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기 불황으로 ‘스몰 럭셔리(작은 사치에 만족하는 현상)'를 즐기는 사람들이 늘면서 수백만원대 가방 대신 명품 로고가 박힌 화장품을 구매하려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국내 화장품 시장이 테스트 마켓으로 떠오르면서 톰포드·토리버치·돌체엔가바나 등 신흥명품들도 화장품 사업에 적극 뛰어들고 있다. 업계에서는 명품업계의 치열한 '신구 경쟁'이 화장품 시장에서도 재현될지 주목하고 있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버버리코리아는 최근 삼성동 코엑스몰에 아시아 최초로 버버리 뷰티박스를 개장했다. 이 매장에서는 버버리가 만든 화장품과 향수, 각종 메이크업 제품과 스카프와 넥타이 등 잡화를 판매한다. 특히 향수 및 스타일링 서비스, 메이크업을 가상으로 체험할 수 있게 한 디지털 공간을 별도로 설치해 다른 명품화장품 매장과 차별화했다.
에르메스는 신세계백화점과 손잡고 이달 신세계백화점 본점 1층에 국내 최초로 '에르메스 퍼퓸 부티크(향수 전문매장)'을 선보였다. 에르메스 뷰티라인의 대표품목은 향수로 주요 가격대는 20만~40만원선이다. 이미 해외에서 에르메스 뷰티를 접한 소비자들이 몰리면서 여성 고객들의 문의가 늘고 있다는 게 업체 측 설명이다.
패션브랜드 토리버치도 지난해 신세계백화점을 통해 토리버치 뷰티를 론칭한 이후 향수·향초·스킨케어 등으로 꾸준히 제품군을 확대하고 있다.
구찌도 구찌코스메틱을 통해 올해 국내 화장품시장에 진출하며, 돌체엔가바나, 마크제이콥스 등도 연내 국내 화장품 사업에 진출했다.
명품업계 관계자는 "고가의 가방·신발 등을 팔아온 명품업체들이 성장을 견인하던 아시아 시장에서 매출 하락이 계속되자 화장품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며 "명품 브랜드 입장에서는 패션으로 굳힌 고급이지미를 화장품에 적용할 수 있고, 소비자들은 상대적으로 저렴한 가격에 감성적인 만족을 얻을 수 있어 관련 시장이 점차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이 관계자는 “샤넬과 디올, 이브생로랑 등 이미 화장품 시장에서 성공한 1세대 명품이 있는 만큼 신흥 명품 화장품 브랜드들의 진출이 당분간 계속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