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 여성벤처협회장은 한 단체의 수장이기 이전에 업력 15년의 데이터 보안회사 테르텐의 대표다. 카이스트 박사과정 졸업반이던 지난 2000년에 회사를 설립했다.
당시는 IT붐과 급속한 인터넷의 보급 등으로 보안 시스템 분야에서도 장미빛 미래가 점쳐지던 시절이었다. 그럼에도 여성의 진출이 극히 제한적이었던 보안 업계에서 기업을 이끌고 제대로 된 먹거리를 창출하는 것은 쉽지 않았다. 암호학을 전공한 첫 번째 여학생이자 벤처 1세대로서 자신의 기업을 '건사'해 낸 경험은 여성벤처협회장으로서 업무를 수행하는 데 소중한 자양분이 됐다.
"그때는 2003년이 되면 디지털시대가 도래하고 이런 상황을 잘 이용하면 2007년이면 유가시장에 충분히 상장할 수 있을거라 여겼어요. 제가 연구하고 제품을 개발하는 과정에서 머리 속에서 생각한 시장과 현실의 간극이 크다는 점을 나중에 깨달았죠. 어려움도 있었고 내적 갈등도 심했지만 덕분에 기업가 정신이 무엇인지, 과연 '벤처'란 무엇인가를 고민할 수 있는 계기였습니다"
테르텐은 국내 유명 인터넷 콘텐츠 기업들을 고객사로 확보하며 성장세를 이어가다 외국 콘텐츠들이 대거 유입되며 한때 위기에 봉착한 적도 있다. 그러나 온라인 기반 콘텐츠 사업의 활성화를 예측해 위기를 기회로 바꿨다. B2B 시장을 바탕으로 B2BC로까지 판매망을 넓혔다. '콘텐츠는 돈으로 사야 한다'는 인식을 심는 데에도 앞장섰다.
"테르텐은 체질 개선 중이에요. 3·20 사이버테로 이후 사이버망을 모두 아우를 수 있는 보안 메뉴얼이 반드시 마련돼야 한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통계를 보니 지난해 전세계에서 발생한 전쟁 중 절반이 사이버전(戰)이에요. 문제가 터진 후 이를 패치하는 게 아니라 사전에 보호할 수 있는 방안이 모색될 필요가 있어요. 잘되면 테르텐의 상장도 그만큼 빨라지지 않을까 합니다"
선배 기업인으로서, 특히 여성기업을 이끌고 있는 후배들에게 대한 애정도 숨기지 않았다.
"마쓰시타 고노스케가 이런 말을 했어요. '회사가 크게 성공하는 것은 운이고, 망하는 것은 실력이다'라고 말이죠. 여성기업들도 실력으로 보여줄 때가 됐습니다. 후배들이 향후 100년을 내다보는 인사이트를 갖고 활동할 수 있도록 멘토 역할도 열심히 할 생각입니다"
©'5개국어 글로벌 경제신문' 아주경제. 무단전재·재배포 금지