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는 아합왕이 한 포도원을 사고 싶은데 주인이 팔지 않아 언짢다고 하자 부인 에세벨이 사람들을 시켜 주인을 죽이고 남편 아합왕이 포도원을 갖게 한다.
당나라의 양귀비가 형제들과 담합해 남편 당 현종을 정치로부터 멀어지게 해 한 나라를 몰락하게끔 했다는 이야기는 잘 알려진 바이다.
본인의 사치와 일가 친척의 부정부패가 문제가 되어 사회적 지탄을 받았던 전두환 전 대통령의 부인 이순자 퍼스트 레이디의 일화는 그리 먼 옛날 이야기가 아니다.
밥 맥도널드 전 버지니아 주지사는 부인과 함께 거액의 뇌물을 받은 혐의로 지난해 유죄판결을 받아 조만간 철창신세를 져야할 판이다. 그는 한때 공화당의 대권 잠룡으로 거론되기까지 했다.
부인 모린은 백화점에서 쇼핑을 한 뒤 1천만원이 넘는 물건값을 다른 사람에게 대신 지불하도록 했고, 한 보석가게에 들어가서는 롤렉스 시계를 고른 뒤 주지사인 남편한테 선물하겠다면서 7백만원 가까이 하는 제품을 대신 사달라고도 한 것으로 알려졌다.
물론 지도자 남편을 도와 사회적으로 칭송을 받는 여인들도 많을 것이다.
여기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그만큼 지도자가 잘하고 못하고는 배우자에 달렸다는 것이다.
물론 그게 다는 아니다. 하지만 가장 가까이에 있는 배우자가의 말 한마디 한마디는 엄청난 결과를 초래할 수 있기 때문에 배우자의 철학과 사상, 인격 등은 가볍게 넘길 수가 없다.
지난 21일 메릴랜드 신임 주지사의 취임식이 있었다. 민주당 텃밭이었던 메릴랜드 주에서 공화당 출신 후보가 당선돼 미국언론의 스포트 라이트를 받았지만 한인사회에는 또다른 의미로 다가왔다.
바로 래리 호건 메릴랜드 새 주지사의 부인이 한인이라 취임식을 보는 한인들의 감회가 남달랐던 것.
물론 그동안 한인 출신 정치인들은 꾸준히 미국 정치계에 모습을 드러냈지만 이렇게 퍼스트 레이디가 한인출신이었던 경우는 없었다.
특히 주지사라는 고위급 관료를 보필하는 역할을 한인이 담당하게 되었다는 것은 미국 한인사회 역사에도 큰 획을 긋는 일로 남게 되었다.
이번에 래리 호건 주지사의 취임으로 퍼스트 레이디가 된 유미 호건 씨는 한국에서 결혼 세 자녀를 데리고 미국으로 와 이혼한 뒤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재혼 후에도 직장생활과 결혼생활로 바쁘지만 학업 또한 게을리 하지 않았다. 한인사회와도 긴밀한 관계를 계속 유지하며 내조에 힘썼다.
몇 년 전 첫 주지사 도전에서 남편이 낙선됐을 당시에도 한인사회를 찾아 다니며 일일히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남편 래리 호건 주지사가 선거 캠페인 당시 한인을 내각에 영입하겠다는 약속을 지킨 것도 퍼스트 레이디의 입김이 작용했다는 전언이다.
물론 한인사회에 대해 남다른 애정을 갖고 있는 주지사이지만 이것 역시 부인 덕분이 아니겠는가 싶다.
이제 남은 것은 앞으로 임기 기간동안 남편과 함께 지역 사회가 발전하도록 함께 애쓰는 것이다.
한인사회에서는 벌써부터 더 큰 꿈을 꾸고 있다. 래리 호건 주지사가 앞으로 연방의원이 되고 미국 대통령이 되는 꿈을 꾸어 본다.
한인사회 최초로 주지사 퍼스트 레이디가 아닌, 미국 대통령의 퍼스트 레이디를 되길 희망하고 있다.
남자는 세상을 움직이지만 여자는 남자를 움직인다도 했던가. 자애로운 한국 여성의 이미지를 미 주류사회에 각인시키고 한인사회의 정치력을 신장시키는 계기가 되길 기대해 본다.
이와 함께 퍼스트 레이디 주변의 사람들도, 그리고 한인사회 또한 새 퍼스트 레이디가 남편의 임기가 끝날 때까지 무사히 맡은 자리에서 열심히 내조하며 활동할 수 있도록 도와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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