속 근무시간도 36시간으로 제한하는 전공의 수련규칙 표준안을 마련됐다.

그러나 현실은 변화가 없다. 전공의 단체인 대한전공의협의회가 같은 해 10~11월 전공의 1617명을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81.4%는 여전히 근무시간이 주당 80시간을 넘었다. 오히려 늘었다고 답한 경우도 8.9%에 달했다. 

특히 전공의 15%가 하루 2시간 이하로 쪽잠을 자고, 40%는 36시간 연속 근무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17시간 수면을 취하지 못하면 인지기능의 저하 수준은 운전면허 정지 기준인 혈중알코올농도 0.05%에, 24시간은 0.01%에 해당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가톨릭의대, 외과 주당 80시간 근로 보장

가톨릭대학교를 운영하는 학교법인 가톨릭학원은 최근 외과 살리기를 위한 비전 선포식을 개최했다. 비전 선포식에서 학원 측은 외과 전공의에 대해 주당 80시간 근무 보장, 근무 대체인력 확보 등을 약속했다. 

가톨릭학원은 국내에서 가장 많은 부속병원을 거느리고 있다. 가톨릭대 의대에는 현재 8개 부속병원이 있고, 매년 20여명 안팎의 외과 전공의를 선발한다.

외과 전공의에 대해 파격적인 대우를 선언한 것은 강도높은 업무량에 비해 위험성은 높고 보상은 미흡하다는 인식이 퍼지면서다. 실제로 가톨릭중앙의료원 외과는 2007년 이후 지금까지 정원을 채운 해가 한번도 없었다.

박조현 가톨릭의대 외과 주임교수는 “전공의 확보를 위한 최상의 수련과 맞춤형 교육 체계를 마련하겠다”면서 “전공의를 단순 진료인력으로만 보지 않고 피교육자로서 정당하게 대우할 것”이라고 말했다.

충청남도의사회도 전공의 수련환경 개선에 나서기로 했다. 주된 내용은 환자안전법에 전공의 수련 개선을 위한 내용을 담고, 현재 대한병원협회에서 맡고 있는 전공의 수련평가기구의 독립이다.

송후빈 충남의사회장은 “전공의 수련환경·처우 개선을 위해 의사협회와 병원협회, 당사자인 전공의협의회와 지속적인 논의해 최선의 정책을 도출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