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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 ‘디스트릭트9’ 잇는 닐 블롬캠프 상상력의 산물 ‘채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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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2015-03-09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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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영화 '채피' 포스터]

아주경제 권혁기 기자 = 닐 블롬캠프 감독에 대한 세간의 평가는 뛰어난 상상력을 소유한 인물이라는데 이견은 없다.

남아프리카 공화국 요하네스버그 출신인 그는 지난 2005년 단편 ‘얼라이브 인 요하네스버그’로 영화계의 이목을 집중시켰다. 불시착한 외계이주민들의 이야기를 요하네스버그를 배경으로 풀어낸 SF영화로 이는 훗날 ‘디스트릭트 9’으로 이어지게 된다.

블롬캠프 감독의 1분 20초짜리 초단편 ‘테트라 발’이 모티브가 된 영화 ‘채피’는 ‘디스트릭트 9’에서 보여준 닐 블롬캠프 감독의 상상력의 연장선, 또는 그를 뛰어 넘는 ‘충격’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리 멀지 않은 2016년, 매일 300건 이상의 범죄가 발생하며 공포에 떨고 있는 요하네스버그. 미셸 브래들리(시고니 위버)는 경찰로봇 스카우트를 상용화시키는데 성공한다. 개발자인 디온(데브 파텔)은 궁극적으로 세상에서 가장 완벽한 인공지능을 가진 로봇을 만들고 싶지만 사업가에게는 스카우트만으로도 충분하다.

무기 개발자 빈센트(휴 잭맨)는 1대만 있어도 전쟁을 일으킬 수 있는, 인간의 인공지능으로 운영되는 로봇 ‘무스’를 실전 배치하고 싶지만 이미 스카우트에 밀려 창고에서 썪고 있다.

그러던 어느날 자꾸만 파괴돼 돌아오는 스카우트 22호. 수리 후 다시 현장에 투입되지만 로켓포 때문에 가슴에 구멍이 난다. 급히 후송된 22호는 폐기 처분을 받고 대기한다.

마침내 고도의 인공지능 개발에 성공한 디온은 브래들리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이를 시험해보고 싶은 마음에 폐기 직전인 22호를 공장에서 데리고 나온다.

한편, 스카우트 때문에 번번히 범죄 현장에서 쫓겨 다니던 닌자(닌자)와 요란디(요란디 비저)는 디온에게 스카우트 정지 리모콘을 만들기로 결심한다.

납치한 디온의 차에서 22호를 발견한 닌자와 요란디는 ‘1호 갱스터 로봇’을 만들자며 들뜬 마음을 감추지 못한다. 디온은 어쩔 수 없이 최고의 인공지능을 22호에게 주입시키고, 새롭게 부팅된 22호는 이제 막 태어난 갓난아기처럼 세상 모든 것에 대해 두려워한다.

요란디는 22호에게 ‘채피’(샬토 코플리)라는 이름을 붙여주고 엄마의 마음으로 다가간다. 채피는 마치 스펀지가 물감을 흡수하듯 빠르게 인식, 지식을 습득해나간다. 하지만 닌자는 돈벌이의 수단으로만 생각해 총쏘기와 칼 쓰는 법을 가르치려고 한다.
 

[사진=영화 '채피' 스틸컷]

채피를 ‘키운다’는 생각으로 할렘가에 내려놓고 온 닌자. 채피는 자신을 처음 본 범죄자들이 돌과 화염병을 던지자 영문도 모른 채 도망친다. 그러다 채피의 존재를 알게 된 빈센트로부터 죽음의 위협을 받게 되고, 간신히 위기를 모면한다.

부상에서 회복한 채피는 자신이 곧 정지될 운명이라는 사실을 알게 된다. 경찰 임무 수행 당시 받은 피해 때문에 배터리가 녹아 더 이상 충전이나 교체가 불가능하다고 닌자가 얘기했기 때문이다. 닌자는 채피에게 “나랑 범죄를 일으켜 돈을 벌면 너에게 새로운 몸을 주겠다”는 감언이설로 꾄다.

닐 블롬캠프 감독 영화들의 공통점은 다음과 같다. 먼저 근미래 치안은 극도로 불안해진다. ‘현대’에서 볼 수 없는 일들이 미래에 발생한다. ‘디스트릭트 9’에서 보여진 외계인들이 한 지역에 격리되는 상황, ‘엘리시움’의 버려진 지구와 선택받은 1%만이 살 수 있는 우주공간에 있는 엘리시움, 그리고 ‘채피’의 로봇 경찰이자 초고도 인공지능 채피 등이 그렇다. 그리고 모든 작품에 자신의 친구인 요하네스버그 출신 샬토 코플리를 출연시켰다.

무엇보다 닐 블롬캠프 감독은 영화마다 ‘현시대’에 대한 실망감으로 가득차 있다. 그로 인한 새로운 종(種)이 나타난다는 점이다. ‘디스트릭트 9’에서 외계인을 몰아내기 위해 철거 프로젝트를 추진하던 중 책임자 비커스(샬토 코플리)가 외계물질에 노출돼 유전자 변이를 일으키면서 외계인으로 변해가는 모습은 매우 충격적이었다. ‘인간이었던’ 그는 ‘인간들에게’ 자신의 진심을 전하고자 하지만 결국 자신을 이용하려는 인간들을 피해 결국 외계인들의 세계로 들어간다.

‘채피’ 역시 이와 비슷한 결을 갖고 있다. 인간은 자신들의 이익을 위해 동족인 ‘인간’에게 폭력을 행사하는데 거리낌이 없다. 오히려 어떤 면에서는 악당이 순수한 면을 지니고 있을 정도. ‘디스트릭트 9’의 경우 선과 악이 명확했다면 ‘채피’는 그 경계가 모호해졌다는 차이를 보인다.

닐 블롬캠프 감독의 뛰어난 상상력을 다시 볼 수 있다는 점에서 ‘채피’는 100점이지만, 결말이 관객들에게 100점을 받을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15세관람가로 오는 12일 개봉. 러닝타임은 12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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