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주경제 홍성환 기자 = 최근 국내 시중 자금의 단기 부동화 현상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단기자금 특성상 금융시장 여건 변화에 따라 빠르게 이동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황나영 우리금융경영연구소 책임연구원은 26일 '단기 부동자금 증가 배경과 시사점' 보고서 통해 "우리나라보다 먼저 저금리·저성장을 경험한 해외 사례를 참고해 시중자금 이동에 적절히 대비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최근 저금리 기조가 계속되면서 투자처를 잃은 단기 부동자금이 크게 확대되고 있는 상황이다.
보고서에 따르면 지난해 12월 기준 현금, 요구불예금, 수시입출식 저축성예금 등의 단기상품과 6개월 미만 정기예금, 증권사 투자자 예탁금을 합한 단기 부동자금이 795조원으로 나타났다.
이에 2012년 7월 이후 27%대 초반에 머물던 금융기관 유동성 대비 단기 부동자금의 비중이 지난해 말 27.9%까지 치솟았다. 특히 단기 부동자금의 증가율이 전년 같은 기간보다 두 자릿수 넘게 확대되며 증가 속도가 더욱 가팔라지고 있다.
이에 대해, 황나영 책임연구원은 "저금리 기조가 지속되는 가운데 경기 회복 기대감도 높지 않아 장단기 금리차가 축소되고 장기 금융상품의 매력도가 하락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은행의 만기별 금리를 비교하면 2~3년 만기 예금 금리가 2.3% 수준으로 6개월 미만(2.0%)과 6~12개월(2.2%)짜리 예금 금리와 거의 차이가 나지 않는다.
또 기업과 가계의 경기 체감 지수가 하락세를 이어가는 등 경제 주체들의 경기전망이 밝지 않아 당분간 단기 안전자산 선호 현상이 지속될 가능성이 큰 상황이다. 더욱이 주식이나 부동산 등 주요 자산 가격이 부진한 흐름을 보이면서 투자 대안도 마땅치 않다.
다만 황 책임연구원은 "단기 부동자금의 특성상 금융시장 여건 변화 등이 나타날 경우 이탈할 가능성이 높다"면서 "저금리 상황이 고착화된다면 장기 금융상품에 대한 수요가 다시 늘어날 수 있다"고 말했다.
이어 "우리나라보다 먼저 저성장・ 저금리를 겪은 일본의 경우 저성장·저금리가 장기화되면서 투자자산 내 위험자산 선호가 강화되고 MMF 자금이 각종 투자 상품으로 분산됐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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